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수 인생 마지막 앨범.. 모두의 추억 담아"

이복진 2021. 2. 22.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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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그룹 '소방차' 출신 이상원
파산 이후로 대외활동 한동안 자제
소방차·솔로 시절 아쉬웠던 곡 작업
디지털싱글로 4장 앨범 연달아 발표
김재희·김지현·경다솜 함께 불러줘
수백번 녹음 하면서 곡 다시 다듬어
신곡 안내겠지만 가수의 길 걸을 것
‘소방차’ 출신 이상원(왼쪽 첫 번째)과 김지현, 경다솜, 김재희가 다음달 발매 예정인 이상원의 프로젝트 앨범 수록곡 ‘통화중 리믹스’를 함께 부르고 있다. 이상원 제공
“이번 프로젝트 앨범이 제 가수 인생의 마지막 앨범이 될 것 같습니다. ‘이상원’이란 이름으로 새롭게 내는 앨범의 마지막을 이 프로젝트 앨범이 장식하는 거죠.”

지난 17일 서울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가수 이상원은 다음달부터 발매 예정인 프로젝트 앨범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이상원은 1987년 ‘어젯밤이야기’로 데뷔한 댄스 그룹 ‘소방차’ 출신이다. ‘아이돌’이라는 개념이 없었을 당시 ‘원조 아이돌 그룹’으로 무대 위에서 마이크를 던지고 받는 퍼포먼스와 화려한 댄스 등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1998년 소방차 탈퇴를 계기로 부침을 겪는다. 솔로 앨범을 냈다가 다시 소방차로 복귀, 이후 소방차 해체와 재결합 등 바람 잘 날이 없었다. 2018년에는 생활고에 1억원가량 되는 빚을 갚지 못하고 소액 파산했다. 채권자 중에는 소방차 멤버 김태형도 포함돼 있어 가요계에 작지 않은 충격을 줬다. 이로 인해 “소방차는 끝났다”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상원은 파산 이후 대외 활동을 자제했다. 가끔 방송에서 얼굴을 볼 수 있었지만, ‘가수’로서 활동은 전무했다. 그런 그가 갑자기 다음달 앨범을 낸다. 디지털 싱글로, 4장 앨범을 한 달씩 벌여 연달아 발표한다.

“그룹 소방차로 시작해 솔로 가수까지 흥하기도 망하기도, 발표하지 못하기도 한 앨범이 다양합니다. 그런 앨범 가운데 가장 애착이 가는, 아쉬움이 남는 곡들을 뽑아 앨범으로 다시 발표하기로 했습니다.”

프로젝트 앨범에는 ‘통화중’, ‘탄생’, ‘그림자 밟기’까지 3곡이 포함됐다. 이상원은 “통화중은 소방차 2집 ‘일급비밀’ 수록곡으로, 한창 이 곡을 부를 때 그룹을 탈퇴해 아쉬움이 남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통화중은 최근 경향에 맞게 편곡된 버전(가칭 통화중 리믹스)과 어쿠스틱으로 편곡된 버전(가칭 통화중 어쿠스틱) 두 가지로 공개된다. 리믹스는 다음달 중순, 어쿠스틱은 다음달 말에는 발표할 계획이다.

3번째 싱글에는 ‘탄생’, 4번째 싱글에는 ‘그림자 밟기’가 선택됐다. 두 곡 모두 이상원의 솔로 1집 ‘탄생/원 스텝(One Step)’ 수록곡이다.

“탄생은 그룹에서 나와 솔로가 되자마자 유영선 작곡가와 이건우 작사가가 ‘이제부터 새롭게 탄생해야 한다’며 써준 노래이고, 그림자 밟기는 솔로 1집 서브 활동 곡인데, 이 또한 애착이 많이 갑니다.”
프로젝트에는 후배, 동료 가수들이 대거 참여했다. 록밴드 ‘부활’ 4대 보컬 김재희, 혼성그룹 ‘룰라’ 김지현과 Mnet ‘보이스 코리아 2020’에서 걸그룹 ‘(여자)아이들’의 ‘라타타’를 불러 화제를 모은 경다솜이 객원가수로 함께했다. 세 사람은 ‘통화중 리믹스’를 이상원과 불렀다. 더불어 경다솜은 ‘통화중 어쿠스틱’, 김재희는 ‘탄생 리믹스’에 목소리를 보탰다.

“재희와 지현은 예전부터 알던 사이입니다. 프로젝트 앨범을 기획하고 준비 중일 때 이들에게 연락해 함께해달라고 했죠. 다행히 흔쾌히 허락해줘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지인이던 김재희, 김지현과 달리 경다솜과는 일면식도 없었다. 이상원은 우연히 TV를 켰다가 경다솜이 노래하는 장면을 봤고, 이에 직접 수소문해 객원가수로 참여해달라고 부탁했다. 경다솜은 “처음에는 스팸이나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다”며 “이상원 선배인 걸 알고 영광이라고 생각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록 김재희, 댄스 김지현, 발라드 경다솜까지 세 사람 모두 장르가 다르다. 각기 다른 목소리와 창법을 가지고 ‘통화중 리믹스’에서 뭉쳤다.

“녹음하는 데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습니다. 누구 하나 ‘탁’ 눈에 띄지 않으려 했고, 모두 자신을 내려놓고 노래를 불렀죠. 그러다 보니 듣기 좋은 노래, 귀에 거슬리지 않고 부드러운 노래가 탄생했어요.”

이상원의 설명처럼 이날 들려준 ‘통화중 리믹스’에서는 누가 어디를 불렀는지 쉽게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튀는 대목은 없었다. 그렇다고 밋밋하거나 흐리멍덩하지는 않다. 마치 잘 짜인 그물처럼 서로를 받쳐주고 밀어준다는 얘기다.

반면 ‘통화중 어쿠스틱’은 전혀 색달랐다. ‘리믹스’도 기존 통화중과 다른 맛이었지만 어쿠스틱에서는 경다솜의 색, 이상원의 색이 제대로 어필한다. 그러면서도 조화를 이뤘다. 30여년 전 발표된 노래인데도 믿기지 않을 만큼, 요즘 노래처럼 들린다.

“수백번 녹음을 하면서 곡을 고쳤어요. 지금 들려드린 노래도 마스터링까지 완전히 끝난 게 아니에요. 그만큼 ‘옛 노래’ 같은 느낌을 주지 않으려고 신경을 쓰고 있죠.”

인터뷰하는 내내 이상원은 ‘마지막 앨범’이라는 말을 자주 꺼냈다. 이 프로젝트를 끝으로 가수를 그만두는 것인지 물었다.

“제 인생은 ‘딴따라’이고, 제 직업은 가수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그 길을 걸어갈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앨범을 끝으로 더 이상 신곡을 내지 않을 겁니다. 모두 힘든 이때, 추억의 한 페이지에 있는 사람들이 모여 과거 즐거웠던 시절을 떠올릴 수 있도록 선물해드리는 게 이번 앨범의 목표입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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