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박 갈등' 앙금은 고스란히..문 대통령 '국정 동력' 타격

이주영 기자 2021. 2. 22.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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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수석 사의 파동이 남긴 것

[경향신문]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을 한 뒤 마스크를 쓰고 있다. 왼쪽은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청와대사진기자단
철회 아닌 공 넘긴 것 분석도
일각선 ‘시간 두고 교체’ 전망
임기말 공직 기강에도 악영향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22일 업무에 복귀하면서 검찰 인사를 둘러싼 여권 내 갈등은 일단 봉합 국면에 들어갔다. 청와대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며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다만 신 수석 사의 파동으로 문 대통령의 권위가 크게 흔들린 것은 물론 임기말 공직사회 기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남기게 됐다. 또 검찰 인사와 개혁 방향 등을 두고 신 수석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 간 시각 차가 확인된 이상, 향후 여당이 추진하는 검찰개혁 2라운드를 둘러싼 갈등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8일부터 나흘간 휴가기간을 가졌던 신 수석은 이날 출근해 문 대통령에게 자신의 거취를 일임하고 최선을 다해 직무를 수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대통령의 참모로서 사의를 최후 통보하기보다 인사권자에게 공을 넘긴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오후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도 신 수석 거취 문제를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여권에선 신 수석에 대한 문 대통령의 신뢰가 각별한 것으로 전해지고, 치명타가 될 수 있는 권력 내부 갈등이 가까스로 봉합된 만큼 문 대통령이 신 수석을 내보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사람을 잘 교체하지 않는 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다.

다만 검찰과의 관계 설정에 대한 신 수석과 여권 핵심부 간 근본적인 시각 차가 드러났고, 문 대통령이 재신임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시간을 두고 교체하지 않겠느냐는 반론도 제기된다. 이번 사태로 민정수석실의 난맥상이 드러난 만큼 문 대통령이 인적 교체로 분위기 쇄신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됐지만 이번 파동이 여권에 남긴 상처는 깊어 보인다. 신 수석은 지난해 ‘추(미애)·윤(석열) 사태’를 지켜본 문 대통령이 검찰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한다는 의미로 검찰 출신 중 처음으로 민정수석에 기용한 인사다.

신 수석은 검찰 고위간부 인사 과정에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박범계 장관 간 중재를 시도했지만 박 장관이 조율되지 않은 인사를 발표한 데 대해 불만을 표출하며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최종 재가한 인사라는 점에서 신 수석의 사의는 문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도전이자 항명으로 비치고 문 대통령의 권위에도 적잖은 타격을 주게 됐다. 특히 민정수석은 공직사회의 기강을 다잡는 역할을 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박 장관과 신 수석 간 갈등이 여과없이 노출된 것은 임기말 공직사회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여권이 검찰개혁 2라운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검찰개혁 과정에서 검찰 측 의견을 반영하려는 신 수석과, 검찰의 권한 약화에 초점을 맞춘 여당·법무부가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코로나19 극복과 경제 회복 등을 내세운 문 대통령의 임기말 국정운영에 두고두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주영 기자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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