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또 대형 산불.. 안동 주민 "트라우마 생길 지경"

배소영 2021. 2. 2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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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챙기지 못하고 옷만 걸친 채 대피했어요. 강풍이 불었다면 전부 다 탔을 겁니다."

22일 화마(火魔)가 휩쓸고 지나가면서 새까만 재만 남은 경북 안동시 임동면 사흘리 마을 앞 야산을 바라보던 이 마을 최윤섭(69) 이장은 긴박했던 순간을 설명했다.

전날 오후 3시20분쯤 안동시 임동면 망천리 야산에서 시작해 수㎞ 떨어진 중평리까지 번진 산불은 21시간 만인 이날 낮 12시20분쯤 진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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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예천·영주 산불 진화
축구장 357개 면적 잿더미 만들어
마을이장 "옷만 대충 걸친 채 대피"
낮은 습도·침엽수림 탓 피해 확산
22일 경북 안동시 임동면 주변 산이 온통 검게 변해있다. 산림청 등에 따르면 21일 발생한 산불로 200ha가 소실됐다. 연합뉴스
“아무것도 챙기지 못하고 옷만 걸친 채 대피했어요. 강풍이 불었다면 전부 다 탔을 겁니다.”

22일 화마(火魔)가 휩쓸고 지나가면서 새까만 재만 남은 경북 안동시 임동면 사흘리 마을 앞 야산을 바라보던 이 마을 최윤섭(69) 이장은 긴박했던 순간을 설명했다. 그는 “산불 발생 당시 인터넷과 집 전화도 안돼 마을 방송 후 집집마다 뛰어다니면서 주민들을 모셔 옮겼다”고 말했다. 다행히 불길은 마을까지 번지지 않고 비껴갔다. 하지만 주민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형 산불이 나 트라우마가 생길 지경”이라며 걱정했다.

전날 오후 안동과 예천·영주 야산에서 난 산불로 여의도 면적(290㏊)과 맞먹는 산림 255㏊가 잿더미가 됐다. 축구장(7140㎡)으로 따지면 357개 면적이다. 이번 산불로 주민 540여명은 대피령에 몸만 겨우 빠져나와 이웃 마을로 일시 대피했다. 소방청의 대응 2단계 발령에 따라 전국 소방 인력 2800여명이 산불 발생지로 집결해 진화작업을 벌였다.

전날 오후 3시20분쯤 안동시 임동면 망천리 야산에서 시작해 수㎞ 떨어진 중평리까지 번진 산불은 21시간 만인 이날 낮 12시20분쯤 진화됐다. 또 전날 오후 4시12분쯤 예천군 감천면 증거리 야산에서 발생해 바람을 타고 영주시 장수면 갈산리 일대까지 번진 산불은 18시간여 만인 이날 오전 10시25분쯤 진화됐다.

특히 안동은 최근 대형 산불이 되풀이되고 있어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해 4월25일에는 풍천면 인금리 야산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산불이 나 산림 1944㏊를 태웠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불 중 단일 면적 피해로는 2010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이번 화재는 건조한 날씨와 바람이 맞물려 급속도로 번져나갔다.
묘지까지… 22일 경북 안동시 임동면 일대 산불 피해 지역에서 의용소방대원들이 잔불 정리를 하고 있다. 안동=연합뉴스
기상청은 산불 확산 원인을 ‘습도’로 꼽았다. 대구기상청 관계자는 “건조주의보는 실효 습도가 35% 이하면 내려지는데 전날 안동의 습도는 38%로 건조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안동의 산림은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침엽수림이 많은 것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22일 경북 안동시 임동면 일대 숲의 산불이 지나간 자리가 검게 변해 있다. 전날 오후 임동면 망천리 야산에서 시작된 산불은 수 ㎞ 떨어진 중평리까지 번져 인근 주민 108명이 몸을 피했다. 연합뉴스
이태형 구미대 교수(소방안전과)는 “산림 복구 과정에서 물을 많이 머금고 잎이 넓어 화재에 잘 버티는 참나무와 같은 활엽수를 띠를 둘러 심으면 산불 확산을 차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전날 경남 하동, 충북 영동, 충남 논산 등에서 발생한 산불도 이날 모두 진화됐다.

안동=배소영 기자 sos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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