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칼럼] 야당에 ‘인물’ 없다?

김대중 칼럼니스트 2021. 2. 23. 03:2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보수 정당 노쇠해 인물 없다 혀를 차면서 여당 ‘권력 꼭두각시’들엔 아무런 말이 없다
4월 보선은 ‘인물’ 아니라 與냐 野냐 결정하는 선거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우상호 민주당 의원,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무소속 금태섭 전 의원/연합뉴스

사람들은 흔히 야당(국민의힘)을 비판하면서 ‘인물이 없다’고 한다. 대통령감, 시장감이 없다는 말이다. 사람마다 ‘감’을 결정하는 기준이 다를 것이다. 지적 능력을 거론하는 사람, 도덕성을 중시하는 사람, 경력을 우선시하는 사람, 외모를 따지는 사람, 심지어 나이와 성(性)을 거론하는 사람도 있다. 게다가 과거에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신 사람이 또 나오고 한때 국민 심판을 받았던 사람이 다시 등장하는 상황이기에 흘러간 물이 물레방아를 돌리려 한다는 것이라는 비아냥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러면서 이런 인물 부재(不在)의 원인을 보수 정당의 노쇠성, 고참 세력들의 견제, 신진 세력의 침체, 시대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폐쇄성에서 찾는다. 국민의힘이 혈기 왕성하고 재기 발랄한 정당은 아니다. 세계의 모든 보수파 정당이 그렇듯이 ‘기존의 가치에 얽매이는’ 경향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의힘이 하루아침에 진보-좌파 정당처럼 행세할 수는 없는 일이다.

보수 정당의 ‘인물’은 당에서 키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커야 한다. 특히 야당의 인물은 국민이 키웠고 국민이 만들어줬다. 국민이 집권 세력을 비판하고 정권의 교체를 요구할 때 그 흐름을 타고 등장한 신인들을 격려하고 힘을 실어주는 과정에서 ‘인물’은 탄생하는 것이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은 바로 그런 과정의 산물이다. 70년대 초 정통 보수 야당인 신민당에서 김영삼(당시 46세)이 ’40대 기수론(旗手論)’을 들고나와 김대중(48세)-이철승(49세)과 함께 당의 청년화(靑年化)에 성공했다. 당시 여당인 공화당의 김종필까지 이 40대 기수론에 편승하면서 한국 정치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당시 야당의 총재인 유진산은 이들을 가리켜 ‘정치적 미성년자’로 혹평하고 구상유취(口尙乳臭·아직 젖비린내 나는 사람)라고 악담을 했지만 한국의 정치 40대는 훗날 2명의 대통령과 1명의 총리를 배출했다. 지금 야당에는 이런 분위기가 없다. 당에도 없고 국민에게도 비난과 비판은 있지만 격려는 없다.

야당에 ‘사람 없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여당의 ‘인물’은 언급한 기억이 없다. 더불어민주당에는 좋은 ‘인물’이 많고 또 야당보다 낫다는 의미인가? 본래 여당의 인물들은 권력으로 인해 큰 사람들이다. 아니면 좌파 운동한 경력의 소유자들이다. 권력에 아부하고 또 좌파에 헌신해서 얻은 결과다. 그래서 그들에게 ‘감’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야당의 인물 부재에는 혀를 차면서도 여당의 ‘권력 꼭두각시’(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들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야당의 인물부재론이 야당을 흠잡기 위한 음모론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국민의힘이 야당으로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일리(一理) 있지만 이리(二理)까지 있는 것은 아니다. 불과 4년 전 현직 대통령을 탄핵으로 잃고 정권마저 빼앗긴 야당은 나락에 떨어졌다. 그 4년의 기간에 야당은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좌파 집권 세력의 집요하고도 난폭한 탄압과 압박과 선전·선동이 있었다. 지난 4·15 선거에서는 참패했다. 웬만하면 벌써 죽었거나 겨우 명맥만을 유지했을 텐데 그래도 국민의힘은 살아남아 이번 보궐선거에서 집권 세력을 향해 비수를 들이대고 있다. 그만하면 마냥 타박만 할 일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시화되면서 집권 세력 내부에 균열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사라져도 권력은 내놓을 수 없다는 운동권-좌파 핵심들이 보궐선거를 기점으로 딴살림(?)을 차리는 분위기다. 신현수 민정수석의 사퇴 소동으로 그것이 표면화하고 있다. 이들이 보궐선거에 올인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이번 보궐선거는 그래서 더욱 정치적 의미가 크다. 민주당이 이겨 정권 재창출이 가능해지면 내부의 고발과 반발은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일 것이고 선거에서 지면 여기저기서 휘슬이 울리고 정권의 추락은 가속화할 것이다. 이번 보궐선거는 그래서 대한민국 헌정사상 그 어느 때보다 중차대한 의미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시장·부산시장 선거에서 ‘누구’는 중요하지 않다. 재임 기간이 1년 남짓인 단체장을 뽑는 선거인 만큼, ‘인물’이 주제가 될 수도 없다. 민주당이 이기느냐 국민의힘이 이기느냐 그것뿐이다. 이번 선거는 문 정권의 운명뿐 아니라 좌파 정권에 주는 국민의 경고라는 점에 결정적 의미가 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