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산의마음을여는시] 짜장면 한 그릇

남상훈 2021. 2. 22.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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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두어 번 엄마와 짜장면을 먹는다.

그때마다 오늘은 한 그릇만 시켜라 당부하지만 '쟁반짜장'을 모르는 엄마 한 그릇이 왜 이리 많다니. 음식 남기는 게 아까워 과식을 한다.

허기란 그런 것 삶이 부러진 나무젓가락처럼 쓸쓸해질 때 함께 숟가락을 담그고 따뜻한 국물을 떠먹고 싶은 것 엄마는 돼지고기를 골라 자꾸 내 앞으로 밀지만 배 안에서 슬픔처럼 퉁퉁 불어가는 면발들 난 오랜만에 과식한 엄마의 입을 닦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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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희
한 달에 두어 번 엄마와 짜장면을 먹는다.
그때마다 오늘은 한 그릇만 시켜라 당부하지만
‘쟁반짜장’을 모르는 엄마
한 그릇이 왜 이리 많다니….
음식 남기는 게 아까워 과식을 한다.
식구란 밥 한 그릇을 나눠먹는 사이
얽히고설킨 짜장의 면발 같은 생의 길들
젓가락이 부딪힐 때마다
지금은 어디서 식은 밥 몇 숟가락으로 떠돌고 있을
또 다른 식구들이 아른거린다.
허기란 그런 것
삶이 부러진 나무젓가락처럼 쓸쓸해질 때
함께 숟가락을 담그고
따뜻한 국물을 떠먹고 싶은 것
엄마는 돼지고기를 골라 자꾸 내 앞으로 밀지만
배 안에서 슬픔처럼 퉁퉁 불어가는 면발들
난 오랜만에 과식한 엄마의 입을 닦아준다.
식구란 밥을 함께 먹는 사이입니다.

김치찌개나 된장찌개가 바글바글 끓는 뚝배기에 함께 숟가락을 담그고

따뜻한 국물을 떠먹는 그런 사이가 식구이지요.

시인은 이번 명절날에 식구들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명절이 부러진 나무젓가락처럼 쓸쓸해져서

시인은 엄마랑 단 둘이 짜장면을 먹으러 갔습니다.

여럿이 먹는 ‘쟁반짜장’을 모르는 엄마는 젓가락이 부딪힐 때마다

어디서 식은 밥 몇 숟가락으로 떠돌고 있을

다른 식구들을 떠올리시는 것 같습니다.

엄마는 돼지고기를 골라 자꾸 내 앞으로 밉니다.

퉁퉁 불어가는 면발들이 엄마와 시인 배 안에서 슬픔으로 쌓이고

얽히고설켜 까맣게 보이는 짜장의 면발 같은 생의 길들은 허기로 남습니다.

박미산 시인, 그림=원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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