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 여론 싸늘..의협 "개정안 전체 반대 아냐" 수위 조절
여론조사 90%가 "의사면허 관리 강화 찬성" 공감대 낮아
집단면역 차질 등 파급력 커..의대협·전공의 동참 미지수
[경향신문]
‘중범죄 시 의사면허 취소’ 법안에 ‘총파업’을 언급하며 반발했던 대한의사협회(의협)가 22일 “단 한 자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건 아니다”라며 한발 물러섰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협력 체계가 모두 무너질 것”이라며 전날까지만 해도 초강수를 뒀지만, 지난해 8월 집단휴진·의료대란 때보다 파급력이 큰 데다 국민 공감대를 얻기 힘들다고 판단해 ‘수위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의협 관계자들은 이날 일제히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파업을 언급하게 된 명분을 알리는 데 주력하는 한편 총파업 등과 관련해서는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김대하 의협 대변인은 tbs라디오에서 “의사·의료인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면서도 “(코로나19 백신 접종 협력을 안 하겠다는 것은) 너무 앞서나가는 말씀”이라고 했다. 이재희 의협 법제이사도 “의협 입장을 충분히 국회에 전달하고 국회에서도 충분히 검토해주실 거라 믿는다”며 “우려하는 상황은 오지 않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총파업 운운했던 것과 달리 하루 새 몸을 낮춘 발언은 지난해 두 차례 집단휴진을 주도했던 당시와도 다른 모습이다. 의협의 달라진 태도는 지난해와 현 상황은 다르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먼저 사안 자체가 다르다. 지난해 쟁점은 ‘의대정원 확대·공공의대 설립’ 등 정부의 공공의료 확대 방안이었다. 의협은 정부안 강행 시 의료비 증가, 의료인력·인프라 수도권 집중 심화, 비인기 진료과목 기피 증대 등과 같은 논리를 폈다.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 대신 의료정책 방향을 논쟁에 부친 것이다.
의협이 이번에 문제 삼는 ‘중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를 박탈해야 한다’는 의료법 개정안은 사안의 성격이 다르다. 의협은 ‘무고한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고 하지만, ‘중범죄자도 면허를 유지해왔다’는 반박과 맞물리면서 논쟁의 범위는 사실상 의사집단의 도덕성 문제로 국한된다. 더욱이 변호사·회계사 등 다른 전문직도 결격사유를 법률로 명시하고 있다.
시민 반응도 다르다. 지난해 12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의사면허 관리 강화’에 찬성하는 응답자는 90.8%에 달했다. ‘의대정원 확대’ 찬성 비율보다 10%포인트 높은 수치였다.
의료계 단체행동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집단의 범위도 다르다. 지난해 집단휴진은 코로나19 방역과 치료 전반에 영향을 미쳤지만, 엄밀히 따지면 코로나19 확진자와 기타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의료서비스에서 배제됐다.
하지만 의협이 실제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비협조할 경우 파업의 영향은 전 국민에게 미친다. 백신 접종 대상이 전 국민일 뿐만 아니라 오는 11월을 목표로 하는 집단면역 형성에 차질이 생길 경우 그 피해를 전체 시민이 나눠지게 된다.
이번에는 의료계 내에서도 지지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의료인력 수급 문제가 현직 의사나 예비 의사들의 처우와 직결된 탓에 지난해 집단휴진에는 현역 의사를 비롯해 전공의·의대생들이 동참했다. 의대생 국가고시 거부도 같은 연장선에서 빚어졌다.
그러나 ‘중범죄 시 의사면허 취소’의 경우 젊은 의사나 예비 의사의 반응은 다를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의료계에 대한 시민 신뢰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와 대한전공의협의회 측은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각각 “별다른 입장은 없다” “법안 내용과 백신 접종 협조 여부를 연결해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정부는 의료계의 백신 접종 거부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협의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창준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이날 출입기자단 백브리핑에서 “의료계가 총파업을 할 것으로 판단하지 않는다”며 “의료법 개정안이 대다수 의료인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상황을 계속 설명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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