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관계에 목마른 시간

박지원 2021. 2. 22.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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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하우스 초대장 혹시 있어? 딱 하나만 구할 수 없을까."

클럽하우스를 이용할 수 없는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을 쓰는 탓에 초대장이 없다고 답하자 상심한 표정이 되돌아왔다.

불붙은 클럽하우스 유행이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현실과 가장 닮은 온라인상의 관계를 향한 갈망은 더 강해질 것이란 점이다.

클럽하우스라는 새로운 SNS가 등장한 것처럼 관계에 목마른 이 시간이 우리에게 또 어떤 새로운 세계를 열어줄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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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하우스 초대장 혹시 있어? 딱 하나만 구할 수 없을까….”

얼마 전 한 지인이 애타는 목소리로 물어왔다. 평소 뭘 부탁하는 법이 없던 그를 애걸복걸하게 만든 건 최근 유행하는 음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클럽하우스’ 초대장이었다. 클럽하우스를 이용할 수 없는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을 쓰는 탓에 초대장이 없다고 답하자 상심한 표정이 되돌아왔다. 그 역시 클럽하우스를 쓸 수 있는 전자기기를 갖고 있지 않았지만 초대장만 구할 수 있다면 전자기기를 새로 살 생각이라고 했다. 정 안 되면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돈을 주고라도 초대장을 사겠다는 그를 보며 클럽하우스가 대체 뭐길래 이럴까, 궁금해졌다.
박지원 사회부 기자
클럽하우스는 전에 없던 새로운 유형의 SNS다. 사진·글 등 시각적 게시물을 올리던 기존 SNS들과 달리 음성 기반으로 이뤄지는 ‘소셜 오디오 서비스’인 데다 소수 정예를 표방한다. 초대장을 받아야만 가입할 수 있고 인당 초대 인원에 제한이 있다. 누구를 초대했는지 기록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녀 아무나 초대할 수도 없다. 온라인이지만 대화 기반이고 기록이 남지 않아 현실 인간관계와 유사한 현재성도 지닌다. 말하자면 현실과 온라인의 중간, 그 어디쯤 놓인 새로운 공간이다.

지난해 3월 탄생한 클럽하우스는 유명인들이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출시 1년 만에 유행의 최첨단에 서게 됐다. 트렌드에 민감한 ‘인싸(Insider·사교적인 사람)’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를 끌며 ‘인싸들의 SNS’라는 별명도 생겼다. 클럽하우스 초대장을 구하려는 사람이 많아지자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 돈을 받고 초대장을 파는 사람도 생겨났다. 한 중고거래 앱에서는 초대장 하나가 2만∼3만원 선에 거래된다.

이름도 낯선 ‘소셜 오디오 서비스’가 이토록 빠르게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데는 단절된 현실 인간관계에 대한 목마름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오프라인 인간관계가 단절된 지금, 많은 사람이 과거에는 오히려 피곤했을 법한 클럽하우스식 소통에 뼈져들고 있다. 최근 이 SNS를 시작한 30대 A씨는 “듣다 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새벽 늦게까지 잠을 못 잔다. 중독성이 장난이 아니다”라고 했다. 처음엔 흘러가는 남의 얘기를 듣는 게 뭐 그리 재밌을까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간관계 상당 부분이 단절된 상황에서 ‘남의 얘기’를 듣는 것만큼 재밌는 게 없었단다. 실제로 누군가가 가까이서 얘기하고 있는 듯한 생동감이 자신을 매료시켰다고 A씨는 전했다.

물론 이용자가 늘어남에 따라 새로운 문제도 잇따라 나온다. 일부 이용자 발언이 뭇매를 맞기도 하고 안드로이드 체제를 활용하는 기기에서는 이용할 수 없는 특성으로 클럽하우스가 ‘인싸’와 ‘아싸(Outsider·비사교적인 사람)’를 나누는 또 다른 기준으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불붙은 클럽하우스 유행이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현실과 가장 닮은 온라인상의 관계를 향한 갈망은 더 강해질 것이란 점이다. 모두가 관계에 목말라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건 비단 클럽하우스뿐이 아니다. ‘초대장’이 없으면 없는 대로 각자가 현실의 인간관계에 가장 가까운 대체재를 찾아 나선다. 클럽하우스라는 새로운 SNS가 등장한 것처럼 관계에 목마른 이 시간이 우리에게 또 어떤 새로운 세계를 열어줄지 두고 볼 일이다.

박지원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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