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백업' 김다솔에게 찾아온 천재일우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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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7년차 세터 김다솔(24)은 2014~2015시즌을 앞두고 수련선수로 입단한 뒤 줄곧 백업 세터 역할을 맡아왔다.
2018~2019시즌 개인 한 시즌 최다 56세트를 소화하는 등 꾸준히 존재감을 보여주긴 했지만, 주연은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오랫동안 백업 역할을 해왔던 김다솔이 그 자리를 꿰차게 됐다.
팀의 '제1 세터'로서 이 목표에 도달한다면 이는 돈 주고도 못 살 소중한 자산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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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회가 뜻하지 않게 찾아왔다. 이재영-다영 자매가 과거 학교폭력 논란으로 구단으로부터 무기한 출전정지 징계를 받은 것이다. 공격을 조율하는 주전 세터의 갑작스러운 이탈은 팀 입장에서 엄청난 악재다. 그러나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누군가는 그 자리를 채워야 했다. 자연스럽게 오랫동안 백업 역할을 해왔던 김다솔이 그 자리를 꿰차게 됐다. 좌절하지 않고 성실히 훈련에 임한 결과였다. “불만 없이, 묵묵히 배구만 하는 선수”라는 구단 관계자의 설명이 딱 맞았다.
그러나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과 혼란스러운 팀의 사정 탓이었을까. 토스는 네트에 붙기 일쑤였고, 속공 연결도 쉽지 않았다. 빠른 토스의 강점을 살리지 못해 적지 않은 마음고생을 했다. 팀이 4연패에 빠지자 자신감도 급격히 떨어졌다.
다행히 실패가 약이 됐다. 19일 KGC인삼공사전에선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4세트를 모두 소화하며 토스 정확도 42.86%(98시도 42성공)의 안정감을 뽐내며 팀의 4연패를 끊는 데 일조했다. 무엇보다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아 애간장을 태웠던 외국인선수 브루나 모라이스의 30득점을 이끌어낸 것이 더 없이 값진 수확이었다. 김다솔의 빠른 토스와 브루나의 높이가 조화를 이루니 그만큼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김연경과 브루나의 양쪽 날개가 모두 살아나면 ‘절대 1강’을 외치던 기존의 경기력만큼은 아니어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이 “챔피언 결정전 우승보다 기쁜 승리”라고 했을 정도였으니 김다솔에게도 엄청난 성공체험이었던 셈이다.
김다솔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음 도전은 초대형 악재가 터졌을 때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정규리그 1위 자리를 끝까지 지키는 것이다. 팀의 ‘제1 세터’로서 이 목표에 도달한다면 이는 돈 주고도 못 살 소중한 자산이 된다. 그야말로 천재일우의 기회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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