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판국에 여야는 '백신 접전'

박홍두·박용하 기자 2021. 2. 22.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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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1호 접종' 공방

[경향신문]

“실험 대상” “기미 상궁이냐”
국민들 백신 불신만 부채질
전문가 “가만있는 게 돕는 것”
청와대 “1호 접종 배제 안 해”

아스트라제네카가 생산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사흘 앞두고 여야가 ‘누가 먼저 맞느냐’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야당은 이번주 첫 접종이 예정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국민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문재인 대통령이 ‘1호 접종’을 하라고 압박했다. 여당은 “야당의 4·7 재·보궐 선거용 노림수”라고 비판하며 정면충돌했다. 백신 효과성 논란이 ‘대통령 1호 접종’ 줄다리기로 확전하는 양상이다. 정작 백신 수급 문제부터 효능 안전성 논란까지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 데에는 정치권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신 1호 접종’ 논쟁은 지난 19일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1호 접종자는 문 대통령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백신 효능에 대한 일각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문 대통령이 먼저 접종하라는 제안이었다.

그러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국가원수가 실험 대상인가”라고 반발했다. 정 의원은 “초딩 얼라(초등학교 아이들)보다 못한 헛소리로 칭얼대지 말라”고 비난하면서 감정싸움까지 촉발됐다.

민주당 지도부도 22일 가세했다. 이낙연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백신은 과학의 영역”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도 야당은 백신에 대한 불신과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향자 최고위원도 “문 대통령이 먼저 맞으면 ‘백신 특혜’라고 하지 않겠나”라며 “야당이 백신 특혜 시비를 하지 않겠다는 확답만 주면 나부터 먼저 맞겠다”고 말했다.

야당 지도부도 맞받았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 차원에서 누가 어떻게 1차 접종을 해서 국민을 안심시킬지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태경 의원은 SNS에서 정 의원의 “국가원수가 실험 대상이냐”는 비판에 대해 “국민이 조선시대 ‘기미 상궁’이라도 되는가”라며 “대통령이 못 맞을 백신이라면 국민에게도 맞히면 안 된다”고 맞받기도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아예 자신이 먼저 맞겠다고 나섰다. 안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백신에 대한 불신, 불안감 해소를 위해 정부가 허락한다면 정치인이자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먼저 맞을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1호 접종’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 측은 일단 “현재로선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불신이 생기면 언제라도 먼저 맞는 상황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제기된 ‘누가 먼저 맞느냐’는 백신 접종 논쟁을 두고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말부터 백신 수급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였던 여야가 최근에는 백신의 효능까지 거론하며 국민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신뢰는 주지 못할망정 ‘네가 먼저 맞아봐라’라며 등을 떠밀고 이를 정쟁의 수단으로 삼는 상황은 정치권 스스로 코로나19 상황을 경시한다는 오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재갑 한림대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자신의 SNS에서 정치권의 백신 1호 접종 논란을 두고 “양쪽 다 가만히 있어주는 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홍두·박용하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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