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614] 박쥐의 이동과 코로나
많은 사람이 ‘코로나19′가 기후변화와 연관돼 있을 것이라 짐작한다. 그러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밝히는 작업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작년 초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질 무렵 나는 나름의 탁상 시나리오를 만들어 소개했다. 지난 20년 동안 발생한 대표적인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병인 사스, 메르스, 코로나19 모두 박쥐에서 유래된 것으로 밝혀졌는데, 그동안 주로 열대에 살던 박쥐들이 기후변화로 인해 기온이 오른 온대로 대거 이동하는 바람에 우리 인간과 물리적 거리가 좁아져 더욱 손쉽게 바이러스를 공유하게 됐다는 게 내 시나리오의 줄거리였다.
그런데 국제학술지 ‘종합환경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최신호에 내 시나리오를 조목조목 뒷받침하는 논문이 게재됐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이 마치 내 제안을 받아들인 듯 기후변화에 따른 박쥐 분포의 변천을 추적했다. 중국 남부 윈난(雲南)성과 미얀마와 라오스의 인접 지역이 박쥐의 새로운 거점으로 부상했다. 지난 100년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로 인한 기온 상승과 강수량 변화로 이 지역의 관목지가 열대 사바나와 활엽수림으로 바뀌며 박쥐가 서식하기 알맞은 식생으로 변했다. 박쥐 한 종이 평균 2.67종의 코로나 바이러스를 보유하는 걸 감안하면 박쥐 40종이 이주하며 100여 종의 새로운 바이러스를 들여온 셈이다.
이 논문 하나로 기후변화와 코로나19의 인과관계가 명명백백 드러난 것은 아니다. 식용 또는 약용으로 박쥐를 포획하긴 해도 인간과 박쥐의 접촉은 그리 흔하지 않다. 코로나19는 인간의 생활 공간이 확장되며 야생동물의 서식 공간이 축소되거나 황폐해지는 과정에서 박쥐로부터 바이러스를 옮겨 받은 각종 야생동물과 인간의 접촉이 빈번해지며 벌어진 생태 재앙이다. 자연 생태계 보전에 관한 총체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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