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밴드왜건 타려면 지지율 30% 대 뚫어야"[홍영식의 정치판]

2021. 2. 22.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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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지지율 언제든지 뒤집혀"..친문 "이 지사 대통령 되면 우린 팽될 것, 선뜻 지지 어려워"

[홍영식의 정치판]


이재명 경기지사의 지지율 상승세가 거침없다. 2020년 중순까지만 해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뒤졌지만 지난해 연말 엎치락뒤치락하다가 올해 들어 급반등하면서 다른 주자들과 지지율 격차를 벌리고 있다. 최근엔 독주 체제를 굳히는 양상이다. 관건은 민주당 경선 시한인 오는 9월 초까지 이런 독주 체제가 지속될지 여부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2월 15∼17일 전국 18세 이상 1007명을 대상으로 대선 주자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이 지사는 27%로 이 대표(12%)를 두 배 이상 앞섰다(95% 신뢰 수준에 표본 오차 ±3.1%포인트. 이하 자세한 여론 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앞서 입소스가 2월 6~9일 전국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이 지사는 28.6%의 지지율로 이 대표(13.7%)를 크게 앞섰다. 정세균 총리는 1.8%였다.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2월 6∼8일 실시한 조사에선 이 지사는 27.3%의 지지율로 이 대표(13.0%)와 정 총리(3.7%)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조원씨앤아이가 시사저널 의뢰로 2월 2~3일 실시한 조사 때도 이 지사 26.6%, 이 대표 14.8%, 정 총리 3.5%로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한국갤럽의 2월 2∼4일 조사에서는 이 지사가 27%, 이 대표가 10%였다. 




이 지사가 치고 나가자 다른 주자들의 견제가 시작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원 방법을 두고 저마다의 대책을 놓고 갈등을 빚는 양상이지만 그 이면엔 대선 힘겨루기가 시작됐다는 관측이다. ‘보상 선명성’ 경쟁으로 국민에게 ‘어필’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연초부터 이익공유제를 주장한데 이어 4차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로 기선을 잡았다. 선별적(맞춤형)·보편적(전 국민) 지원 두 가지 카드를 동시에 꺼냈다. 보편적 지급은 기획재정부의 반대 벽에 부딪쳐 추후로 미루고 선별적 지급을 우선 실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전 국민 지급 카드도 선별적 지급 뒤 다시 추진한다는 방침엔 변함이 없다. 

정세균 총리·이낙연 대표, 이재명 지사 기본소득제 협공

정 총리는 ‘자영업 손실 보상제’로 차별화에 나섰다. 여당 의원들은 월 1조2000억원에서 24조7000억원까지 비용이 소요되는 소상공인 영업 손실 보상 법안들을 제출했고 3월 임시 국회에서 처리할 계획이다. 

이 지사는 그의 ‘지론’인 기본소득제를 밀어붙이고 있다. 경기도는 이미 지난 1일부터 도민들에게 1인당 지역 화폐를 10만원씩 지급하고 있다. 기본소득제는 10년 이상의 장기 목표를 갖고 기초 생계비 수준인 1인당 월 50만원(연 600만원)이 될 때까지 국민 합의를 거쳐 서서히 증액해 나가자는 것이 이 지사의 구상이다.

그러자 정 총리와 이 대표가 이 지사 공격에 나섰다. 정 총리는 “지구상에서 기본소득제를 성공리에 운영한 나라가 없다”며 “한국의 규모를 고려할 때 (기본소득제를) 실험적으로 실시하기엔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도 “기본소득제는 기존 복지 제도의 대체재가 될 수 없다”며 “알래스카를 빼고는 그것을 하는 곳이 없다”고 공격에 가세했다. 

주목되는 것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이 지사 공세에 나섰다는 점이다. 임 전 실장은 586(1960년대생·1980년대 학번·50대)·친문 그룹의 대표로 꼽힌다. 그의 이 지사 공격은 친문의 의중이 어디에 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척도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지금 우리 사회에서 기본소득제 목소리를 내는 분들의 주장은 번지수가 많이 다르다”며 “자산이나 소득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균등하게 지급하자는 것은 정의롭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고 했다.

그러자 이 지사는 이들을 향해 “외국에서 성공한 일이 없고 실현 불가능하다며 기본소득제를 반대하는 분들이 있다”며 “정치적 억지나 폄훼가 아닌 상식과 합리성에 기초한 건설적인 논쟁을 기대한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또 “필요한 정책이라면 외국에 선례가 없다며 지레 겁먹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가능한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정치인의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지사의 지지율 상승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이슈 파이팅을 꼽고 있다. 과거 경기지사로 대선을 노렸던 이인제·손학규 전 지사가 전국적으로 주목을 끌만한 이슈를 만들지 못한 반면 이 지사는 기본소득제 등 끊임없는 어젠다로 ‘팬덤’ 지지층 형성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배종찬 인사이트 케이 연구소장은 “대선 주자는 이슈 파이팅을 해야 주목도를 높이고 경쟁력을 평가받을 수 있다”며 “과거 경기지사가 대선 무덤일 정도로 지지를 받지 못한 반면 이 지사는 사회적 현안에 대해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주목받는 데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이 지사가 지지율 독주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관건은 ‘마의 30%’를 넘느냐 여부다. 이 대표도 20%대 후반까지 갔다가 다시 내려간 점을 감안하면 이 지사의 20%대 중·후반 지지율은 언제든지 출렁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과거 고건 전 총리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사례에서 봤듯이 대선 1년 전 지지율 1위는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다. 여권 대선 주자 지지율 합이 50% 안팎에 불과하고 절반 정도가 부동층이란 점에서도 그렇다. 이들의 표심은 결정적인 순간에 누구에게로 가느냐에 따라 판세가 얼마든지 뒤흔들릴  수 있다. 이 지사가 최소한 30%대의 지지율을 보여야 보다 안정적인 발판의 기초가 될 수 있다. 
 
또 하나의 관건은 당내 비주류인 이 지사가 경선에서 당심을 얼마나 잡을 수 있느냐 여부다. 2002년  당내 소수파였던 노무현 후보처럼 ‘언더도그(underdog : 강한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약한 후보를 지지해 선거 판세를 바꾸는 것)’ 반란에 성공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 조사와 당심이 다른 사례들은 많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 박근혜 후보는 당심에서는 이겼지만 일반 여론 조사에선 패배하면서 이명박 후보에게 대선 후보 자리를 내줬다.
 
이 지사는 여론 조사 지지율은 높지만 당심이 그를 어떻게 평가할지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그가 대표적인 비문(비문재인)이라는 점에서 친문의 선택이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친문계인 임 전 실장의 이 지사 비판이 주목받는 이유다. 이 때문에 한때 정치권에선 이 지사의 탈당설도 돌았지만 이는 낭설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이 대표·친문-이 지사 측 경선 시기 놓고 격돌 가능성

이 대표 측과 친문에선 경선을 치러야 하는 오는 9월 초까지 이 지사의 이런 기세가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은 대선 6개월 전까지 후보를 뽑게 돼 있는데 이 대표 측과 친문 쪽에선 이 지사의 상승세 때문에 경선을 연기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지사 측이 일축하면서 양측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경선 시점이 당내 갈등을 부를 최대 뇌관으로 부상한 것이다. 

이 지사가 문팬(문재인 팬덤) 지지를 끌어 낼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한 여론 조사 전문가는 “뚜렷한 친문 주자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 지사의 지지율이 30%대 후반까지 치고 올라간다면 친문들도 어쩔 수 없이 이 지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친문계 한 의원은 “솔직히 이 지사가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전형적인 포퓰리스트답게 일반 대중의 지지를 업고 친문과 선을 확 그을 염려가 커 선뜻 그의 손을 잡기가 내키지 않는다”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최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 지사에 대해 “거버너로서는 능력이 출중한데 포퓰리스트적 측면이 굉장히 강하다는 것은 위험스럽다”며 “다음 리더는 통합을 얘기해야 하는데 그런 리더십으론 맞지 않다”고 했다. 또 “‘시원하다, 이재명밖에 없다’는 선전·선동에 의존하는 것도 굉장히 위험하다”며 “특정한 사람들을 적폐로 만들어 버리고 대중의 분노를 이용해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식을 반복한다. 대통령이 되려면 그런 리더십으론 안 된다”고 꼬집었다. 

홍영식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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