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예술인권리보장법, 더 미뤄서는 안된다 / 박선영

한겨레 2021. 2. 22.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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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수많은 문화예술인을 사찰하고 검열해온 사건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문화예술계 성폭력 해시태그를 통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문화예술계 미투'는 문화예술계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게다가 법안 발의의 계기가 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인해 마치 정쟁 법안인 듯이 분류되며, 국회 소관 위원회인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는 법안의 의미나 내용에 대한 검토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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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영 ㅣ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팀장

정부가 수많은 문화예술인을 사찰하고 검열해온 사건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문화예술계 성폭력 해시태그를 통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문화예술계 미투’는 문화예술계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이 두 사건이 중요한 이유는 사건의 엄청난 규모나 충격적인 내용 때문만이 아니다. 그동안 문화예술계가 애써 덮어왔던 고질적인 문제, 특히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에 대한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두 사건이 우연히 발생한 사건이 아닌 문화예술계의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다는 점이다. 예술인들이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특히 블랙리스트 사건의 경우 헌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명백한 범죄인데도 적절한 처벌 조항이 없어 직권남용죄로 기소할 수밖에 없었고, 이마저도 직권남용에 대한 해석의 차이로 충분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대다수가 개인 창작자로 활동하는 예술인의 특성상 성폭력·성희롱과 같은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이를 관리 또는 규제할 주체의 모호함으로 인해 사건에 대한 신고와 조사, 가해자에 대한 처벌 또는 징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러한 법 제도의 한계는 가뜩이나 위태로운 예술인의 지위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예술인권리보장법은 ‘예술 표현의 자유’ ‘성평등한 예술환경 조성’ ‘예술인의 직업적 권리’에 대해 법으로 명시함으로써, 예술인에 대한 권리 침해 행위를 처벌할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또한 예술인의 권리 침해 사건에 대한 심의·의결기구인 예술인권리보장위원회와 성희롱·성폭력피해구제위원회를 두고, 사건에 대한 조사를 맡는 예술인보호관을 두고 있다. 물론 미흡한 처벌 조항과 위원회 및 보호관의 독립성과 같은 한계도 존재하지만, 예술인의 권리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이라는 점에서 문화예술계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아왔다.

하지만 2019년 발의되었던 예술인권리보장법은 아직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 파행 운영, 정치권의 무관심으로 인해 20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채 파기되었다. 21대 국회에 들어서 문화예술계 1호 법안으로 다시 발의되었는데도 아직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법안 발의의 계기가 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인해 마치 정쟁 법안인 듯이 분류되며, 국회 소관 위원회인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는 법안의 의미나 내용에 대한 검토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국회의 예술인의 권리에 대한 방관은 예술인에 대한 피해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는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예술가들이 지원사업의 구조에 더욱 목맬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이는 예술가들이 권리 침해 행위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팬데믹 위기는 문화적 삶의 전환과 일상에 기반한 예술의 사회적 가치 확산에 대한 중요성을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예술인은 중요한 주체다. 하지만 변화하는 사회환경과 문화정책의 발전에 비해 예술인에 대한 정책은 제자리걸음 중이다. 21대 국회가 예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반드시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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