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의 아포리아]좋은 정치란 무엇인가?

김남국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2021. 2. 23.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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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리아는 그리스어의 부정 접두사 아(α)와 길을 뜻하는 포리아(ποροσ)가 합쳐져 길이 없는 막다른 골목, 또는 증거와 반증이 동시에 존재하여 진실을 규명하기 어려운 난제를 뜻하는 용어.

이런 맥락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정치적 동물"이라고 불렀고 러시아의 혁명가였던 니콜라이 부하린은 "그가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결코 정치밖에 서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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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아포리아는 그리스어의 부정 접두사 아(α)와 길을 뜻하는 포리아(ποροσ)가 합쳐져 길이 없는 막다른 골목, 또는 증거와 반증이 동시에 존재하여 진실을 규명하기 어려운 난제를 뜻하는 용어. '김남국의 아포리아'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에 대해 지구적 맥락과 역사적 흐름을 고려한 성찰을 통해 새로운 해석과 대안을 모색한다.

로빈슨 크루소가 무인도에 혼자 살 때 정치는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금요일에 프라이데이가 도착하자 비로소 정치가 시작됐다. 정치는 기본적으로 둘 이상의 사람이 모여 살면서 서로 다른 생각과 계획, 자원을 갖고 다투기 시작할 때 생겨난다. 즉 사람들이 모여 살 때 그들 사이의 의견을 조정하고 타협하는 과정에서 정치는 필연적으로 등장한다. 이런 맥락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정치적 동물"이라고 불렀고 러시아의 혁명가였던 니콜라이 부하린은 "그가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결코 정치밖에 서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정치학자 데이비드 이스턴은 정치의 기능에 초점을 맞춰 "가치의 권위적인 배분"이라는 정의를 내놓았다. 여기에서 가치는 사람들이 갖기를 다투는 희소한 자원을 일컬으며 권위적이란 국가가 개입해 몫을 나누는 최종적인 결정의 의미를 강조한 것이다. 이외에도 신해혁명의 주역이자 중국공산당 창당 멤버인 천두슈는 "정치란 먹는 것"이라고 갈파한 바 있고, 해롤드 라스웰은 "누가 무엇을 언제 어떻게 갖느냐"의 문제로 정치를 정의했으며, 막스 베버는 "국가의 운영과 이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이라고 정치를 설명하기도 했다.
 
어떤 정의에 따르든 정치는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요한 문제다. 1992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클린턴 후보 진영이 내세운 슬로건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가 주목을 끌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조금 더 생각해 보면 경제가 문제지만 해답은 정치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곧 알 수 있다. 어떤 경제정책을 통해 어느 방향의 미래를 추구할지는 결국 정치가 정해야 하고 그런 정치의 결정에 따라 경제의 앞날도 좌우되는 것이다.
 
민주화 이후 절차적 민주주의가 정착된 상황에서 우리 사회의 근본적이고 광범위한 변화의 가능성은 정치에서 온다. 급격한 사회변혁을 통해 혁명을 추구하던 시대가 가고 민주화의 진전에 따라 아무리 사소한 변화도 제도적 절차를 지키며 진행돼야 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빠르고 큰 변화의 가능성은 결국 정치에서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의 정치는 적어도 두 가지 문제에 직면해 있다. 첫째는 대의민주주의에서 우리를 대신해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대표자들을 어떻게 통제하느냐의 문제다. 즉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사유화하는 대표자들을 감시해 사회안전망 강화나 기후변화 위기 등 국민과 시대적 요구에 따라 일하게 하는 것이다. 둘째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에 의해 주요 사회의제가 결정되는 정치의 사법화 현상을 막고 토론과 타협이 작동하는 정치의 우선성을 회복함으로써 국민주권의 원칙을 관철하는 문제다.
 
모두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국민주권의 구현과정에서 생기는 또 다른 어려움은 우리의 의사와 상관없는 결말이 권력의 기획에 의해 이미 정해져 있다는 '음모론'이나 자본의 힘에 의해 상황이 정해진다는 '결정론'의 존재이고 이러한 반정치적 담론들이 부추기는 정치적 무관심의 확산이다. 물론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는 사회적 약자로 하여금 정치에 관심을 가질 여유를 아예 없애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국민주권을 위협하는 이러한 도전에 맞서기 위해 가장 중요한 관건이 국민의 참여로부터 비롯되는 역동적인 정치의 부활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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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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