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에어 포켓

김태훈 논설위원 2021. 2. 23.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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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앞바다 전복 어선 실종 선원 수색20일 경북 경주 감포 해상에서 해경이 높은 파도 등 어려운 상황 속에서 전복된 어선 내부에 생존자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선체 타격을 시도하고 있다. 앞서 지난 19일 오후 경주 감포 동방 약 42㎞ 해상에서 9.77t급 어선(승선원 6명)이 전복돼 6명이 실종됐다. 2021.2.20 [포항해경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17년 12월 3일 새벽 인천 영흥도 앞바다에서 낚싯배가 다른 배와 충돌하며 뒤집혔다. 이 사고로 15명이 숨졌다. 생존자 7명 중 3명은 배 안에서 구출됐다. 배가 뒤집힐 때 조타실 내부에 생긴 에어 포켓(공기주머니) 덕분에 익사하지 않았다. 2012년 남아공 연안에서 39명을 태운 배가 뒤집혔을 때도 살아남은 이들은 벽장 크기 에어 포켓에서 5~6시간을 버텼다. 나이지리아 근해 수심 30m 바닥에 침몰한 배에서 60시간 만에 생환한 사례도 있다.

▶어항을 뒤집은 상태로 물속에 넣으면 윗부분에 공기층이 생긴다. 이게 에어 포켓이다. 배가 뒤집혀도 에어 포켓을 찾으면 생존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배에 에어 포켓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북한 어뢰 공격으로 두 쪽 난 천안함과 격벽이 나무로 된 세월호에는 에어 포켓이 없었다. 에어 포켓이 있다 해도 생환 가능성은 의외로 높지 않다. 뒤집히거나 침몰한 배 안에서 산소가 고갈되기 전에 생존자가 있는 에어 포켓을 찾기부터가 쉽지 않다.

어항을 뒤집은 상태로 물속에 넣으면 윗부분에 공기층이 생긴다. 이게 에어 포켓이다. 배가 뒤집혀도 에어 포켓을 찾으면 생존을 기대할 수 있다.

▶겨울엔 저체온증도 치명적이다. 체온이 35도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저체온증이라 한다. 이때 사시나무처럼 떠는 것은 체온을 올리기 위한 방어 기제다. 34도 밑으로 내려가면 정신착란이 온다. 32도가 되면 생명이 위험해진다. 며칠 전 경주 앞바다에서 배가 뒤집혔는데 사고 당시 해역 수온은 약 12도였다. 이런 바다에 빠지면 대개 두 시간 안에 의식을 잃고 생존 시간도 최장 6시간을 넘기지 못한다.

▶저체온증이 생존을 돕기도 한다. 체온이 떨어지면 몸은 생존을 위해 호흡을 줄이고 에너지를 아낀다. 밀폐된 공간에 장시간 갇혔던 생존자가 질식하지 않은 것은 뇌가 신진대사를 늦추고 산소를 아꼈기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심정지에 빠진 환자를 얼음 속에 넣어 저온 치료를 하는 것도 산소 소비를 줄여 뇌세포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배 안에 갇혀 있던 50대 남성이 40시간 만에 구조됐다. 사고가 나자 탈출을 포기하고 배 속 어창으로 피신했다. 소형 배 제작에 쓰는 섬유강화플라스틱이 어창의 빈틈을 막아 에어 포켓을 만든 덕분이다. 저체온증을 피한 것도 천운이다. 배가 9.77t으로 소형인데도 몸이 젖지 않을 만큼의 공간이 어창 안에 있었다. 구조 당시 입이 얼어 말을 하지 못했지만 의식은 멀쩡했다. 구출 과정을 보니 파도가 일렁이는 찬 바다에 해경 잠수사 11명이 뛰어들었다. 불길 속에서 인명을 구하는 소방관과 다를 게 없었다. 제 목숨 던져 남의 생명 살리는 진짜 영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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