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만 가혹한 화관법·화평법..中企대표들 "이러다 전과자될라"
내외부 불연시설 모두 검사
전문가 "획일적 규제 강요"
◆ 기업에만 떠넘긴 화학안전 ◆
정부가 완충저류시설 건설을 미루는 가운데, 기업을 대상으로 만든 화학 안전 규제인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은 올해부터 기업을 대상으로 정기검사를 시작한다. 현장에 맞지 않는 규제라는 반발이 여전히 이어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법 취지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정작 안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규제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화평법은 유럽연합(EU)의 신화학물질규제(REACH)를 본떠 만든 법이다. 생산 과정에서 사용되는 각종 화학물질의 용도, 양을 매년 환경부 장관에게 보고해야 하며, 국내 사업장에서 연간 1t 이상 제조하거나 수입하는 화학물질은 개별 기업이 용도와 특성, 유해성에 관한 자료를 첨부해 정부에 등록해야 한다. 화관법은 국내에서 제조했거나 수입한 화학제품의 성분과 함유량을 정부에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며 각종 안전시설에 관한 획일적인 규제가 담겨 있다.
비용 부담이 급증하면서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쪽은 도금업으로 불리는 표면처리업계다.
표면처리협동조합 관계자는 “화관법으로 직격탄을 맞은 피해자가 우리 업계다"라면서 "기존 조그마한 공장들이 화관법 기준을 충족시킬 수 없으니 문을 닫아버리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관법상 요구하는 인력을 채우는 것도 중소기업에는 어려운 일이다. 관리자와 기술인력 두 사람이 필요한데, 기술인력은 환경 관련 기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을 채용해야 하지만 중소기업은 이 같은 스펙의 인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표면처리협동조합은 조합원사의 80%가 직원 수 30인 이하 사업장이다. 도금업은 3D 업종으로 인력을 구하기가 어렵다.
한 표면처리 중소기업 관계자는 "올해 환경부가 단속을 나오면 몇 곳이나 지킬 수 있을지 막막하다"면서 "중소기업 대표들이 모두 전과자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표면처리업종과 간담회를 열고 업종 맞춤형 시설 기준에 대해 합의하고 행정예고에 나서 현장 부담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환경부와 화학물질안전원은 표면처리업종과 염색업종은 맞춤형 기준을 만들어 지난달 13일 행정예고했다. 업계와 기준을 협의했어도 소규모 업장의 부담은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형덕 중소기업중앙회 제조혁신실장은 "모든 업종에 특수성에 맞춘 화관법 정기검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평법·화관법은 기업들에 과중한 부담을 지게 할 뿐만 아니라 국민 안전 증진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비판이 입법이 완료된 2015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대한화학회와 한국화학공학회, 한국고분자학회, 한국공업화학회, 한국화학관련학회연합회 등 5개 학술단체가 '소재·화학산업을 살려줄 화평법·화관법이 필요하다'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기업·경제단체가 아닌 순수 학술단체가 시행 중인 화평법과 화관법에 대해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는 성명을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법안이 이미 2015년 시행된 만큼 올해는 정기검사에 나설 것이라는 방침이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는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각 공장은 사용 물질과 환경이 모두 다른데 획일적인 규제를 강요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이덕주 기자 /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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