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의원님들 차 한잔 합시다” 바이든은 먼저 다가간다

뉴욕/정시행 특파원 2021. 2. 22.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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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경기부양안 등 추진 위해 야당 접촉에 공들여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 1일 수전 콜린스 상원의원(초록색 드레스) 등 공화당의 중도파 의원 10명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코로나 경기부양안 등 핵심 법안의 처리에 협조할 것을 부탁하고 있다.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백악관 웨스트윙(업무동)이 여야 상원의원들이 끊임없이 드나드는 ‘회전문’이 됐다.”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을 백악관으로 잇따라 초청해 면담하고 있다며 이렇게 전했다. 바이든이 코로나로 인한 경기 침체 극복과 핵심 대선 공약 추진, 장관 인준 등에 초당적 협력을 이끌어내고자 직접 대야(對野) 협상에 나서고, 야당 의원들이 일부 호응하는 보기 드문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바이든은 1973년부터 36년간 상원의원, 8년간 상원의장을 하며 동료들과 쌓은 개인적 친분, 그리고 상원 법사위원장과 외교위원장 등으로 여야 협상을 이끌었던 경력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한다.

NYT 등에 따르면 이날 만남은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서 두고두고 화제가 됐다. 바이든이 함께 의정 생활을 한 콜린스 의원과 옛날 일화를 풀어내고, “내가 해본 직업 중 상원의원이 최고였다”고 하면서 분위기가 무척 화기애애했다는 것이다. 1시간으로 예정된 면담이 2시간으로 길어졌는데도 바이든은 야당 의원들과 헤어지는 것을 아쉬워했다고 한다.

바이든은 취임 2주 만인 지난 1일 수전 콜린스, 리사 머카우스키, 밋 롬니, 빌 캐시디 등 야당인 공화당의 중도파 의원 10명을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1조9000억달러(약 2105조원) 규모의 코로나 경기부양안 통과를 위해 말이 통할 만한 야당 의원들을 직접 만나 설득에 나선 것이다. 이날 면담에서 구체적인 성과는 없었다. 공화당 의원들은 민주당이 제시한 코로나 부양안의 3분의 1도 안 되는 6000억달러 규모로 축소해야 한다는 당의 입장을 고수했다.

그런데 NYT 등에 따르면 이날 만남은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서 두고두고 화제가 됐다. 바이든이 함께 의정 생활을 한 콜린스 의원과 옛날 일화를 풀어내고, “내가 해본 직업 중 상원의원이 최고였다”고 하면서 분위기가 무척 화기애애했다는 것이다. 1시간으로 예정된 면담이 2시간으로 길어졌는데도 바이든은 야당 의원들과 헤어지는 것을 아쉬워했다고 한다. 이날 이후에도 참석자들은 바이든에게서 두세 차례씩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지난 11일 백악관에서 양당 의원들을 초청해 인프라 투자 관련 논의를 하는 모습.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바이든은 11일에도 2조달러 규모 교통·환경 인프라 투자 정책을 두고 관련 상임위의 여야 대표들을 초청했다. 역시 공화당이 환영할 만한 주제는 아니었지만, 참석했던 공화당 의원들은 “대통령이 진실되고 따뜻하게 우리를 대했다” “내 직업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사람과 대화한다는 것 자체가 행복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최근 백악관에 다녀온 민주당의 존 테스터 의원은 “상원의원을 14년 하면서 오벌오피스(대통령 집무실)에 들어가본 게 처음이었다. 왠지 감정이 북받치더라”고 NYT에 말했다. 공화당의 젊은 의원들도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만 보면서 바이든이란 사람을 2차원적으로 이해했는데, 만나보니 전혀 다르더라”면서 백악관에 간 경험을 ‘문화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한다. 바이든이 지난 20일 암 투병 중인 밥 돌 전 공화당 상원의원을 예고 없이 병문안한 것도 화제가 됐다.

지난 2013년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과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였던 밥 돌 의원이 한 행사에 함께 참석한 모습. 지난 20일 바이든은 폐암 말기인 돌 전 의원을 예고 없이 찾아 문병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정파를 넘어 우정을 나눴던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고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

대통령이 야당 의원들과 격의 없이 어울리는 풍경은 미국에서도 최근 20여 년간 보기 힘들었다. 공직을 해본 적 없이 지지층과만 소통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물론, 중앙 정치 경력이 많지 않은 버락 오바마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시절에도 이런 모습은 흔하지 않았다.

반면 바이든은 ‘워싱턴 최고의 인사이더’로 불릴 정도로 스킨십과 협상에 익숙한 인물이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그는 의원 시절 의사당 복도를 걷다가 공화당 측 보좌관만 만나도 가족 안부부터 당내 동향까지 20~30분씩 수다를 떨곤 했다. 바이든은 워싱턴 밀실·구태 정치의 대명사로 불리기도 했지만, 지난 대선에선 ‘화합’을 내세워 중도층에 어필했다. 절친인 공화당 거물 고(故)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 가족의 지지 선언으로 보수 텃밭 애리조나에서 승리하기도 했다.

그러나 바이든의 이런 초당파적 노력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정권을 거치면서 극단적 정치 문화가 미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나 린지 그레이엄 의원 등 공화당 중진들은 바이든과 친분이 깊지만 코로나 부양안 등 핵심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 진보 진영에선 바이든이 최저임금 인상안을 사실상 포기하는 등 야당에 양보하려는 태도에 불만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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