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과 칸막이를 활용한 인테리어

서울문화사 2021. 2. 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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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과 칸막이를 최소화한 공간을 사용자의 의도에 따라 플렉시블하게 바꾸는 것. 오픈 플랜은 1인 가구의 증가, 팬데믹 등 다양한 사회현상과 맞물려 가장 현대적인 주거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네덜란드의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 Modijefsky에서 디자인한 복층형 오픈 플랜 하우스. ©Studio Modijefsky

더 넓고 더 좋은 공간에 대한 욕구 확 트인 하나의 공간에 거실과 침실, 주방, 다이닝 룸, 서재 등이 유기적으로 구성된 공간. 좁은 아파트 혹은 원룸 오피스텔에서 주로 볼 수 있던 ‘오픈 플랜(Open plan)’이 리빙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오픈 플랜은 공간의 쓰임새와 용도를 높이기 위해 칸막이를 최소화한 공간 설계다. 덕분에 공간을 넓게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니멀한 인테리어로 인기를 모으는 샐러드보울 디자인의 구창민 대표도 ‘오픈 플랜’의 유행을 반긴다.

“경계가 없는 개방적 형태의 오픈 플랜 공간이 넓어 보이는 효과가 있어요. 공간이 벽으로 갇히지 않고 넓어지면서 채광이 잘 들어와 집 안이 환해지죠.” 한샘 공간디자인부 강보연 대리도 같은 의견이다. “오픈 플랜은 시야를 차단하는 장애물이 없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개운하고 시원하죠. 하나의 공간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고 상황에 따라 가변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좋고요.”

오픈 플랜의 장점은 또 있다. 공간을 뻔하지 않게, 취향껏 활용할 수 있다는 점. 전상현 건축가는 “한정된 면적에서 최대한의 감흥을 느끼고 싶은 것”이 오픈 플랜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에 많은 주거 형태인 아파트는 공간과 기능이 일대일 구조예요. 너무 뻔하죠. 하지만 좋은 공간을 보고 경험하면서 공간을 플렉시블하게 꾸미길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실제로 건축 설계를 의뢰하는 사람들이 예전에는 방의 개수나 마감재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면, 요즘에는 ‘공간을 어떻게 쓰고 싶다’ 혹은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다’라고 이야기를 해요.”

다케시 시카우치(Takeshi Shikauchi)가 설계한 오픈 플랜의 사례. 주방과 다이닝, 거실, 취미 공간이 하나로 통합되어 있으며, 유리문을 통해 개방감을 살렸다. ©Koich Torimura

오픈 플랜, 왜 지금 더 인기일까? 건축가 유현준 교수는 오픈 플랜의 인기 요인으로 ‘핵가족화’와 ‘기술의 발달’을 꼽는다. “가족이 여러 명일 때는 하나의 공간이 하나의 기능만 해야 했어요.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맞추기 위해 공부하는 책상과 밥 먹는 식탁이 따로 존재해야 했죠.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부실별로 공간을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해졌어요. 또한 핸드폰과 랩톱이 등장해 한 자리에서 TV를 보는 일도 더 이상 없죠. 결국 동선이 자유롭고 쓰임새가 다양하도록 모든 공간이 통폐합되는 거예요.” 강보연 대리는 ‘팬데믹으로 인해 오픈 플랜의 인기가 더욱 가속화되었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은 저녁이 유일했어요. 한샘을 찾는 고객의 90% 이상은 주말에 외출을 한다더라고요. 그런데 팬데믹으로 인해 온 가족이 함께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공간을 넓게 쓰는 오픈 플랜 구조로 눈을 돌리게 되는 것이죠.”

LG하우시스는 개방형 구조를 커튼으로 분리해 오픈 플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예시를 보여준다. ©LG하우시스

나를 위한 ‘오픈 플랜’ 오픈 플랜은 건축과 인테리어 전면에서 시도되고 있다. 유현준 교수는 오픈 플랜으로 생겨난 통합 공간을 ‘멀티 퍼포먼스 스페이스’라고 부른다. “아파트는 나뭇가지 동선이에요. 복도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방들이 존재하니 부여된 기능만 담당할 수밖에 없죠. 이러한 동선을 순환형으로 바꾸는 시도를 해야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개성 있는 주거 공간을 만들 수 있죠.” 오픈 플랜을 효과적으로 적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비내력벽을 허무는 것. 불투명한 가벽을 가시성 높은 유리로 대체하거나, 막힌 공간에 창을 내 개방감을 주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모든 공간이 확 트이면 자칫 불안감을 줄 수 있다. 구창민 대표는 ‘심리적 경계’를 만들라고 조언한다. “소파의 방향을 틀어 공간을 등지게 하거나, 테이블 또는 하부장을 이용해 공간을 구분해주면 안정적이에요. 반투명 유리나 한지, 격살이 있는 나무 패널 등을 파티션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전상현 대표에 따르면 오픈 플랜의 가장 좋은 예시는 한옥이라고. “한옥은 미닫이문을 열고 들개문을 들어올리면 방과 대청마루가 하나가 되고 외부이면서 내부가 되죠. 공간을 의도에 따라 자유롭게 확장하고 경계 짓는 것이 오늘날의 오픈 플랜과 닮았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좋은 주거 공간에 대한 고민은 같다. 좀 더 나은 주거 공간에 대한 사람들의 열망이 오늘날 ‘오픈 플랜’을 다시금 주목하게 만든 계기가 된 것은 아닐까.

일본 건축가 다케시 시카우치가 설계한 배스 키친 하우스. ©Koich Torimura


오픈 플랜의 가장 좋은 예시는 한옥입니다.한옥은 미닫이문을 열고 들개문을 들어올리면 방과 대청마루가 하나가 되고 외부이면서 내부가 되죠.
공간을 의도에 따라 자유롭게 확장하고 경계 짓는 것이 오늘날의 오픈 플랜과 닮았습니다.

기획 : 한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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