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가' 거래 후 취소..집값 시세조작
[경향신문]
작년 전국 취소 건수의 32% 해당
울산·서울 등 취소율 50% 넘어
투기세력 ‘악용’에도 처벌 못해
천준호 “전수조사 통해 허위 적발”
변창흠 “계약 당일 신고안 검토”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지난해 종전 최고거래가를 경신한 ‘신고가’로 실거래를 신고한 뒤 몇달 뒤 이를 취소한 사례가 무더기로 확인됐다. 서울 광진구의 경우 실거래 신고가 취소된 10건 중 7건가량이 신고가 거래였다. 정상 계약파기 등이 아닐 경우 이른바 ‘호가 띄우기’ 목적의 허위신고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0년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등재된 85만5247건의 거래를 분석한 결과 거래 취소 건수는 3만7965건(4.4%)으로 집계됐다. 전체 취소 건수 3만7965건 중 신고가로 신고된 뒤 취소된 거래는 1만1932건(31.9%)으로 나타났다. 실거래가 신고가 취소된 10건 중 3건이 신고가 매매였다는 의미다.
현행법에서는 주택매매거래 시 거래가 실제로 발생한 날로부터 30일 이내 실거래가를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토부는 매월 실거래가 내역을 취합해 주택가격동향을 파악한 뒤 공개한다. 실거래가가 오르고 내림에 따라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실거래가를 허위신고할 경우 처벌받게 된다.
하지만 실거래가 신고 자체를 취소하는 경우는 아무런 처벌규정이 없다는 게 문제다. 그간 부동산 업계에서는 투기세력이 특정 아파트의 호가를 높이기 위해 ‘실거래가 신고 뒤 취소’를 악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왔다. 서울 잠실의 한 공인중개사는 “예컨대 본래 9억원이 종전 최고가였던 A아파트가 신고가인 12억원에 거래됐다고 실거래 신고를 하면 A아파트의 호가는 12억원 이상으로 올라가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천 의원이 분석한 결과 지난해 부동산 가격 상승이 큰 지자체에서 특히 신고가 취소 비율이 높았다. 작년 하반기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울산의 경우 취소 거래 중 절반이 넘는 52.5%가 신고가 거래였다. 서울 역시 신고가 취소 비율이 50.7%로 절반을 넘었다. 인천(46.3%), 제주(42.1%), 세종(36.6%) 등도 높은 취소 비율을 나타냈다.
기초 지자체별로 살펴보면 서울 광진구의 경우 취소 건수의 66.7%가 신고가 거래였다. 이어 서초(66.7%), 마포(63.1%), 강남(63.0%) 등 기초 지자체 중 신고가 취소비율이 높은 10개 지자체 중 7곳이 서울이었다. 천 의원은 “취소 사유가 실제 거래 취소, 중복 등록이나 착오 등의 가능성이 있겠지만 ‘시세 조작을 위한 허위 거래’일 가능성이 있다”며 “전수조사를 통해 허위 거래가 적발되면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허위 거래 여부를 밝히려면 취소 사례별로 사유가 무엇인지, 취소에 따라 실제 계약파기금이 오갔는지 등을 파악해야 한다.
국토위 소속 홍기원 민주당 의원도 이날 “2018년 8월, 2019년 10월, 2020년 6월 등 신고 후 취소가 급증한 뒤 전월 대비 KB국민은행이 집계하는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높게는 8배까지 상승했다”며 부동산시장 왜곡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토위 업무보고에서 “실거래가 신고를 계약 당일에 공인중개사 입회하에 하게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그러면 허위가 불가능하게 되며, 나머지 잔금 등을 치르는 것은 공공플랫폼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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