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싸들, 연애도 게임도 말로 합니다

신찬옥 2021. 2. 2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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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하우스 열풍으로 본 목소리 SNS 세계
영상매체처럼 부담 없고
텍스트와 달리 실명제 고수
코로나시대 대화욕구 반영
쌍방향 소통 제일 잘 살려
다른일 하면서도 사용가능
오디오, 사전검열 힘든 단점
혐오·차별발언 판칠 가능성

◆ MK 인더스트리 리뷰 ◆

매일경제신문은 매달 미국 'MIT 테크놀로지 리뷰'의 기사 중 흥미로운 뉴스를 편집해 독자에게 전합니다. 미국 MIT에서 발행하는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120년 역사의 기술 분석 잡지로, 미래 기술을 분석하고 조망하는 가장 저명하고 신뢰성 있는 매체로 꼽힙니다. 매경은 MIT 테크놀로지 리뷰 한국판(온라인판)을 발행하는 DMK와 제휴를 맺고 주목할 만한 기사를 골라 싣습니다. 정두희 MIT 테크놀로지 리뷰 편집장(한동대 교수)이 깊이 있는 이해와 분석을 도와드립니다.

[편집자 주]

미국 샌프란시스코 베이에 사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 난디타 모한(23)이 매일 아침 이메일을 훑어 보는 동안 대학 친구들이 끊임없이 재잘댄다. 어제 하루가 어땠는지, 몇 년도 더 된 추억을 꺼내기도 하고,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 졸업한 바람에 겪는 어려움도 쏟아낸다.

모한은 전화통화를 하는 것이 아니다. '카푸치노'라는 앱을 사용 중이다. 이 앱은 친구나 가족 등 비공개 그룹 구성원이 녹음한 음성을 오디오 파일로 내려받아 전해준다. 모한은 "매일 아침 이렇게 친구들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건 획기적인 일"이라고 말한다.

음성 메시지(Audio messaging) 서비스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와츠앱'의 음성 메모는 인도에서 특히 유행하고 있고, '위챗(WeChat)'의 음성 메시지는 중국에서 인기다. 이런 기능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줌 피로(Zoom fatigue)'를 피하면서 연락을 이어갈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다. 새로운 오디오 앱의 등장은 우리가 전화기를 사용하는 방식이 전화통화에서 메시지를 거쳐 다시 오디오로 돌아오는 순환의 마무리 단계에 온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음성 기반 소셜네트워크는 '클럽하우스(Clubhouse)'다. 지난해 봄 처음 등장해 최근 일론 머스크와 마크 저커버그 같은 빅샷들이 사용하면서 열풍을 일으킨 초대 전용 앱이다. 이 앱을 사용하는 것은 마치 (온라인) 파티에 잠깐 들러 대화에 참여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벌써 역기능이 나타나고 있다. 한때 이 앱의 팬이었던 뉴욕타임스 기자 테일러 로렌즈는 클럽하우스 대화방에서 한 벤처투자자의 태도를 꼬집었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했다. 로렌즈는 "다시는 이 앱을 열 생각이 없으며, 이용자 보호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소셜네트워크는 어떤 것도 지지할 생각이 없다"고 와이어드(Wired)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다른 소셜플랫폼을 망가뜨리던 행태가 클럽하우스에도 여전히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임용 음성채팅 앱 '디스코드'도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인터넷전화(VoIP)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해주는 서비스다. 이 아이디어는 게임을 하면서 (손을 사용하지 않고도) 타이핑을 하고 싶어하는 게이머들에게서 나왔다. 지난해 6월 팬데믹 기간에 디스코드는 '말이 통하는 나만의 공간(Your place to talk)'이라는 새 슬로건을 발표하고 게이머 중심 서비스처럼 보이지 않으려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팬데믹 발생 직전인 지난해 2월 140만명이던 이용자 수는 10월에 670만명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흔히 '서버'라 불리는 디스코드의 커뮤니티에는 아이들의 온라인 밤샘 파티 커뮤니티처럼 작고 순수한 모임도 있는 반면, 샬러츠빌 백인우월주의 집회와 최근 미국 국회의사당 폭동을 논의하기 위한 극우 과격주의자들의 커뮤니티도 포함돼 있었다.

이 같은 역기능에도 불구하고 부인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말을 하고 귀 기울여 듣는다는 것이 멋지지 않은가. 결국 소셜미디어의 근간은 바로 '목소리의 민주화'라는 약속이다.

음성과 영상을 통해 이용자들을 연결해주는 텍스트 없는 소개팅 앱 '체크메이트(Chekmate)'의 최고경영자(CEO)인 지미 텔레는 온라인에서 가짜 프로필로 남들을 속이는 사기가 발붙이지 못하는 앱을 출시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텔레는 "문자메시지로 인한 익명성과 게임화(gamification)에서 벗어나 진정성에 뿌리를 둔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었다. 그 안에서 사용자들은 비판받을 걱정 없이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도록 격려받는다"고 말한다. 이 앱 사용자들은 처음에는 평균 5초 정도의 음성 메모를 남기지만, 차츰 녹음 시간이 늘어난다.

문제는 오디오 콘텐츠 관리가 텍스트 관리보다 훨씬 어렵다는 점이다. 지금으로서는 사람이 직접 관리하는 것이 커뮤니티 규칙을 준수하지 않는 이용자를 차단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듯 보인다. 음성 전용 공간은 인터넷의 다른 곳들과 마찬가지로 금세 흉악해질 수 있다. 소외계층, 여성이나 제3의 성, 유색인종, 젊은 세대 등 온라인에서 이미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은 단속하기 더 어려운 새로운 유형의 폭력을 겪을지도 모르는 플랫폼에 뛰어들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포맷의 주요 이점 중 하나는 이용자들이 음성통화나 영상통화로 서로 직접 연결할 수 있으면서도, 상황에 맞춰 자기 방식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전화통화나 줌 통화는 어느 정도 준비가 필요하지만, 최근 음성 서비스는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시간에 만들고 소비할 수 있다. 아침마다 친구들의 음성 메모를 듣는 모한은 "카푸치노 앱은 친구가 말할 때 저절로 더 주의 깊게 듣도록 만든다. 심지어 얘기를 듣다가 하고 싶은 말이 생기면 메모해 놓기도 한다. 친구들과 더 가까워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좋다"고 호평했다.

※ 기사 전문은 MIT 테크놀로지 코리아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정리 =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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