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장의 건축] 공중에 뜬 갤러리
합성도 착시도 아니다. 길이 27m에 넓이 120㎡(36평). 길쭉한 네모꼴의 방. 한쪽 끝만 산비탈에 걸치고 다른 쪽은 기둥의 지지 없이 공중에 떠 있다.
중력을 거스른 듯한 이 건물은 영국 건축회사 RSHP에서 지난해 말 남프랑스에 지은 갤러리다. RSHP는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88)가 설립했고 로저스는 곧 현업에서 은퇴할 예정이니 이 갤러리는 로저스의 은퇴작이다. 부지인 샤토 라 코스테(Chateau La Coste) 와이너리는 장 누벨, 렌초 피아노, 안도 다다오 같은 스타 건축가들의 작품이 곳곳에 포진한 곳. 여기에 갤러리를 지어 달라는 의뢰를 받고 로저스가 고른 자리가 이 비탈이었다고 한다.
2007년 ‘건축 노벨상’ 프리츠커상을 받은 로저스는 렌초 피아노와 함께 퐁피두 센터를 설계한 건축가로도 유명하다. 구축 방식이 직관적으로 읽히도록 뼈대를 외부에 드러낸 퐁피두 센터처럼 이 갤러리도 오렌지색 철골 뼈대를 노출했다. 건물이 지면과 접한 곳은 비탈 쪽의 4곳뿐이다. 오렌지색 뼈대의 하단 양 끝이 두 발처럼 지면을 딛고 있고, 뼈대의 상단 양 끝에서는 각각 4가닥씩의 금속 케이블을 수직으로 지하까지 박아넣었다. 케이블이 기온 변화에 따라 수축 팽창하면서 적절한 장력을 유지하도록 설계한 데서 하이테크 건축의 선두 주자로 불렸던 로저스의 면모가 엿보인다. 최소의 몸짓으로 무공을 드러내는 무림의 고수처럼 건축의 대가는 일생의 철학을 36평에 구현해 놓고 물러났다. 채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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