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잇는 프로종목 '학폭 미투'.. 선수 선발 검증시스템 필요
개인정보 보호법 등으로 인해
학생 생활기록부 등 열람 못해
각 구단 제도적 장치 마련 요구
관련업무 총괄 독립 조직 절실
학교 현장 관리감독 선결 과제
징계 이력 등 정보 공유 급선무 하>
사실 프로야구에서 학교 폭력이 주된 화두가 된 것은 지난해 프로야구 2차 드래프트 때였다. 앞서 1차지명에서 NC가 뽑은 김해고 투수 김유성의 학교 폭력 사실이 드러나 지명을 철회했던 여파다. 실제 몇몇 선수들의 학교 폭력 연루 의혹이 있었고, 한 지방 고교의 에이스 투수는 끝내 지명을 받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각 구단 스카우트들은 선수들의 학교 폭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해당학교 교사와 감독과 코치는 물론, 동료 선수들과 학부모까지 찾아다니는 수고를 했다. 하지만 프로배구에서 시작한 ‘학폭 미투’가 이미 프로야구로 번지는 등 시한폭탄을 안고 가는 심정이다. 이번 드래프트 이전까지는 학교 폭력 관련 검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에 폭로된 선수들 모두 2019년 이전 입단한 이들이다.
프로배구와 프로야구가 현실로 불거졌을 뿐 프로축구와 프로농구 등 여타 프로 종목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만큼 학교 내 지도자에서 시작된 폭력은 선후배와 동료 등 또래 선수들 간 폭력으로 대물림되는 ‘폭력의 일상화’가 그동안 한국 스포츠계 전반에 퍼진 뿌리 깊은 악습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해자가 잘못을 저지른 것은 학생 때지만 논란이 되는 시점은 프로선수 또는 국가대표 등이 된 후라는 점이다. 특히 대중적으로 알려진 프로선수의 학교 폭력이 드러날 경우 비난은 구단에 쏠린다. 사실 가장 큰 책임은 당시 학교와 지도자들에게 있음에도 프로구단이 총알받이가 되는 모양새다.
물론 프로구단이 비난받을 일이 전혀 없는 아니다. 일단 선수 선발 과정에서 확인이 부족했다는 일차적 책임이 있다. 여기에 문제가 불거졌을 때 피해자보다 선수를 보호하려다 잘못된 대응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이번 프로야구 세 선수처럼 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선수들이 이를 강력 부인하며 진실공방으로 흐를 경우 구단이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다.
그래서 프로구단들은 학교 폭력을 검증할 시스템 확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는 개인정보 보호법 등으로 생활기록부도 열람할 수 없는 등 구단이 유망주들의 학교생활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힘들다. 그래서 한국야구위원회(KBO) 등 프로종목 연맹은 프로에 지원할 선수에 한해 신체검사 결과나 생활기록부 등을 첨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황희 장관, 스포츠윤리센터 선제 역할 당부 황희 문체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17일 서울 서대문구 스포츠윤리센터를 찾아 이숙진 스포츠윤리센터 이사장과 대화하고 있다. 황 장관은 스포츠윤리센터가 체육계 학교 폭력 대응에 선제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연합뉴스 |
이에 더해 기본적으로 학교 폭력이 발생하는 학교 현장에 대한 관리 감독이 선결과제라는 지적도 있다. 학교에서 지도자뿐 아니라 또래들 간의 폭력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폭력 문제가 발생할 경우 확실한 처벌과 기록을 남기고 이를 프로구단이나 대한체육회 등과 공유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먼저라는 지적이다.
이용식 관동가톨릭대학교 스포츠레저학과 교수는 “문체부가 이번에 징계 이력 통합 관리 등의 대책을 내놨고, 다양한 기관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효과가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런 통합 관리도 징계가 제대로 내려져야 근본적 효과가 있다. 일선에서 처음에 발생했을 때 제대로 된 징계가 우선돼야 가해자가 아닌데 억울하게 가해자로 몰리는 사례 등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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