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 치고 나면 속도 스핀 비거리 각도 알려주는 놀라운 골프공

2021. 2. 2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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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는 AI 기업들이 중시하는 한 가지

◆ MK 인더스트리 리뷰 ◆

노련한 골프 코치는 초보자 스윙만 보고 실력을 꿰뚫는다. 웬만한 경력으로는 어림없다. 그런데 최근 골프업계를 놀라게 한 코치가 등장했다. '그래프골프(Graff Golf·사진)'라 불리는 스마트 골프공이다.

생긴 건 여느 골프공과 같지만 '6축 가속도 센서'가 내장되어 있다. 이 센서가 모든 샷을 기록한다. 골프공을 치면 타구 속도, 스핀양, 비거리뿐만 아니라 론치 각도까지 분석하고,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나름대로 패턴을 파악한다.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고쳐야 할 습관까지 정밀하게 읽어내고 알려준다. 모든 정보는 스마트폰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전문가로부터 얻기 어려운 고급 정보를 골프공 하나가 자세히 알려준다.

그래프골프는 '측정(measurement)'이야말로 창조적 AI 적용의 시작임을 알려준다. 측정은 통찰의 기반이다. 내가 친 골프공의 스핀양이 어느 정도인지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이유는 아무도 측정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느 각도로 스윙을 할 때 나의 샷이 가장 정확한지를 알지 못하는 이유는 공이 날아가는 각도를 측정해본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름 4.3㎝의 골프공이 이를 측정하자 그동안 알 수 없었던 나 자신을 보게 된 것이다.

특히 AI의 활용에서 측정은 더욱 중요하다. 데이터는 측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측정이 잘 되면 정교한 AI 알고리즘으로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무엇을 측정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여기서 창조성이 필요하다. 누구도 측정해본 적이 없는 대상을 창조적 방식으로 측정하여 새로운 통찰을 이끌어 내는 것, 그것이 바로 창조적 AI 적용의 시작이다. 지금까지 없던 혁신적 비즈니스를 일구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2016년 독일에서 설립된 '인키트(Inkitt)'라는 출판사가 바로 그런 예다. 보통 출판사가 10권의 책을 출간한다 해도 베스트셀러 1권을 만들기가 어렵다. 그런데 인키트는 베스트셀러의 비율이 전체 출간 도서의 90%를 넘는다. 인키트는 AI 알고리즘을 이용해 책 판매를 예측한다. 데이터는 어떻게 얻었을까?

인키트는 그 어떤 출판사도 하지 않은 시도를 통해 유용한 데이터를 만들어냈다. 책을 출간하기 전 칼럼 하나 분량의 짧은 스토리를 독자들에게 연재 방식으로 공유한다. 100만명이 넘는 회원들은 이 스토리를 접하면서 나름대로의 행동을 보이게 된다. 연재되는 각각의 글에 몇 분 동안 머물렀는지, 언제 읽었는지, 밤을 새웠는지, 내용이나 문법에 대한 피드백 등을 세세히 기록한다. 이러한 기록에 기반해 AI 알고리즘이 흥행 가능성을 예측하고 흥행이 보장된 책만 출간하는 것이다. 인키트의 흥행 비결에는 AI가 있었지만 그 효과를 극대화하는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바로 측정이었다. 누구도 하지 못한 발상, 창조적 측정이라 할 만하다.

우리는 이제 AI를 노련하게 이용하는 법에 대해 눈을 떠야 한다. 선도 기업이 개발한 고급 알고리즘을 누구나 쉽게 가져다 쓸 수 있는 시대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대부분 문외한이라는 점이다. 지금껏 누구도 측정해보지 않은 영역, 그러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측정되어야 할 영역을 찾아 측정해보자. AI를 통한 혁신은 이러한 창조적 측정에서 시작된다.

[정두희 MIT 테크놀로지 리뷰 한국판 편집장(한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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