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가 소멸시킨 전세, 세입자 40%가 월세 살이로
서울에서 거래된 주택 임대차 계약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율이 작년 1월 26.8%에서 올 1월엔 39.3%로, 1년 새 13%포인트 가까이 급등했다. 주택 보유세가 인상된 데다 임대차법 개정 등의 영향으로 전세 계약이 월세나 월세 낀 반전세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도 월세 비율이 1년 새 38.3%에서 41.0%로 높아졌다. 매달 월세를 현금으로 추가 지출해야 하는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급격히 진행되는 ‘전세의 월세화(化)’는 정부가 조장한 정책 실패의 결과다. 정부가 집값을 올려놓고는 공시가와 종부세 세율을 급속히 인상하자 집주인들이 늘어난 보유세 부담을 충당하려 전세를 월세·반전세로 전환하고 나섰다. 여기에다 작년 7월 전세 의무기간을 ‘2년+2년’으로 연장한 개정 임대차법이 전세 공급을 줄이면서 월세화를 더욱 가속화했다. 매물 품귀로 전세를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집주인의 월세 요구를 수용해야 할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다. 전세값은 전셋값대로 상승세가 계속됐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18% 상승, 6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뛰었다. 경기도 아파트 전셋값도 평균 3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정부가 주거 취약층을 전셋값 상승과 월세 부담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만들었다.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한국에만 활성화된 전세 시스템은 청년이나 저소득 서민층이 주거비 지출을 최소화하면서 내 집 구입용 목돈을 축적할 수 있는 유용한 제도다. 산업화 이후 수십 년간 무주택자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온 전세 제도를 정부가 앞장서 소멸로 이끌고 있다. 새로 추가된 월세 부담에 세입자들 허리가 휘는데 어떤 다주택자 여당 의원은 “전세 소멸을 아쉬워하지 말라” 하고, 국토부는 새 임대차법이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의 성장통”이라며 제도 보완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이게 서민과 약자를 위한다는 정부 맞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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