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수 돌아왔지만.. 文 '재신임'보다 임시봉합에 무게

이도형 2021. 2. 22.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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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의 파동 일단 수면아래로
文 수보회의서 한마디도 언급 안해
후임물색 힘들고 윤석열 7월 퇴임 고려
주말동안 여권 핵심들 申 설득 총력전
文대통령과 오랜 친분도 사퇴 부담
휴가 중 검찰 인사 사전소통도 한몫
檢 정권수사·개혁과정서 재충돌 우려
여권서도 "없던일처럼 가능할지 의문"
文 정치적 내상.. "명확한 교통정리를"
신현수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일주일여를 끌었던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사의 파동은 신 수석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취를 일임하고 직무에 복귀하면서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문 대통령으로선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신 수석의 사의가 계속되는 최악의 상황은 일단 봉합했지만, 최측근 참모의 거취를 둘러싼 갈등이 일주일 동안이나 계속됐다. 이번 파문의 근본적 원인인 여권과 검찰 간 갈등도 해소되지 않았다. 향후 검찰의 정권 관련 수사나 여권의 검찰개혁 과정에서 양 측 충돌은 언제든지 재개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명확하게 교통정리를 해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신 수석이 이번 파동에도 불구, 앞으로 문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임을 바탕으로 민정수석직을 수행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문 대통령의 사표 반려가 신 수석 사퇴 강행 시 불어닥칠 후폭풍을 고려한 미봉책일 가능성도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한 주 정국을 강타한 신 수석 사퇴에 대해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한마디 언급도 없었다. 신 수석이 검찰 인사에서 패싱을 당했다면 이날 회의를 통해 신 수석에 대한 재신임을 강조하는 언급이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불편한 사안에 대해 직접 언급을 하지 않는 스타일을 고려할 때 어느 정도 예견은 됐지만, 신 수석에 대해 전적인 믿음을 주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경우 후임자 물색이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고, 윤석열 검찰총장이 오는 7월 퇴임 예정이며, 고위 인사는 이미 단행된 터라 더는 갈등이 불거질 소지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일 수도 있다.
22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바라본 청와대 위로 빨간 신호등이 보이고 있다. 이재문 기자
신 수석이 휴가를 내고 주말 동안 청와대에 출근하지 않을 때만 하더라도 신 수석이 끝내 사의를 고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둘러싼 갈등의 골이 컸고 이를 되돌릴 조치는 없었다. 신 수석이 주변 지인에게 “돌아갈 마음이 없다”고 말했던 것도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했다.

신 수석은 여권 핵심 관계자들의 설득에 막판 마음이 움직였던 것으로 보인다. 신 수석이 휴가를 간 동안 여권 고위 관계자들의 설득작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핵심 의원은 22일 “당 차원에서도 그렇고 이낙연 대표도 (사태 해결을 위해) 다각적으로 신경을 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신 수석과 친한 인물들을 통해 설득에 나섰다는 말이 나왔다. 문 대통령과 오래된 친분도 신 수석의 마음을 돌리게 한 계기였던 것으로 보인다. 사의가 계속될 경우 문 대통령의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이 현실화된다는 점에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한 여당 중진 의원은 “신 수석이 사의를 고집했다면 대통령에게 큰 흠집이 생겼을 것”이라며 “대통령과 인연이 신 수석의 마음을 바꾸게 된 큰 이유라고 본다”고 했다.

이날 발표된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신 수석의 의견이 참고된 것도 막판 그의 마음을 돌린 원인으로 분석된다. 법무부는 이날 월성 원전 조기 폐쇄 의혹을 수사 중인 대전지검 수사팀을 유임하는 내용 등을 담은 중간간부 인사안을 발표했다.
신현수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이번 사태로 문 대통령이 받은 정치적 내상은 간단치 않다. 지난해 ‘추·윤 갈등’을 수습하기 위해 임명했던 최측근 참모진이 임명 두 달여 만에 사의를 표했고 수습기간만 일주일이 소요됐다. 레임덕 신호라는 분석이 쏟아졌다. 리더십도 상처를 입었다. 갈등의 근본 원인인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김학의 차관 불법 출금,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 청와대를 겨냥한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는 언제든지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렇게까지 뒤흔들어 놓고 없던 일처럼 가겠다는 건데 가능할지 의문”이라면서 “이렇게 덮고만 갔다간 자칫 일이 더 커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있는 한 의원은 “개혁 국면에서 대통령 체면만 구기는 일이 됐다. 신 수석이 잔류하는 게 잘된 결과인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이도형·배민영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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