구원 아닌 지옥行.."팬데믹 시대, 파우스트의 선택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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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신작 '파우스트 엔딩'이 1년여 만에 마침내 관객과 만난다.
극작가 겸 연출가 조광화(56)가 괴테의 고전 '파우스트'를 재창작한 연극으로 배우 김성녀(71)가 파우스트 역에 캐스팅돼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김성녀는 "6마리의 들개는 물론 원작의 호문쿨루스까지 볼거리가 많다"며 "그동안 연극에선 '파우스트'의 1부만 다뤘지만 우리 연극은 2부까지 다루고 있어 '파우스트'의 정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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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올해 첫 공연..1년 만에 개막 성사
인간적인 파우스트, 방대한 원작 110분 압축
"묘한 쾌감의 엔딩..문명·인생 생각해보길"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계획대로 지난해 공연했다면 힘을 너무 준 작품이었을 거예요. 코로나19에 부상까지 겹쳐 개막을 연기한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죠.”(배우 김성녀) “의욕만 앞선 작품이 될 뻔했는데, 1년의 시간이 더 생겨 과욕을 덜어낼 수 있었죠.”(연출가 조광화)
국립극단 신작 ‘파우스트 엔딩’이 1년여 만에 마침내 관객과 만난다. 극작가 겸 연출가 조광화(56)가 괴테의 고전 ‘파우스트’를 재창작한 연극으로 배우 김성녀(71)가 파우스트 역에 캐스팅돼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당초 지난해 4월 국립극단 창단 70주년 기념 공연으로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과 김성녀의 부상이 겹쳐 개막 직전 연기를 결정했다.
‘파우스트’는 괴테가 1774년 집필을 시작해 1831년 완성한 대작이다. 지금도 문학, 연극, 영화, 음악, 미술 등 예술 많은 분야에 영감을 주고 있는 고전 중의 고전이다. 학자 파우스트와 악마 메피스토를 통해 선과 악, 창조와 파괴, 문명과 원시 등에 대한 주제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철학적이고 관념적인 내용으로 어렵고 난해하다는 선입견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국립극단으로부터 ‘파우스트’의 무대화 제안을 받았을 때 조광화 연출은 원작에서 핵심적인 주제 하나만 잡아 이야기를 재구성하기로 결정했다. 조광화 연출은 “더 좋은 사회를 만들겠다고 노력한 파우스트가 회한에 빠진 것처럼, 지금 우리의 문명도 팬데믹과 분열, 폭력이 난무하는 갈등의 시대가 됐다고 생각했다”며 “완벽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욕심이 어떻게 사람을 다치게 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학문적 고뇌만 갖고 있는 파우스트가 아닌, 인간적인 방황과 고민을 안고 있는 ‘사람 냄새’ 나는 파우스트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때 자연스럽게 떠오른 이가 바로 김성녀였다. 조광화 연출은 “김성녀 선생님이 예전에 연극 ‘죽음과 소녀’에서 대극장을 홀로 크게 채웠던 순간이 떠올랐다”며 “그 에너지라면 파우스트 역과 딱 맞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성녀는 “남자가 아닌 여자 파우스트라고 해서 내게 큰 선물을 준 느낌이었다”며 “처음엔 욕심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남녀 구분을 떠나 ‘인간 파우스트’를 보여주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작에서 파우스트는 신의 구원을 받는다. 그러나 이번 연극에서는 구원 대신 ‘지옥행’을 선택한다. 팬데믹 시대에 던지는 메시지가 담긴 결말이다.
“스스로 책임을 지기 위해 지옥을 택하는 파우스트를 통해 팬데믹 상황 속에서 문명은 마냥 정지해야 하는 건지, 어떻게 하면 한걸음씩 걸어갈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어요.”(조광화 연출)
“묘한 쾌감이 느껴지는 엔딩이 될 거예요. 무엇보다 재미있는 ‘파우스트’가 될 겁니다.”(김성녀)
장병호 (solan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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