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난민 넘었는데 변이가..유럽, 35년 솅겐조약 깨질까
코로나19(COVID-19) 변이 바이러스의 유행으로 유럽 대륙의 국경개방 문화가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코로나19라는 위협 앞에서 유럽 각국이 새로운 국경 통제 조치를 도입하고 있다"며 "유럽연합(EU) 통합의 토대가 됐던 국경 개방 관행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보도했다.
독일은 오스트리아와 체코 티롤 지역으로부터 자유로운 이동을 제한하고, 독일인만 입국할 수 있도록 했다. 독일인이 아니라면 독일에 거주하거나 독일에서 회사를 다니는 사람만이 입국할 수 있고, 이들은 모두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고 음성 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EU는 독일이 국경을 제한하면 다른 국가들도 이를 따라할 수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알렉산드르 샬렌베르크 오스트리아 외무장관은 "해당 조치들은 오스트리아 전체에 상당히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지난해 봄 배웠던 교훈과 명백하게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3월 코로나19 팬데믹(전세계적 대유행) 이후 각국이 국경을 통제한 것은 잘못된 일이었고, 이를 반복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우르즐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봄 국경을 막은 17개 회원국이 있었지만, 우리는 결국 국경통제가 바이러스를 막지 못했다는 사실만 알게 됐다"며 "국경 통제는 EU 시장을 파괴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엔 얘기가 다르다. 플렌스부르크 등 독일 일부 지역에선 신규 확진자 가운데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 비율이 과반을 차지하는 등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
호르스트 제호퍼 독일 내무장관은 빌트지에 "우리는 체코와 오스트리아 국경에서 변이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다"며 "저렴한 조언으로 우리를 방해할 게 아니라 우리의 정책을 지지해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솅겐조약은 1985년 룩셈부르크 남부 셍겐에서 독일·프랑스·네덜란드·벨기에·룩셈부르크 등 5개국이 처음으로 체결했다. EU회원국 간 무비자 통행을 규정한 국경 개방 조약이다. 현재 27개 EU회원국 중 22개국과 4개의 이웃나라(아이슬란드·리히텐슈타인·노르웨이·스위스)가 솅겐조약을 맺고 있다.
NYT는 "지난 10년 동안 EU국가를 옮겨가며 발생한 무장세력에 의한 테러 공격은 EU의 법 집행 협력과 정보 공유 시스템이 솅겐조약에 따른 국경개방과 보조를 맞추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잇따른 테러 공격이 일어나면서 국경 개방에 따른 단점이 더 부각됐다는 것이다.
특히 2015년~2016년 시리아 난민 수백명이 대거 유럽으로 건너오며 솅겐조약은 더 결정적인 타격을 입었다. 난민 이민에 대한 부담을 나누기 싫었던 많은 회원국들이 국경을 강화했다. 이후 각 국에서 극우파가 득세하며 국경개방은 더욱 큰 위협으로 여겨졌다.
코로나19 유행은 앞서 두 번의 위기로 금이 간 솅겐 조약을 더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솅겐 의회 조사단장인 슬로베니아 소속 타냐 파존 의원은 "솅겐조약이 심각한 위험에 처했다는 것이 가장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유럽인들이 백신을 접종하고 코로나 바이러스가 종식되더라도 솅겐조약은 논쟁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유럽정책센터 소속 연구원 마리 드 소머는 "솅겐조약은 위기에 탄력적인 시스템이 아니다"며 "위기가 없을 땐 문제없이 작동하지만 위기가 생기는 순간 결함과 틈이 생긴다. 코로나19가 대표적인 예"라고 말했다. 그는 "위기가 끝나도 이전의 개방된 국경 상태로 돌아가긴 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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