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사찰 3개월 더 유지하기로..미국과 '핵합의 연장전'

김윤나영 기자 2021. 2. 22.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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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EA "감시활동 계속"..미신고 시설 불시 사찰은 제한
양국, JCPOA 복귀 신경전에도 EU 중재 긍정 검토 '변화'

[경향신문]

핵사찰 중단을 경고하던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앞으로 3개월간 제한적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제한적 수준이지만 사찰을 연장함으로써 미국과 이란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을 위한 3개월의 시간을 확보했다. 이란과 미국은 협상 조건을 두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양국 모두 유럽연합(EU)의 중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등 미묘한 변화도 감지된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21일(현지시간) “IAEA가 최대 3개월간 필요한 검증과 감시활동을 계속하기로 임시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전날 이란 수도 테헤란을 방문해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이란 원자력청장을 만난 뒤 오스트리아 빈에서 취재진에게 이같이 말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다만 IAEA의 핵사찰 활동이 제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은 지난해 말 의회를 통과한 법에 따라 23일부터 JCPOA에 부속된 ‘추가의정서’ 이행은 중단키로 했다. 이에 따라 IAEA가 예전처럼 이란 내 미신고 시설을 불시에 사찰하기는 어려워졌다. 대신 IAEA는 주요 핵시설인 나탄즈와 포르도 시설 등을 사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이번 합의는 실행 가능하고 현재의 입장차를 해소하는 데 유용할 것”이라며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상황은 정치적 협상에 따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이란과 미국 등이 체결한 JCPOA의 핵심은 이란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IAEA의 핵사찰을 받는 대신 국제사회가 대이란 제재를 해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가 JCPOA를 일방적으로 탈퇴하면서 이란도 이행 범위를 축소했다. 조 바이든 정부가 JCPOA 복원을 공언했지만 대미 협상파인 하산 로하니 이란 정부에는 시간이 많지 않다. 이란이 합의한 3개월은 오는 6월 임기가 끝나는 로하니 정권에 남은 시간이기도 하다. 로하니 입장에선 이번 합의로 IAEA에 최소한의 성의를 보이면서 협상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미국과 이란은 JCPOA 협상 조건을 두고 신경전을 계속하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CBS 인터뷰에서 “JCPOA 복귀 논의를 할 준비가 돼 있지만, 이란의 답이 없다”며 이란의 행동을 촉구했다. 반면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현지 프레스TV 인터뷰에서 “미국이 제재를 먼저 해제해야 협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팽팽히 맞서던 양국은 최근 EU가 중재한 협상 테이블에 참여하는 쪽으로 한발씩 물러섰다. 미 국무부는 18일 “미국은 EU로부터 핵합의 협상에 참가하라는 초청이 오면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도 21일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가 이란을 포함한 비공식 회담을 제안해 검토 중”이라며 “러시아, 중국을 포함한 파트너들과 협의해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과 이란이 포로 교환 협상을 시작한 것도 JCPOA 협상 재개를 위한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박현도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양국 간 물밑 접촉이 이어지는 것은 협상 재개에 긍정적인 신호”라면서도 “결국 이란과 미국이 동시에 JCPOA로 돌아와야 한다. 이란은 우라늄 농축률을 20%에서 JCPOA가 규정한 3.67%로 줄이고, 미국은 단계적 제재 해제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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