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업계 거물 믹 데이비스, 배터리용 금속에 ‘올인’

‘세계 광산업계 거물’ 믹 데이비스가 리튬과 코발트, 니켈 등 배터리용 광물에 대한 베팅을 본격화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전기차 보급 확대와 신재생 에너지 발전으로 관련 금속의 수요가 치솟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데이비스는 2001년 영국 광산업체 빌링턴의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재임할 때 호주 광산업체 BHP와 합병을 주도해 BHP가 세계 최대 광산업체로 성장하는는 데 기여했다. 이후 스위스 광산업체 엑스트라타의 최고경영자(CEO)로 옮겼으며 2002년 중국의 부상으로 석탄, 구리, 아연 등 광물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데 베팅했다.

이를 통해 그는 스위스에 기반을 둔 소규모 광물 회사를 시가총액 500억 달러 이상 규모로 키웠으며, 2013년엔 영국의 광산업체 글렌코어와 합병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에는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정계에 투신하면서 2019년까지 보수당에서 활동해왔다.

WSJ는 21일(현지시간) '광부 믹'(Mick the Miner)으로 불리는 믹 데이비스가 '비전 블루 리소시스'라는 펀드를 만들어 지금까지 6000만 달러(약 666억3000만원)를 모았고, 첫 투자로 2950만달러를 흑연 광산 개발업체 넥스트소스머티리얼스에 투입했다고 전했다.

데이비스는 펀드 규모를 수억 달러로 키워 배터리 광물 채굴 회사에 주로 투자할 계획이다. WSJ는 "데이비스는 세계의 저탄소 에너지로 전환하려는 노력엔 더 많은 배터리가 필요하고, 관련 금속 수요는 영구적으로 이어질 것이란 데 베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번스타인 리서치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전기차 1대에 들어가는 배터리용 광물의 양이 50∼200㎏으로, 그 가격은 500∼2000달러 수준에 달한다. 번스타인 리서치는 기존 자동차 업체들은 향후 5년 내로 기존 내연기관 차를 만드는 것 이상의 돈을 전기차에 투자해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데이비스는 WSJ 인터뷰에서 전기차 및 신재생에너지 저장용으로 배터리 금속 수요가 지속될 것이라며 "배터리용 광물에 대해선 경제 성장에 따른 수요가 아닌 영구적 수요의 변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약에서 철수할 때 세계 지도자들이 비판하는 걸 보고 친환경 에너지를 향한 움직임의 힘을 깨달았다"며 "트럼프의 탈퇴는 기후변화에 대한 세계적 합의가 있고 갈 수밖에 없는 방향이라는 걸 알려줬다"고 설명했다.

월가 금융사들은 그러나 데이비스가 배터리 관련 금속에 의미있는 영향을 미치려면 훨씬 더 많은 돈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WSJ은 “월가는 상장된 광물 회사들의 가치는 이미 높고 올라가고 있으며, 투자는 장기적 안목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