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수 파동에 놀란 법무부, '검찰과 대립 최소화' 인사 해석
[경향신문]
원전·김학의 출금 등 담당자 자리 지켜 ‘정권 수사’ 지속 전망
7월 윤석열 임기 종료 후 ‘대규모 인사’ 박범계의 포석 관측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22일 실시한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주요 사건 수사팀장을 유임해달라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의견을 수용했다.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사의 논란과 윤 총장의 얼마 남지 않은 임기 등을 고려해 법무부가 윤 총장과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인사로 해석된다.
법무부는 이날 발표한 고검검사급 검사(차장·부장검사) 인사에서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를 담당하는 이상현 대전지검 형사5부장을 유임했다. 이 검사는 지난해 2월 부임해 필수보직기간인 1년을 채웠지만 자리를 지켰다.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이용구 차관 택시기사 폭행’ 등 정권 관련 사건을 담당하는 부장들도 자리를 지켰다. 검찰은 정권 관련 수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사에는 윤 총장 의견이 대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은 지난 7일 대검검사급 검사(검사장) 인사에서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유임하는 등 윤 총장 의견을 거의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지검장은 지난해 윤 총장 징계 청구에 힘을 실으며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 일동의 용퇴 건의를 받았지만 유임했다. 그가 지휘권을 다시 확립하기 위해서는 뜻이 맞는 검사들로 교체가 필요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 장관은 ‘검·언 유착’ 의혹 사건을 수사하며 이 지검장과 충돌한 변필건 형사1부장을 바꾸지 않았다. 사직한 김욱준 1차장검사를 제외한 2·3·4차장검사도 모두 유임했다.
박 장관의 입장 변화에는 신 수석 사의 표명 논란이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이 많다. 박 장관이 일방적으로 검사장 인사를 단행한 것에 신 수석이 항의성 사의를 낸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커졌다. 법무부는 검사장 인사 때는 발표 2분 전에 대검에 인사안을 보냈지만 이번 차장·부장검사 인사에서는 지난 17일쯤 대검에 인사안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A차장검사는 “청와대에서도 신 수석 사표 논란을 수습하려고 애쓰는 상황 아니냐”며 “검사장 인사에 이어 중간간부 인사까지 갈등이 커지면 걷잡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장관이 이번에는 윤 총장과 정면충돌을 피하고 다음 인사 때 대규모 인사를 하기 위한 포석이란 해석도 나왔다. 다음 정기인사 전인 오는 7월 윤 총장 임기가 끝나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이날 “올해 하반기 대규모 전보인사가 예상되는 점 등을 고려해 공석 충원 수준으로 전보 인사를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B부장검사는 “겉으로는 박 장관이 윤 총장 의견을 들어준 것 같지만, 사실 빈자리만 채우는 인사가 좋았을 것”이라며 “윤 총장은 측근을 복귀시키는 인사를 원했겠지만 박 장관이 들어줄 리 없다. 어차피 총장이 바뀌면 대폭 인사할 수 있는데 뭐 하러 지금 대립각을 세우겠느냐”고 말했다.
허진무·이보라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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