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에 뿌리 내린 '간 큰' 대구 청년 "지역감정 의존하는 정치의 틀 깰 것"
“저 같은 ‘또라이’가 국민의힘에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도전하는 청년이 많아져야죠.”
4058표. 지난 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천하람(35)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조직위원장이 지역에서 얻은 표다. 득표율로 따지면 3%. 사실상 ‘참패’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작년 8월 아내와 아이, 장인·장모와 함께 아예 순천으로 이사했다. 순천 시내 한가운데 변호사 사무실도 열었다. 대구에서 나고 자란 그가 “순천에 뿌리를 내리겠다”고 하자 여기저기서 ‘또라이’라고 했다. 지난 18일 그를 만나 “별명이 마음에 드는지” 물었다. “나쁘지 않은데요? 진정성을 가진 ‘또라이’가 되겠습니다.” 그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평범한 변호사였던 그는 지난 총선 직전 국민의힘에 영입됐다. 당연히 당선 가능성이 비교적 큰 수도권을 지역구로 고민했다. 그러다 “가장 어려운 일, 그러면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을 하자”는 생각에 달했다. 순천에 공천을 신청했고, 처참히 깨졌다.
‘도대체 왜 여기에 왔느냐.’ 지역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대구 출신의 보수 정당 청년이 굳이 ‘험지 중의 험지’인 전남에서 활동하니 이런 물음이 따라다닌다. 당차게 받아치고 있다. “제가 ‘대통령 되려고요. 경상도 출신이 호남과도 소통할 수 있으면 대선 후보감 아닙니까?’라고 하면 ‘아, 이 친구 꿈이 크네!’하고 웃으시더라고요.”
어렵사리 친해진 지역 주민들은 “대놓고 도와주지는 못한다”며 그와 친분을 드러내는 것을 꺼렸다. 명함을 건네면 그 자리에서 집어던진 사람도 숱했다. 순천에 사는 같은 당 김웅 의원의 어머니가 이 장면을 보고 김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천하람이라는 애가 고생하던데, 잘 좀 챙겨주라”고 말한 일도 있었다.
고향인 TK(대구·경북) 지역이나 비례대표를 노렸으면 길이 조금은 평탄했을지 모른다. 천 위원장은 그러나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지역감정에 의존하는 기성 정치의 틀을 깨고 싶어요. 실패하더라도 부끄럽지 않은 정치를 하겠습니다.”
앞으로 계획을 묻자 “당연히 22대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고 했다. “‘쇼'하려고 이사 온 게 아니에요. 순천을 이용했다는 소리가 안 나오게 할 겁니다.” 다음 총선 전망이 밝은 것도 아니다. 그도 “솔직히 당선은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건전하고 성실한 청년이라면 보수 정당 소속이라도 품어주실 것이라 믿는다”며 “30% 정도 득표해 전국을 깜짝 놀라게 하고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소리를 듣는 게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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