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거짓말 그리고 녹음파일[광화문]

양영권 사회부장 2021. 2. 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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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권력이 붕괴되는 것은 힘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힘을 남용하고 오용하기 때문이다. 다수만 되면 못할 게 없는 사회는 소수자들을 절망에 빠뜨리고 소수자들이 물리적 힘에 호소하게 만든다. 그러면 아무리 강력한 권력도 성공할 수 없다.

19세기 프랑스 법관으로서 당시 신생국이던 미국을 둘러보고 새로운 정치체제였던 아메리카식 민주주의를 연구한 알렉시 드 토크빌의 생각이다. 결국 소수의 권익을 보장하는 것이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것이다.

소수가 다수에 맞설 보장책으로,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게 바로 사법제도다. 사법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헌법과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다수가 소수의 권익을 침해할 수 없다.

우리도 법관이 일시적인 여론이나 다수의 압제에 휘둘리지 말라고 마련해 놓은 장치가 여럿 있다. 법관을 선거로 뽑지 않고, 일반 법관의 임기를 10년 동안 보장하고,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않고는 법관이 파면되지 않게 하는 게 그것이다.

반대로 사법부가 다수의 의견, 여론만 좇고 다수 정치세력과 야합한다면, 자신의 역할을 부인하는 것이다. 나아가 압제의 조력자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다수를 구성하는 개개인은 언제든 소수가 될 수 있다. 사법부가 다수 정치권력의 눈치만 볼 경우 나의 권익이 침해당해도 호소할 곳이 없게 된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그런 점에서 어떻게 하면 사법부를 흔들고, 민주주의를 흔들 수 있는지 보여주는 반면교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는 국회 여당의 입장과 계획을 이유로 법관의 사표를 막았다. 그 결과 법관은 권력에 밉보이면 언제든 탄핵소추될 수 있음을 걱정해야 한다. 법원 구성원들은 대법원장이 일단 사표를 수리한 뒤 여권에서 문제 제기를 한다면 '이의 있다면 소송을 하시라'라고 하는 강단을 보이길 바랐을 것이다.

다수 정치권력에 불리한 법원 판결이 나오자 여권 정치인들이 잇따라 험악한 비판을 쏟아냈지만 대법원장은 사법권 독립 침해를 우려하는 언급 한번 없었다. 법원 예산을 가지고 대법관에게 ‘의원님 살려주십시오’라고 말해보라고 했던 정치인이 법무부 장관이 됐어도 침묵했다. 여권 인사들에게 유리하게 재판을 진행했다는 의심을 받는 법관들은 그간의 인사 관례를 무시하고 유임시켰다.

거짓말 사태는 그 정점이다. 탄핵 언급이 없었다는 해명은 당사자인 법관의 녹취를 통해 거짓으로 드러났다. 법원 내부에서는 과연 사법부가 위증죄를 처벌할 자격이 있느냐는 자조가 나왔다.

여권 유력 대선주자에 대한 형사 재판에서 '일부 부정확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표현을 한 것을 두고 적극적으로 반대 사실을 공표했다거나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는 법리를 만들어낸 대법원이다. 이제 그 법리를 대법원장의 거짓말에도 적용해야할 정도로 우리 사회는 거짓에 너그러워져야 한다.

국회의원과 대통령이 국민의 선택을 통해 권위를 확보한다면, 사법부를 지탱하는 것은 도덕성이다.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해야 한다(헌법 제 103조). 헌법과 법률이 성문화돼 있기 때문에 중요한 건 이를 해석하고 적용하는 양심이다.

도덕은 선악을 구별해볼 줄 아는 능력이고 양심은 그 도덕을 바탕으로 처신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사회적 인격이다. 우리는 녹음파일을 통해 대법원장의 도덕성이 어느정도인지 확인했다. 도덕성 없는 이에게 양심을 기대할 수는 없다.

대법원장은 녹취 공개 보름 만에 법원 내부통신망에 올린 '국민과 법원 가족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입장문에서 사법개혁 완성을 위한 헌법적 사명을 완수하겠다고 했다. 헌법적 사명이란 것은 법관이 독립적인 재판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어야 한다.

사법개혁의 최종 목표도 독립된 재판이어야 한다. 스스로 독립성을 의심받는 이가 그런 사명감을 가졌다고 하는 건 또다른 정치적 언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대법원장의 역할은 사법부의 독립을 지키고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다. 자신을 지키는 게 우선이 돼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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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권 사회부장 indep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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