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121조' 장전한 삼성전자, 車반도체기업 인수 나서나 [삼성, M&A 다음 타깃은]

김경민 2021. 2. 22. 18:1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역대최대 현금성자산 사용처 주목
NXP·인피니언 등 인수 대상 거론
이재용 사법리스크가 최대 걸림돌
석방 후 M&A 진두지휘할 가능성
삼성전자가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성 규모가 12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이 자금을 어디에 사용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최근 차량용 반도체 품귀현상이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은 '큰손' 삼성전자의 결단을 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의 옥중경영 중 대규모 M&A에 나선 사례가 없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3년 내 M&A" 쇼핑대상 주목

22일 재계 및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29조3825억원과 단기금융상품 92조4417억원 등 121조8242억원의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현금성 자산은 현재 보유한 자금을 의미하는데 단기금융상품은 1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예금을 뜻한다. 삼성전자가 필요에 따라 121조원의 유동성 자금을 바로 투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외상으로 제품을 팔아서 발생한 매출채권 31조원과 기타 자산 등을 더하면 삼성전자의 총금융자산 규모는 176조원에 육박한다.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은 2016년 84조5438억원에서 2017년 79조9928억원으로 감소하기도 했다. 이때는 국내 M&A 사상 최대였던 80억달러(약 9조원)에 하만을 인수해 자동차 전장 공룡으로 우뚝 섰던 시기다. 이후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스마트폰, 가전 등 3대 사업의 황금 포트폴리오로 실적 신기원을 쓰면서 현금성 자산은 2018년 96조2343억원, 2019년 103조1380억원 등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전년과 비교해도 지난해 현금성 자산은 약 18조7000억원이나 증가한 것이다.

역대 최대의 실탄을 확보한 삼성전자는 언제라도 M&A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다. 회사도 3년 내 반도체 부문에서 대규모 M&A에 나설 것이란 계획을 내비친 바 있다.

최윤호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사장)은 지난달 4·4분기 실적발표에서 "지난 3년간 M&A 대상에 대해 신중히 검토해왔으며 많은 준비가 된 상태"라면서 "대내외 불확실한 상황으로 실행 시기를 특정하긴 어렵지만, 지금까지 준비해온 것을 토대로 이번 정책기간 내(3년) 의미 있는 규모의 M&A 실현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M&A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기업을 사들일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네덜란드의 NXP, 독일의 인피니언,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 거의 모든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기업이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NXP와 인피니언 경우 50조~60조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엔비디아는 ARM을 약 44조원에, AMD는 자일링스를 350억달러(약 39조원)에 사들였다. SK하이닉스도 인텔 낸드사업부를 10조원에 인수했다.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기업을 인수한다면 역대 최대 M&A 달성 기록을 갈아치울 것이 확실시된다.

■'1년반 더' 이재용의 시간 변수

하지만 이 부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최대 걸림돌이다.

50조원을 결재할 수 있는 사람은 이 부회장이 유일하지만 옥중경영으로 대규모 M&A를 판단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10~20년 미래를 내다보는 M&A의 실기를 할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26일 삼성 사내망을 통해 "제가 처한 상황과 관계없이 삼성은 가야 할 길을 계속 가야 한다. 투자와 고용창출이라는 기업의 본분에도 충실해야 한다"며 임직원에게 업무에 매진할 것을 당부했으나 M&A는 이 부회장의 재가가 절대적이다.

특히 최 사장의 3년 내 M&A 가능성 발언은 이 부회장의 석방 시기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부회장은 2017년 2월 구속돼 2심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되기 직전까지 353일을 복역한 바 있어 약 1년6개월을 더 복역해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옥중에서 이 부회장이 M&A를 결정한 적은 없다"면서 "수십조 단위의 결정인 만큼 큰 변수가 없다면 이번에도 석방 후 M&A를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