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독해지는 영국 변이 바이러스

조승한 기자 2021. 2. 2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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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버드대 연구팀 감염 지속기간 더 길다는 사실 확인.. 전파력·중증위험 모두 높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기존 바이러스보다 체내에 오래 살아남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변이 바이러스를 조사한 결과로 다른 이에게 감염시킬 수 있는 기간이 기존보다 30% 늘어났다. 영국 변이 바이러스의 전파력은 기존보다 50%, 치명률은 30~70%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는데 감염 기간도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요나탄 그라드 미국 하버드대 공중보건스쿨 면역학 및 감염병학 교수 연구팀은 영국 변이로 알려진 B.1.1.7 변이에 감염된 이들에게서 전파 가능한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기간은 평균 13.3일로 기존 바이러스의 8.2일보다 길었다고 19일 하버드대 온라인 도서관에 공개했다. 다른 사람에게 감염시킬 수 있는 기간이 약 30% 늘어난 것이다.

연구팀은 전미농구협회(NBA)와 함께 프로농구 선수를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했다. 확인된 감염자 65명 중 7명은 영국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환자들의 바이러스양을 분석한 결과 영국 변이 바이러스가 몸속에서 늘어나는 기간은 5.3일로 나타났다. 기존 바이러스의 증식 기간은 2일이었다. 바이러스가 줄어드는 기간도 영국 변이는 8일, 기존 바이러스는 6.2일로 영국 변이가 길었다.

연구팀은 “변이 바이러스가 더 오래 감염을 유발할 수 있다는 증거로 코로나19 전염력 증가에 기여할 수 있다”며 “감염 의심 환자의 자가격리 기간이 10일보다 더 길어야 변이 바이러스 감염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연구결과는 아직 동료평가를 거친 정식 논문으로 출간되지는 않았다.

이번 결과는 현재 자가격리 기간을 10일로 단축한 미국과 영국 등의 조치로는 변이 바이러스 전파를 막을 수 없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앞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기존 바이러스가 전파 능력을 10일 내로 상실한다는 근거를 토대로 지난해 12월 밀접 접촉자의 자가격리 기간을 14일에서 10일로 단축했다.

영국 변이는 감염기간과 전파력, 치명률 등에서 모두 기존 코로나19보다 위협적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11일 마운트시나이의대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이라이프’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에서 보고된 변이 바이러스들에서 발견된 D614G 변이가 사람의 세포를 감염시키는 능력이 기존 바이러스보다 최대 7.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자들은 영국 변이의 감염력이 기존보다 50% 늘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영국 정부의 감염병 자문기구인 신규 호흡기 바이러스 위협 자문그룹(NERVTAG)은 영국 변이가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30~70% 더 치명적이라는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영국 전역의 변이 감염자를 분석한 결과 병세가 중증으로 악화해 병원으로 가는 비율이 더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변이 바이러스의 위험성이 드러나면서 과학자들은 기존 바이러스와 함께 변이 바이러스도 막을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백신을 설계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과학자들이 변이에도 반응하는 2세대 백신을 개발해 임상을 기다리고 있다”고 21일 보도했다. 가디언은 다양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4가 백신 같은 형태로 변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백신, 바이러스 전파 차단을 목적으로 하는 백신 등이 개발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영국 노팅엄대 연구팀은 기존 백신이 표적으로 하지 않는 바이러스 내 다른 다른 부분까지 동시에 표적으로 삼는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까지 나온 백신은 주로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면에 돌기처럼 나 세포에 침투할 때 쓰는 스파이크 단백질에 반응한다. 스파이크 단백질은 현재 공급되는 코로나19 백신의 주 표적이지만 남아공 변이처럼 변이가 자주 일어나 백신이 무력화될 수 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면의 스파이크 단백질뿐 아니라 핵산과 핵산을 둘러싼 물질을 뜻하는 ‘뉴클레오캡시드’ 단백질도 표적으로 삼는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연구팀은 제약사 스캔셀과 공동으로 백신 제조에 들어간 상태다. 조나단 볼 노팅엄대 바이러스학과 교수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로부터 보호를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코와 목에 항체를 유도하는 형태의 백신도 개발되고 있다. 바이러스가 코와 목 등으로 이뤄진 상기도 점막에서 처음 감염이 시작되고 또 여기서 다시 전파되는 만큼 이곳에 항체를 만들면 바이러스 감염과 전파를 모두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백신을 개발중인 아담 핀 영국 브리스톨대 소아과 교수는 “전쟁 지역을 통제하고 침략을 막는 유엔 평화유지군의 헬멧과 같은 항바이러스제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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