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도 "산재는 노동자 탓" 책임 떠넘긴 기업 대표들
쿠팡, '과로사' 故 장덕준 산재에 '업무 강도 가장 낮아' 주장에도 반박 이어져
'허리 아프다' 불출석하려던 포스코 최정우 회장에 "보험 사기꾼이냐" 비난도
증인으로 출석한 건설·택배·제조업 9개 기업 대표들은 사과를 거듭하면서도, 산재의 원인을 '노동자·정부'의 책임으로 미루기도 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최근 2년 동안 산재가 많이 발생한 9개 기업의 대표를 증인으로 불러 청문회를 진행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 최정우 회장, GS건설 우무현 대표, 포스코건설 한성희 대표, CJ대한통운 신영수 택배 부문 대표, 현대건설 이원우 대표, 롯데글로벌로지스 박찬복 대표, LG디스플레이 정호영 대표, 현대중공업 한영석 대표,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노트먼 조셉 네이든 대표가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현대중공업 한영석 대표는 산재의 원인을 노동자의 '불안전한 행동'으로 돌렸다가 질타를 받았다.
환노위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에서는 지난 2016년 297건, 2017년 407건, 2018년 475건, 2019년 642건, 2020년 653건 등 최근 5년간 총 2474건의 산재 신청이 발생해 청문회에 참석한 9개의 기업 중 가장 많았다.
하지만 한 대표는 "불안전한 (작업장) 상태는 저희가 투자를 통해 바꿀 수 있지만 불안전한 행동은 상당히 어렵다"며 "저희들은 항상 표준작업에 의한 작업을 유도하지만, 아직까지 불안전한 행동을 하는 작업자가 많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해가지 못하실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과거 현대중공업에서 일어난 산재사고 등을 예로 들면서 "매우 위험하게 일할 수밖에 없는 현장 환경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협력사 안전교육에 대한 현대중공업의 올해 예산이 다른 회사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장철민 의원도 최근 현대중공업에서 일어났던 산재사고에 대해 "모두 관리감독이 잘 됐다면 막을 수 있었던 사고"라며 "중대재해는 불안전한 행동만이 아니라 시설장비나 관리, 감시, 감독 등이 모두 망가질 때 일어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현대중공업의 산재예방 예산 71억 원 가운데 소음성 난청 예방예산은 7600만 원에 그친다"며 "실질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수준의 예산이라고 생각이 되지 않는다"고 따지자 한 대표는 "실질적 예방이 될 수 있는 수준으로 반영하겠다"고 꼬리를 내렸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조셉 네이든 대표이사는 최근 '과로사' 판정을 받은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고(故) 장덕준 씨에 대해 '업무 강도가 낮았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았다.
평소 앓던 질환이 없었던 장씨는 쿠팡에 입사한 뒤 16개월 동안 저녁 7시부터 새벽 4시까지 심야 노동을 이어간 끝에 1년 만에 몸무게가 15kg 줄었고, 쿠팡 칠곡 물류센터에서 야간근무을 마친 직후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사망했다.
그러나 네이든 대표는 장씨의 업무 강도에 대해 동시통역을 거쳐 "물동량과 관련해 아웃풋에 있어서는 (업무강도가 낮은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쿠팡은 장씨의 업무가 힘들지 않다, 고인이 일한 물류센터 7층의 업무 강도가 가장 낮다고 이야기했다"며 "사실이라면 (쿠팡에서) 가장 업무 강도가 낮은 사람이 과로로 죽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장 씨가 다룬 일일 중량물은 470㎏ 이상으로 근골격계 부담 지침의 일일 취급 중량물 기준 250㎏을 훨씬 넘는다"며 "주 평균 58.7시간 일했고, 12주 동안은 58.3시간 일했다. 그래서 과로사한 것인데 이 판정 자체를 부인하느냐"고 따졌다.
'허리 지병'을 이유로 불출석하려던 포스코 최정우 대표이사에 대해서도 의원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국민의힘 김웅 의원은 최 회장이 제출했던 '요추부 염좌상' 2주 진단서에 대해 "요추부 염좌상, 경추부 염좌상은 주로 '보험 사기꾼'들이 내는 것"이라며 "그 진단서를 내라고 한 사람은 증인의 친구가 아닌 적일 것"이라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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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민재 기자] te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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