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사라지면 우리 마을도 사라지는 거유~"
[경향신문]
충북 옥천군 청성면 주민들이 ‘청성초등학교 살리기 운동’에 나섰다. 이종두 청성면 이장협의회장(72)은 22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청성면의 마지막 초등학교인 청성초가 사라지면 우리 마을도 사라지는 것”이라며 “주민들과 힘을 합쳐 학교를 지켜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현재 청성면의 인구는 2338명. 이 마을에는 한때 초등학교 5곳이 있었지만 1995년부터 인구 감소로 인한 학교 통폐합으로 4개 초등학교가 문을 닫았다. 현재 1932년에 개교한 청성초만 남았는데, 이 학교도 최근 분교로 격하될 위기에 놓였다.
내년 20명 이하 땐 통폐합
빈집 등 내놓고 귀촌 ‘손짓’
장학금·해외연수 지원까지
괴산·함양 등선 ‘유입’ 효과
올해 3월 새학기 기준 이 학교의 전교생은 16명이다. 지난해보다 1명 줄었다. 내년까지 전교생이 20명 이하로 유지되면 교육청 방침에 따라 타 지역 학교와 통폐합 대상이 된다.
마을 주민들은 지난해 12월 ‘청성초 살리기 운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귀농·귀촌인들에게 제공하려던 70.8㎡ 크기의 마을 빈집 3채를 내놓기로 했다. 교육청 홈페이지에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부모에게 집을 1년 동안 무료로 빌려주겠다’고 홍보했다. 월 10만원의 임대료는 청성면 번영회에서 부담한다.
또 청성초 졸업생 등이 주축이 돼 6000만원을 모금했고, 이 돈은 장학금과 학생들의 해외 연수비용 등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주민들 노력의 효과일까. 지난 19일 초등학생 1·6학년 자녀를 둔 부모가 충주에서 청성면 산계3리로 전입왔고, 24일에도 초등학생 1명이 청성초로 전학을 온다. 이 회장은 “시골에는 노인들밖에 없는데 학생 자녀를 둔 젊은 사람들이 오는 계기가 되는 초등학교까지 없어지면 마을의 존립기반이 흔들리게 된다”며 “다른 시골마을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다른 지역 시골마을도 초등학교 살리기에 힘쓰고 있다. 충북 괴산 장연면은 마을에서 운영하는 황토방 펜션 등을 무료로 내놔 10명에 불과했던 장연초의 전교생을 36명으로 늘렸다.
경남 함양군 서하초등학교도 2019년엔 전교생이 14명이었지만 1년 후엔 30명으로 늘어났다. 마을 주민들이 가족 일자리 알선과 외지인들에게 임대주택을 제공한 결과다.
청성면 관계자는 “초등학교까지 사라지면 마을 존립까지 위태로워지는 상황에서 주민들이 학교 지키기에 나서는 것 같다”며 “도시민들은 무료로 시골에서 살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어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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