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게인》, '무명' 가수들이 만든 특별한 차이

하재근 문화 평론가 2021. 2. 22.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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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에서 시작해 이승윤으로 마무리..새로움 향한 대중의 갈증에 부합

(시사저널=하재근 문화 평론가)

처음 화제가 된 출연자는 크레용팝 초아였다. 《빠빠빠》라는 히트곡을 냈지만 실력은 인정받지 못하고 코믹 퍼포먼스 그룹 정도로 인식됐었다. 그가 《빠빠빠》를 부른다고 하자 심사위원들이 모두 걱정했다. 하지만 초아는 여봐란듯이 《빠빠빠》를 마치 CD처럼 가창해 냈다. 기계음 조작 없이 라이브 보컬로만, 그것도 동료들 없이 혼자서, 게다가 안무까지 소화했다. 오랫동안 무시당하다 마침내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는 모습은 감동적인 법이다. 대중의 반응이 폭발했다. 이런 실력자가 비웃음 속에 묻힌 것을 사람들은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초아가 '한바탕 웃음으로'를 부르며 '젊은 한숨'을 이야기하자, 사람들은 초아가 냉대받은 지난 시절을 떠올리며 울컥했다. 

이 외에도 과거 히트곡을 냈지만 지금은 활동이 저조한 많은 가수가 화제를 모았다. 1990년대 히트곡인 《미니데이트》의 주인공 윤영아는 50호 번호표를 달고 등장했다. 《슈가맨》 방영 당시 사회자인 유재석이 윤영아 섭외를 부르짖었다고 한다. 하지만 《슈가맨》이 아닌 《싱어게인》에 나왔는데, 유재석의 기대대로 역시 여전한 매력을 선보였다. 만약 《슈가맨》에 나와 집중 조명을 받았다면 더 크게 주목받았을 것이지만, 그래도 많은 이가 1990년대 가수 윤영아의 끼에 감탄했다. 

왼쪽부터 《싱어게인》 TOP10 김준휘, 요아리, 유미, 이무진, 이소정, 이승윤, 이정권, 정홍일, 최예근, 태호(순서는 가나다순)ⓒJTBC 제공

잊힌 가수들의 재조명 

레이디스 코드 출신 이소정도 화제의 인물이다. 걸그룹 데뷔 후 팀이 교통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워낙 비극적인 사고였기 때문에 이후 연예계 활동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했다. 《싱어게인》에서 뮤지션으로서의 새 출발을 알리자 응원의 목소리가 쇄도했다. 결승에서 가사를 놓쳐 심사위원 최저점을 받았지만 시청자 투표로 최종 4위에 올랐다. 대중의 지지가 그만큼 뜨거웠다는 이야기다. 

여성 솔로 요아리와 유미도 주목받았다. 요아리는 처음에 무대공포증으로 불안한 모습이었지만 회를 거듭하면서 독특한 음색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최근 몇 년간 활동을 못 했다는 그는 그렇게 대표적인 감성보컬 뮤지션으로 각인됐다. 결승 직전 학교폭력 주장이 나왔는데, 《미스트롯2》 진달래 학교폭력 공분 사태 직후였기 때문에 여론이 악화됐다. 결승 이후 요아리가 적극적으로 해명하면서 허위 폭로일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결승 당시 타격이 컸을 것이다. 그래서 프로그램이 끝나고 지지세가 더 강해졌다. 유미는 원래도 알 만한 사람은 아는 열창 보컬의 주인공이었는데 《싱어게인》으로 더 많은 대중에게 알려졌다. 열창을 내려놓고 새롭게 도전하는 모습까지 보여 향후 음악적인 진일보를 기대하게 한다. 

《싱어게인》에서 가장 화제가 된 건 무명 뮤지션들이었다. 정홍일은 주류 신에서 맥이 끊어지다시피 한 정통 하드록 보컬리스트로 등장했다. 요즘은 듣기조차 힘들어진 단어 '헤비메탈', 그는 자신을 헤비메탈 가수라고 소개했다. 초반엔 탈락의 위기도 겪었고, 이선희의 슈퍼 어게인 덕분에 가까스로 생존했다. 중반 이후 오랜 세월 공연으로 다져진 내공이 드러났다. 요즘 접하기 힘든 폭발적인 가창이었다. '고막남친'이라는 식의 부드러운 가창이 유행하고, 밴드음악도 감성 발라드와 유사해진 시점이기 때문에 정홍일 샤우팅이 충격이었다. 

《못다핀 꽃 한 송이》를 노래할 땐 오랜 세월 피우지 못한 꽃을 이제 피우겠다는,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그의 절규가 더욱 전율을 안겼다. 마지막에 마이크 없이 육성으로 스튜디오를 압도하는 장면이 심사위원과 시청자들을 열광하게 했다. 유희열이 "요즘엔 거의 사라진 창법과 스타일의 음악"이라고 했는데, 바로 그래서 정홍일이 빛났다. 

2000년생 이무진도 화제다. 첫 방송에서 기타 연습을 하는 모습만으로 심사위원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통기타 하나를 들고 마치 1970년대 청년문화의 후예인 것 같은 모습으로 등장했다. 어느 날 문득 머리를 자르지 않게 됐다는 에피소드가 그의 자유분방함을 말해 준다. 1회에서 《누구 없소》를 불러 격찬을 받으며 올 어게인의 주인공이 됐다. 당시 이선희는 "스타성 있는 친구, 왜 이제 나온 거냐"고 했다. 이무진이 오랜 무명 생활을 겪은 뮤지션이라고 오인했던 것이다. 그만큼 처음부터 이무진은 단단한 실력을 보여줬다. 

이무진과 이승윤이 함께 부른 《연극 속에서》는 해당 회차 시청률 최고의 1분에 등극했을 정도로 스타성을 이미 인정받았다. 이승윤과 대결했을 땐 《휘파람》을 정공법으로 불러 심사위원들의 지지를 얻어냈다. 나이도 어리고, 요즘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감성적 보컬이어서 향후 대중의 호응이 클 것으로 보인다. 노래에서 이야기를 가장 중시한다고 하는데 이것도 공감을 추구하는 요즘 트렌드와 잘 맞는다. 

찐무명의 반란, 인기 원동력 

가장 큰 화제의 주인공은 이승윤이다. 이무진과 격돌했을 때 《Chitty Chitty Bang Bang》이라는 의외의 선곡으로 듣도 보도 못한 그루브를 선보여 심사위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때 승리는 익숙한 노래를 정공법으로 들려준 이무진의 몫이었지만, 화제성은 이승윤에게서 폭발했다. 심사위원들은 데뷔 당시 기존 음악인들을 혼란에 빠뜨렸던 서태지를 언급하며 이승윤에게서 그러한 새로움이 느껴진다고 했다. 이런 발언이 대중의 뜨거운 호응에 기름을 끼얹었다. 《싱어게인》은 주류 히트곡의 열창 대결로 이어지는 기존 오디션과 달리 다양한 색깔의 뮤지션들이 저마다의 개성을 선보이는 특별한 오디션으로 각광받았는데, 개성이 선명한 이승윤이 그러한 《싱어게인》의 매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간판스타로 자리매김했다. 

그후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소우주》 《물》 등의 무대로, 단순히 특이한 개성만이 아니라 내공까지 단단하게 쌓았음을 알렸다. 개성에 실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지지 열기가 점점 커져 갔고 결국 최종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자신의 음악이 애매해서 대중의 성원을 상상하지 못했다는 말, 경쟁했던 상대 팀원의 탈락에 눈물 흘리는 인간미 등이 더욱 큰 지지를 불렀다. 분명한 특장점이 없고 뭔가 애매해서 자신을 제대로 어필하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에게 위로가 됐다. 우승 이후 관심이 집중됐을 때 인디 음악인을 소개하면서, 우리 대중음악의 다양성 확대에 일조한 것도 찬사를 받았다. 

이선희는 이승윤에게 새로운 장르를 열어가는 가수가 되어 달라고 부탁했다. 대중도 이승윤에게, 그리고 《싱어게인》의 스타들에게 새롭고 다양한 음악을 기대한다. 새로움에 대한 갈증이 그만큼 컸던 것이다. 바로 그런 새로운 다양성이 《싱어게인》에 나타난 것이 화제의 스타가  속출하게 된 이유다. 《싱어게인》 TOP 10 서울 콘서트는 10분 만에 매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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