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들어 줄어든 주택 거래..관망인가, 조정 신호인가
(서울=연합뉴스) 김종현 기자 = 1월 주택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집값의 방향성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집값 하락을 논하기엔 시기상조라는 견해가 우세하지만, 일각에서는 천장을 치고 안정 또는 하향 쪽으로 추세가 바뀌는 전조가 아니냐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정부는 2·4 공급대책의 약발을 기대한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2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집값 안정을 묻는 의원 질문에 "충분한 물량을 공급하는 것만으로도 주택 공급 부족으로 인한 공포적인 매수는 떨어질 것이고, 그로 인한 가격 상승이 억제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주택 거래량 감소…가격 상승 폭 둔화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월 주택 거래량은 9만696건으로 전월 대비 35.4%, 작년 같은 달보다 10.5% 감소했다. 전월과 전년 동월대비 주택 거래량이 함께 감소한 것은 지난 2019년 9월 이후 16개월 만이다.
수도권(47,132건)은 전월 대비 25.4%, 전년 같은 달보다 14.9% 각각 줄었고, 지방(43,547건)은 전월 대비 43.5%, 전년 같은 달 대비 5.2% 각각 위축됐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그동안 가격이 많이 올랐고 겨울 비수기가 겹치면서 거래가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2·4 부동산 대책을 지켜보자는 관망세도 거래 감소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주택 가격 상승 폭도 둔화하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8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27% 올라 지난주(0.28%)보다 상승 폭이 약간 줄었다. 서울은 전주 0.10%에서 둘째 주에는 0.09%로 상승 폭이 감소했다.
전국 아파트값은 새해 들어 1월 3∼4주 상승률이 모두 0.29%를 기록하며 한국부동산원이 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으나 이달 첫 주 0.28%에 이어 둘째 주도 오름폭이 낮아졌다.
민간 조사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2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14% 올라 같은 달 첫째 주보다 상승률(0.17%)이 꺾였다.
"상승세 여전" 우세하지만 '상투론'도
부동산이건 주식이건 자산시장에서 가격의 등락은 거래량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거래가 터지면 가격이 오르고, 반대의 경우 가격이 조정을 받는 것은 일반적 패턴이다.
그렇다고 해도 추세의 호흡이 긴 부동산시장에서 일시적으로 주택 거래량이 감소한 것을 두고 집값의 방향성을 논하는 것은 성급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일시적으로 주택 거래량이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집값의 상승세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거래 위축은 대출 규제가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면서 "고가 주택의 경우 대출이 막혀 현금 부자가 아니면 집을 사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는 "가격 조정이나 하락이 현실화하려면 주요 지역에서 최고점 거래가 멈춰야 한다"면서 "통계가 의미를 가지려면 앞으로 몇 달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중 유동성이나 가구 수 증가 등 정부가 그동안 얘기했던 부동산 가격 상승의 근본 원인에 변화가 없고, 공급이 금방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시장의 안정이나 하락 등 방향성을 논하기엔 근거가 너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월의 거래량 통계가 향후 시장 흐름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로 볼 수 있다는 견해도 있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한 달 통계를 갖고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정부의 수요억제와 공급 확대 등 정책 요인에 그동안의 과열에 대한 경계감이 확산하면서 수요자들의 상승 기대심리가 약화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현 단계에서 집값이 하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안정세로 가고 있다고 얘기할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 "거래량은 실제 주택 가격에 1∼2분기 정도 선행하는 만큼 1월의 추세가 봄 이사 철에도 이어진다면 집값의 방향성이 확실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kim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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