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의 아픔 극복..아이의 다친 마음을 수용해주는 것부터

한겨레 2021. 2. 22.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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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ㅣ최이선의 '부모 연습장'

Q. 힘든 과정을 거쳐 이혼한 지 5개월 되었습니다. 이혼 과정도 힘들었지만 이제야 7살 아이가 눈에 들어옵니다. 남편과 면접교섭권 등의 다툼이 있었고 그사이 아이는 퇴행과 어린이집 거부, 공격적인 행동 등 여러 가지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이에게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할까요?

A. 사랑하는 친구나 연인과 헤어지는 것도 힘겹고 슬픈 일인데 이혼이라는 과정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지치고 힘든 일입니다. 특히나 배우자의 배신 등으로 이혼을 하게 된 경우라면 상실감이 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 여러 가지 복합적이고 어려운 감정으로 결정하고 대처해내는 과정에서 자녀가 눈에 들어오기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혼을 선택하는 당사자들은 이혼이 문제의 해결책이라 생각하고 결정을 내리지만 함께 따라오는 상실감, 고독감, 혼란스러움, 고립감 등을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나만 바라보고 있는 어린 자녀가 눈에 들어왔을 때는 이미 자녀가 상처받고 힘들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린아이들은 엄마 아빠의 다툼과 갈등을 경험하며, 과정 내내 힘들었다고 하더라도 부모들의 이혼을 찬성하는 것보다 그냥 전처럼 합치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처럼 아이들에게 부모의 헤어짐이라는 것 자체가 미래를 알 수 없는 두려움과 변화에 대한 불안을 안겨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혼 과정에서 잘못을 한 배우자라고 하더라도 자녀 입장에서는 그리움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엄마 혹은 아빠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녀들은 안전하다고 느낀다. 게티이미지뱅크

이혼 과정에서 많은 아이들은 자신이 버려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고 부모의 이혼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오해하고 부적절한 죄책감을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과는 달리 이혼이나 재혼 가정, 싱글맘, 싱글빠 등 다양한 형태로 가족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혼 사실을 드러내고 표현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외부의 부정적 시각으로 아이들은 더욱 상처를 받고 어떻게 감정을 처리해야 할지 알지 못한 채 마음속에 묻어두게 됩니다.

이혼 과정의 갈등 속에서 아이들은 부모에게 매달리고 징징거리는 등 퇴행하기도 하고 공격적인 행동을 하고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 부적응적인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이혼 뒤 다른 한쪽 부모를 만나고 올 때 잘 놀았는데도 죄책감에 불편했다고 거짓말을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이혼을 경험한 자녀들은 초기 몇년 동안은 심각한 스트레스와 적응 문제를 보이고 정서적인 문제와 대인관계에서의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이혼에 앞서서 자녀에게 설명을 해주는 과정을 거치고 가족 상담의 시간들을 가지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실제적으로는 어려운 일입니다. 질문하신 분처럼 지금이라도 아이의 마음을 들어준다면 정말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가정마다 각각의 사연이 있겠지만 이혼의 아픔들을 묻어두기보다는 개방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됩니다.

또한 상대 배우자가 밉고 싫겠지만 자녀 입장에서는 그와 다른 감정들을 가지고 있을 수 있기에 아이가 엄마 혹은 아빠에 대한 이야기를 편하게 꺼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또한 이혼 당사자가 배우자에게 가진 부정적인 감정과 자녀가 가진 감정이 똑같지 않을 수 있음에 대해서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혼 과정에서 많은 잘못을 한 배우자라고 하더라도 자녀 입장에서는 그리움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의 입장에서 엄마 혹은 아빠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녀들은 안전하다고 느낍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감정이 나쁜 것이 아니고 그럴 수 있음을 수용받고 인정받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지지받는다고 느끼고, 이 과정이 힘들지만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혼 과정의 아픔으로 인해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 수치심을 느끼고 자존감이 떨어지는 것을 경험하기도 하는데, 함께 살고 있는 부모가 아이를 수용해주는 경험으로 안정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수용되는 경험 속에서 아이는 자기효능감과 회복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자기효능감이 잘 발현된다면 아이는 이혼에 따른 부정적인 감정을 잘 견디고 극복해낼 수 있게 됩니다. 실제로 이혼 뒤 1~2년이 지나면 스트레스 수준이 감소되어 이혼 이전의 적응 수준으로 회복된다고 보고하고 있으니, 조금 더 일찍 회복할 수 있도록 자녀를 지지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자녀를 지지해주려면 당사자가 감정적으로 조절이 가능한 상태여야 합니다. 주변에 지지자나 조력자의 역할을 해줄 대상이 없다면 건강가정지원센터나 심리상담센터의 문을 두드리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주변의 도움을 받으면서 이혼 당사자의 스트레스를 좀 더 덜어내고 자녀의 아픔을 함께 나눌 수 있었으면 합니다. 우리네 삶은 예기치 못하게 흘러갑니다. 아픔과 고통이 따르기도 합니다. 관계의 상처는 관계를 통해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면 이 힘든 과정을 더 잘 견딜 수 있을 것입니다.

최이선 ㅣ 닥터맘힐링연구소 소장·교육학(상담 및 교육심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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