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고 묻혀버리는 것들에 대한 아련함 [이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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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의 장대로부터 바닥까지 늘어진 천조각들 사이로 햇볕이 비춰들면 마치 햇살 좋은 날 마당에 널린 빨래 사이를 들추며 돌아다녔던 어린시절 기억이 난다.
잊혀졌던 기억이 다시 살아나는 듯한 순간이다.
전시장을 들어서자마자 만나는 이 긴 천 작품의 이름은 '키푸 기록'으로 이번 전시의 주제와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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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리아 비쿠냐 '키푸 기록'
칠레 출신 작가 세실리아 비쿠냐는 그의 나이 20대였던 1970년대 고국인 칠레에 군사쿠테타가 일어나고 피노체트 독재정권이 자리잡으면서 방랑의 신세가 됐다. 모국에 대한 그리움은 전통과 문화, 역사에 대한 연구로 이어졌고 세계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사회 문제에 대해 눈을 뜨게 했다. 침략자에 의해 잃어버린 문화에 대한 아련함이 그의 작업에 담겼다.
오는 4월 1일 광주비엔날레의 초청받은 그의 작품 중 일부가 지금 서울 안국동 리만머핀서울에 전시돼 있다. 전시장을 들어서자마자 만나는 이 긴 천 작품의 이름은 '키푸 기록'으로 이번 전시의 주제와 동일하다. 작품명은 그녀의 고향인 남미의 고대 안데스어 '키푸'와 한국어 '기록'을 더해 만들어졌는데 여기서 '키푸'는 고대에 글 대신 양모를 염색한 끈 매듭으로 기록하는 결승 문자 체계를 뜻한다. 잉카시대 사람들이 사람의 수를 세거나 오늘의 날짜, 세금을 내는 법 등에 대한 정보를 기록할 때 썼던 방식이다.
비쿠냐는 잃어버린 언어 '키푸'를 그의 작업의 주요 언어로 사용하면서 세상에 그의 예술세계를 인정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그가 지금껏 해온 것과는 조금 다르다. 양모로 만든 끈이 아닌 한국의 한복에 사용되는 천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비쿠냐는 "1980년대에 한국의 텍스타일에 대한 전시를 본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 한복에 사용되는 천의 섬세함과 투명성에 감명을 받았다"며 "이번 작품에서는 한국과 안데스의 시적인 대화를 추구했다"고 밝혔다. 전시는 오는 4월 24일까지.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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