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엔 재계 맏형 단체였지만..전경련, 나홀로 '구인난' 허덕

정환보 기자 2021. 2. 22.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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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정경유착’ 등 구설로 위상 약화
총회 코앞인데 후임자 인선 난항
허창수 회장, ‘강제 연임’ 기류
상의 최태원·무협 구자열 선임
‘변화’ 꾀하는 새 출발과 대조

국내 경제계를 대표하는 주요 단체들이 리더십 교체기를 맞은 가운데,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나홀로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다. 꼭 10년 전인 2011년 2월 취임한 허창수 전경련 회장(GS그룹 명예회장)은 마땅한 후임자를 찾지 못해 여섯번째 임기를 다시 시작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한국무역협회가 구자열 LS그룹 회장을 각각 임기 3년의 새로운 리더로 맞이하며 여러모로 조명받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2월 마지막주는 주요 경제단체의 정기총회가 집중돼 있어 이들 단체 사이에서는 ‘슈퍼 위크’로 불린다. 23일 서울상공회의소를 시작으로 24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한국무역협회, 26일 전경련의 정기총회 개최가 예정돼 있다. 이 가운데 경총을 제외한 3개 단체에서 새로운 회장이 선출된다. 최태원 회장은 서울상의 회장에 추대된 이후 다음달 대한상의 정기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출될 예정이고, 구자열 회장은 곧바로 무역협회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전경련은 사정이 다르다. 총회를 나흘 앞둔 22일 현재도 ‘자천타천’ 회장을 맡겠다는 인사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 현재 ‘전경련 부회장’을 맡고 있는 이들이 거명되고는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언급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허 회장이 또다시 ‘강제 연임’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기류가 강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 경영이나 이미지 제고에 그다지 도움될 것이 없어 보이는 자리를 누가 선뜻 맡으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고도 경제성장기 명실상부한 ‘경제단체 맏형’ 노릇을 했던 전경련의 위상이 그만큼 낮아진 것이다. 결정타는 2016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에 주요 대기업들이 줄줄이 연루된 사건이었다. 이로 인해 유수의 재계 총수들이 국회 청문회에 출석하고 특검 수사와 재판을 받으면서 ‘정경유착’의 민낯을 보여줬다. 이후 전경련의 주축이던 4대 그룹이 잇따라 회원사에서 탈퇴하면서 그만큼 ‘대표성’도 옅어졌다. 전경련은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경제인 초청행사에서도 배제되는 등 역할을 점차 잃어갔다. 그럼에도 이렇다 할 ‘변신’이나 재탄생의 모습을 보여주지도 못했다.

최태원 SK 회장이 선친인 최종현 선대회장이 회장직을 역임한 전경련이 아닌 대한상의행을 택한 것도 이 같은 위상 변화와 무관치 않다. 상공회의소의 경우 최근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등 ‘젊은 피’를 서울상의 부회장으로 새롭게 합류시키는 등 달라진 기업경영 환경에 발맞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무역협회도 그동안 퇴직 경제관료들이 회장직을 맡아오던 관례를 깨고 15년 만에 민간 기업인을 수장으로 맞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과거 ‘재벌’이 이끌었던 전경련으로 대표되는 ‘경제단체’의 형태를 바꾸자는 여론도 일고 있다. 전경련과 경총의 통합설이나 주요 단체들을 망라한 경제단체협의회(경단협)의 내실화 필요성 등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특히 ‘전경련·경총 통합설’은 전경련이 1961년 탄생 당시 모델로 삼은 일본의 게이단렌(經團連)이 한국의 경총에 해당하는 닛케이렌(日經連)과 2002년 합병을 한 선행사례가 있어 관심을 끈다. 다만 이 또한 전경련 개혁 방향에 대한 회원사들의 의견이 모아져야 하고, 개별 경제단체 설립의 근거가 되는 법률을 재정비해야 하는 등 통합에 이르기까지는 현실적인 난관이 많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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