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요통진단서 낸 포스코 회장에 "노동자 저승사자냐"

박제완,최예빈 2021. 2. 2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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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환노위 '산업재해 청문회'
포스코·GS건설·CJ대한통운등
산재 많은 기업 CEO 9명 출석
"저승사자냐" "자진 사퇴해야"
연이은 지적에 고개숙여 사과
산재 토론없이 질타만 되풀이
"日신사 왜 갔냐" 엉뚱한 비판도

◆ 국회 불려간 기업인들 ◆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임시국회 기간에 '산업재해 청문회'를 열고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거 출석시켰다. 산재 발생 건수가 많은 건설·물류·제조업 분야 기업에 산재 발생 원인과 재해 예방책을 따져 묻겠다는 취지지만 국회가 기업 대표들을 직접 불러 '면박 주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이날 청문회는 산재 예방을 위한 정책 토론이나 선진국 사례에 대한 참고 논의보다 국회의원들의 질타와 기업 CEO들의 사과만 되풀이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22일 '산업재해 청문회'에는 최근 2년간 산재가 자주 발생한 기업의 경영 책임자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건설 부문에서는 우무현 GS건설 대표·한성희 포스코건설 대표·이원우 현대건설 대표, 물류 부문에서는 신영수 CJ대한통운 택배부문 대표·박찬복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노트먼 조셉 네이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 제조 분야에서는 최정우 포스코 회장·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 등 9명이 출석했다.

국내 주요 기업 경영 책임자 10여 명이 청문회에 일시에 출석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최 회장은 전날 허리 통증을 이유로 환노위에 대리 출석 가능 여부를 질의했으나 인정되지 않으면서 이날 예정대로 출석했다.

최 회장이 9개 기업 경영 책임자 중 유일하게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던 만큼 청문위원들은 여야 할 것 없이 최 회장에게 공세를 집중했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포스코에서는 2016년부터 4년간 총 6명이 산재로 사망했다.

이에 윤미향 민주당 의원은 "회장이 생각하는 포스코 산재의 가장 큰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며 "증인은 포스코에서 노동자들이 지옥으로 들어가는 저승사자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강하게 몰아붙였다.

야당 공세에도 '봐주기'는 없었다. 환노위 야당 측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최 회장을 향해 "허리 염좌 및 긴장이라는 진단서를 첨부해 청문회 불참을 통보하는 것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면서 "사망한 산재 근로자들에게 목메어 심장이 떨린다"고 지적했다. 임 의원이 "유가족과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들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하자 최 회장은 "생각이 짧았던 것 같다"고 답했고 이에 임 의원은 "생각이 짧은 게 아니라 그게 회장님의 인성"이라고 질타했다. 같은 당 김웅 의원 역시 최 회장의 대리 출석 질의를 꼬집어 "허리 아픈 것도 불편한데 롤러에 압착돼 죽으면 얼마나 괴롭고 고통스럽겠느냐"고 비판했다. 질타가 이어지자 최 회장은 "연이은 사고에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죄송하다"면서 90도 가까이 허리를 숙여 사죄했다.

이날 청문회장에서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국민 반일정서에 기반한 '가짜뉴스'로 최 회장 면박 주기에 나섰다. 노 의원은 "이거 (2018년) 10월 도쿄에서 (최 회장이) 신사 참배 갔죠? 이렇게 해도 되는 거예요?"라며 산재와 무관한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당시 최 회장이 방문한 조조지라는 사찰은 전범 위패가 있는 신사와는 다른 일반 사찰"이라며 "하나투어 같은 여행사 패키지에도 포함돼 있는 관광지"라고 해명했다.

22일 국회에서 열린 환노위 산업재해 청문회에 기업 CEO들이 출석해 선서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최정우 포스코 회장,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 박찬복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 신영수 CJ대한통운 택배부문 대표, 노트먼 조셉 네이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 [이승환 기자]
다른 경영 책임자들 역시 연이은 질책에 사죄와 유감 표명을 반복했다. 네이든 대표는 경북 칠곡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다가 숨진 고 장덕준 씨와 유족에게 "정말로 깊은 사죄와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다만 장씨가 산재 판결을 받기까지 4개월 넘게 걸린 것에 대해 네이든 대표는 "사고 원인 규명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의료 전문가 결정을 기다릴 필요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급기야 최 회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최 회장에게 "유가족을 만난 적도, 조문을 간 적도 없다. 대국민 사과는 생쇼"라면서 "청문회에 안 나오려고 2주 진단서를 쓰느냐. 건강이 안 좋으면 (회장직을) 그만둬야 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종성 민주당 의원 역시 "자진 사퇴할 의사가 있느냐"고 추궁했다.

한편 한영석 대표는 산재 사고 원인을 노동자로 돌리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청문위원들에게 항의를 받기도 했다. 박덕흠 무소속 의원의 질의에 한 대표는 "사고가 일어나는 유형을 보니 작업자의 행동에 의해서 잘 일어났다"며 "표준 작업에 의한 작업을 유도하고 있지만 아직 불안전한 행동을 하는 작업자가 많다"고 답변했다. 이에 의원들의 비판이 쏟아지자 한 대표는 "작업자가 비표준화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아 안전관리가 쉽지 않아서 작업자가 불안전한 '상태'에서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라면서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 사과드린다"고 해명했다.

이날 청문회를 두고 산재 원인을 묻고 예방책을 찾아야 한다는 정치권의 취지가 좋다는 의견과 과도한 면박 주기라는 의견이 엇갈렸다. 임 의원은 "기업을 죄인이라 부르는 것이 아니다"면서도 "산재는 회복할 수 없는 사고이고 억울한 죽음이 없게 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한 재계 관계자는 "이번 청문회가 건설적 논의가 아니라 과거 재해 사례들을 되짚어 기업을 면박 주는 자리가 된 것 같아 안타깝다"는 반응을 내놨다.

[박제완 기자 / 최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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