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불위 '의느님'?.. "범죄로 의사 면허 취소돼도 재신청 가능" [뉴스+]

나진희 2021. 2. 22.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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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 건강증진개발원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접종 의정공동위원회 2차회의에서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념촬영 후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오른쪽 두번째는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 연합뉴스
대한의사협회가 성범죄, 살인 등 강력 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법에 반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비협조를 시사하며 단체행동을 예고하자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의협 측은 “교통사고 등 과실범죄까지도 자격 취소 대상이 된다”며 무고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부와 여당은 ‘억지’라는 입장이다. 무면허 운전 등 고의성이 없으면 교통사고로 인해 의사 면허가 취소되지 않으며, 범죄를 저질러 의사 면허가 취소돼도 사실상 5년 이후 다시 재교부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① 의협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 지원 나선 의사들 사기 꺾어”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은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할 경우 전국 의사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며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개정안이 법사위를 통과하면 전국 총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고, 의사들의 총파업은 코로나19 진단과 치료 지원, 백신 접종 등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할 것”이라며 “당장 1분기에는 요양시설 등을 중심으로 백신을 접종하는 만큼 큰 차질은 없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차질이 있을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최 회장은 “자격에 의해 직업이 유지되는 의사에게 (면허 취소는) 사회적·물리적 생존과 연결된다”며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법률이므로 무수한 피해를 양산할 것”이라며 “정부가 이 중요한 시기에 코로나19 백신 접종 지원에 나선 의사들의 사기를 꺾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② 5년간 성범죄 일으킨 전문직 1위 ‘의사’… 살인한 의사도 면허 유지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1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빌딩에 위치한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열린 제2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접종 의정공동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의료법 개정안은 의사들이 중대 범죄를 저지르고도 의사 자격을 유지하는 사례 등이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면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의사는 2015년부터 5년 동안 성범죄를 저지른 전문직 1위(613명)라는 불명예를 기록했다. 살인·강도·절도·폭력의 4대 범죄를 저지른 현황은 2867명에 이르는데 이 기간 면허가 취소된 의사는 166명에 그친다. 

2011년 1월 만삭의 아내를 목 졸라 숨지게 해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던 의사 백모씨는 징역 20년형을 받았음에도 의사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가 하면 2016년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같은 시간대에 3곳의 수술실을 열고 동시 수술을 진행해 한 환자를 과다 출혈 등으로 숨지게 한 의사도 여전히 진료를 하고 있다. 

2018년 진료 중이던 환자의 신체를 불법 촬영한 산부인과 의사는 현행범으로 체포 당해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현재 2심 재판 중이지만 해당 의사는 여전히 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독일 등 선진국은 형사소추가 되면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의사 면허가 정지된다.

                                                                                                                                       
③ 與 “형 살고 나와도 면허 재신청 가능… 더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번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돼도 의사들의 ‘무소불위’ 자격 유지에 크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 때문에 의사들의 ‘총파업’ 예고는 국민의 안전을 볼모로 과도한 ‘밥그릇 지키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앞서 의협은 지난해 8월 코로나 2차 대유행이 본격화할 당시에도 의대 정원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법안에 반발해 총파업에 들어갔고 의대생들은 국가고시 실기시험을 거부했다. 의료계는 이후 국시 재응시 기회를 줄곧 요청했고 정부는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결국 의료계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보건복지부는 교통사고 등 과실범의 경우도 의사 자격이 정지될 수 있다는 의료계의 주장은 오해라는 입장이다. 이창준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지난 20일 출입기자단 백브리핑에서 “의료계에서 법 개정에서 오해하는 게 교통사고이며, 사망자가 발생하면 금고 이상 형을 선고 받는다는 것”이라며 “여러 사례를 검토해 보니 고의가 아니면 벌금이 나오고, 일반적인 교통사고에서도 무면허 등 고의적인 사고가 아니면 실형이 나오는 사례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의사가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 의사 면허가 취소되더라도 실형을 받은 경우 형 집행 종료 후 5년, 집행유예는 기간 만료 후 2년까지만 면허 재교부가 금지된다. 다시 말해 해당 기간이 지나면 면허를 다시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의료과실로 처벌받을 경우엔 면허가 취소되지 않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유통 제2차 범정부 통합 모의훈련이 열린 19일 오후 서울 관악구보건소에서 관계자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전용 냉장고에 넣고 있다. 뉴스1
현행법은 변호사, 공인회계사, 법무사 등이 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회의원 또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의사) 면허가 한 번 취소된다고 해서 영구히 다시 재교부 받지 않는 게 아니다. 형을 살고 난 다음에 5년 지나면 다시 신청해서 교부 받을 수 있는데 그 심사위원회가 거의 대부분 의사들로 구성돼 있다”며 “의사시험도 다시 보지 않아도 된다. 취소된 면허를 다시 심사해서 교부하는 건데 지금까지 보면 심사해서 탈락한 사례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도 ‘너무 지나치다, 좀 더 규제해야 되는 것 아니냐, 객관적인 심사위원을 통해서 엄격히 심사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이 법안의 근본적 취지는 중범죄를 저지른 극히 일부의 비도덕적 의료인으로부터 선량한 대다수 의료인 신뢰를 보호하고자 하는 취지”라며 “형평에 맞지 않는 것은 국민들의 입장에서 어떤 특권도 부여돼선 안 된다는 뜻에 따라 여야 합의로 8개월 통한 토론을 거쳐서 내놓은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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