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기법으로 빚은 황색 도자기.. 황금빛 색조의 은은함 감동적"
상감청자와 더불어 민족 예술혼 깃든
전통 도자기 기술이 집약된 결정체
생활도예하던 20대 후반 우연히 매료
20여년간 천연재료와 태토 찾아 헤매
작품의 질 좌우하는 요인은 가마의 불
유약에서 성패 결정.. 독창적으로 배합
학 1000마리 그려넣은 운학 작품 인기
전문 전시관 갖는게 꿈, 지자체 관심을
‘도예의 고장’ 여주에서 30여년간 도예의 길을 걷고 있는 용우 이형우(61) 도예명장은 일반에게 낯선 황청자 재현과 복원에 독보적인 인물이다. 30여년을 물레 위에서 돌아가는 황청자와 대화하며 빚고 또 빚는 장인이다. 여주 이천 문경 등에서 활동하는 도예명장들은 수십명이지만 황청자에 한길을 걷는 이는 그가 유일하다. 대한민국 전통명장이자 여주 도예명장인 그는 생활도예를 하던 20대 후반에 우연히 황금빛 청자(황청자)에 매료돼 그 길로 맥이 끊긴 황청자 보존과 재현에 몰두하고 있다. 최근 1000마리 학이 그려진 천학병이 애호가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국내 애호가는 물론 해외 수집가들로부터도 문의가 많다. 주말에도 작업에 여념이 없는 그를 20일 여주시 북내면 도예로 그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그의 황청자 복원 외길 인생과 작품활동, 향후 계획 등을 들어봤다.
-황청자가 낯설다. 황금빛 색조가 인상적이다.
“여러 요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가마가 결정적이다. 불의 질이 작품의 질을 좌우한다. 섭씨 990도까지 올려 7~ 8시간 동안 달군 다음에 섭씨 1250도까지 오르면 가마 속 불은 파랗게 된다. 몇 시간 정도 더 달군 다음에 불을 빼고 식히는 데 이틀 정도 걸린다. 속칭 뜸 들인다고 한다. 이때 가마 속에서 갈라지는 소리가 ‘쨍’하고 들린다. ‘크랙’이라고도 한다. 가마 속 작품들이 모두 식으면 미리 갈아 숙성해놓은 먹물을 바른다. 하루를 묵힌 다음, 다시 작품을 가스 불로 달군 다음에 이틀이 지나면, 문양 작업에 들어간다.”
-황청자라는 독특한 색깔과 특징 내기가 어려울 텐데.
천학병 작품 과정 ①조각칼을 20번 이용해 학모양을 만든다.(위에서부터). ②백상감을 4번 채워준다. ③상감을 긁어내면 학모양이 나온다. ④흙상감을 긁어내면 학다리와 주둥이가 나온다. ⑤완성된 천학병 . 2만번의 수작업이 요구된다. 이형우 명장 제공 |
“학 1000마리를 항아리 표면에 그려 넣는 과정은 사실 아내가 한다. 기하학적 기법을 동원한다. 간격을 맞추고 가로 세로로 미리 구상한 다음, 마치 바느질하듯 한땀 한땀 그려 넣는다. 학을 음각하는데, 통상 20번 정도 손이 간다. 1000마리이니 2만 번의 손길이 드는 고난도 작업이다. 유약을 얇게 4번을 바른 이후 마지막 단계에서 학의 다리와 눈을 새겨넣는다. 황청자를 집안에 놓으면 푸근하고 온화한 기운이 감돈다고 얘기한다. 넉넉함과 여유로움, 심신의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매력이 있다.”
-보통 정성과 체력으로는 버티기 힘들 텐데.
“어린 시절 흙과 관련된 일을 해오던 부친의 영향으로 일찌감치 도예의 길로 들어섰다. 10대 때 유명한 한국청자연구소에 입사하면서 도자에 입문해 대장(물레 성형을 하는 사람)의 일을 시작하여 인덕공업전문학교의 조교생활을 했다. 30년 전 여주에 정착해 생활도예를 하다 황청자 명장의 길을 걷고 있다. 일이 너무 힘들어 함께 하던 처남이 과로로 숨지는 일도 있었다.”
-작품의 영감은 어떻게 얻나.
“다작을 싫어한다. 아니 거부한다. 한해 통상 30개 정도의 작품을 만들어 연 2회 정도 하는데, 작년에는 코로나 사태로 전시회를 열 수 없어 안타깝다. 해외 초청도 많지만 국내 작품 활동이 바빠 수년간 해외에 나가지 못했다. 그러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 중국 전시회를 계획했으나 코로나로 지연되고 있어 안타깝다.”
-앞으로 구상과 계획은.
“많은 이들이 관람할 수 있는 황청자 전문 전시관을 갖는 게 꿈이다. 지자체에서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 코로나가 잦아들면 일본과 중국에서도 전시회를 가질 계획이다. 두 나라에서 특히 문의가 많이 온다. 신비로운 황청자 매력을 해외에도 널리 알리고 싶다. 도예장인으로서 남북화해와 평화통일의 소망을 담은 대형 천학병 작품도 생각하고 있다.”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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