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 집 → 호가 올려 6억 매매 후 취소 → 5억대 최종 계약

박세준 2021. 2. 2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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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자대표와 중개업소가 짜고 조직적으로 아파트 호가를 올리는 것 같습니다."

A씨는 "당시 구입하려던 아파트를 누군가 5억원 후반대에 샀고, 그 전에 체결된 6억원대 매매 계약은 모두 삭제됐다"며 "단지 커뮤니티에 문제 제기를 했다가 강제로 탈퇴를 당했고, 세입자를 뺀 집주인들끼리 따로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정보를 공유한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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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실거래가 띄우기 실태
서울 광진구 지난해 67% '최고가'
전국 취소 3건 중 1건이 신고가
등기 전에 실거래가 등록 가능해
기록 수정 안 돼 시세 조작 악용
계약 해지해도 최근 거래만 남아
"등기 신청 후 매매 신고로 바꿔야"
텅 빈 매물 정보란 지난해 서울에서 매매 신고를 했다가 취소한 아파트 2채 중 1채는 역대 최고가격을 경신한 거래였다는 국회 주장이 제기된 22일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상가 내 부동산 중개소의 매물 정보란이 텅 비어 있다. 하상윤 기자
“입주자대표와 중개업소가 짜고 조직적으로 아파트 호가를 올리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연말부터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에 85㎡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는 A씨는 개운치 않은 느낌에 지역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A씨는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서울에서 주택 매물을 구하다가 여의치 않자, 수도권으로 눈길을 돌렸다고 한다. 중개업소의 소개로 알게 된 일산의 아파트 단지의 호가는 지난해 5∼6월 기준 4억2000만원 정도였는데, 여름이 되자 갑자기 호가가 1억5000만원 올랐다. 급기야 6억원에 체결된 매매 계약이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등록되기도 했다. A씨는 결국 매매를 하지 못하고 전세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후 3건의 매매 등록이 잇달아 취소됐다. A씨는 “당시 구입하려던 아파트를 누군가 5억원 후반대에 샀고, 그 전에 체결된 6억원대 매매 계약은 모두 삭제됐다”며 “단지 커뮤니티에 문제 제기를 했다가 강제로 탈퇴를 당했고, 세입자를 뺀 집주인들끼리 따로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정보를 공유한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2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행법은 주택 거래 계약 시점부터 30일 이내에 부동산 실거래가를 신고하도록 돼 있다. 30일이 지나지만 않았다면, 매매 등록을 특별한 절차 없이 해제할 수 있었다. 업계에서는 실제 부동산 등기가 이뤄지기 전에 계약만으로 실거래가를 등록할 수 있는 시스템을 악용해 시세를 조작할 수 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비싼 거래가격을 등록해서 가격을 부풀린 뒤 허위 계약을 취소해버리면 최근의 거래만 남기 때문에 불공정 행위를 단속하기도 쉽지 않다.

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토부 실거래등록은 등기 후 등록해야 한다’는 제목의 청원이 약 8000명의 동의를 받기도 했다. 청원인은 “시세 6억원인 아파트를 누군가 7억원에 등록해놓으면, 일제히 시세가 1억원 오르면서 또 다른 누군가가 6억5000만원에 올린 매물이 실거래가 된다”면서 “얼마 뒤 7억원 신고가는 삭제되고, 싸게 샀다고 생각한 6억5000만원이 신고가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이 투기꾼들의 시세 조작에 너무도 쉽게 이용 되고 있음을 정부가 모를 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등록됐다가 취소된 3건 중 1건은 역대 최고가였다. 거래 취소 중 신고가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았던 서울 광진구의 경우 지난해 거래 취소 45건 중 30건(66.7%)이 신고가 거래였다. 광진구 B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8월 전까지는 줄곧 15억원 정도에 거래되다가 17억6000만원 거래가 등록된 뒤 12월에는 17억8000만원으로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17억6000만원짜리 거래는 지난달 거래가 취소됐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뉴스1
집값 띄우기 시도는 집주인과 중개업소 양쪽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집주인은 비싸게 집을 팔아서 좋고, 중개업자는 고가의 매매계약이 체결되는 만큼 높은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도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의 악용 가능성을 인정해 이달부터 매매 등록을 취소하더라도 기록을 삭제하지 않고, 계약 해제 일자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주택 거래는 1∼2건 정도만으로도 시세를 좌지우지할 수 있기 때문에 계약서 작성만으로 신고하는 현재의 방식에는 개선이 필요하다”며 “등기신청을 한 뒤에 매매 신고를 하도록 하면, 허위 신고에 따른 행정력 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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