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 전쟁' 메디톡스·대웅, 美 분쟁 합의했지만..국내선 또다시 출혈 예고

美 소송 일단락됐지만…韓 재판 본격화
5년 소모전에 실적 하락…양사 "끝까지 밝히겠다"

대웅제약(069620)과 메디톡스(086900)가 미국에서 5년간 벌여온 ‘보톡스 전쟁’이 일단락됐지만 국내에선 2차전이 예고된다. 양사 모두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22일 양사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에서 다투고 있는 양사의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기술 도용건에 대한 1심 공판이 조만간 열린다.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양사 모두 "최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판결이 났고 그때 다뤘던 증거가 최근 국내 법원에도 제출된 만큼 재판이 본격적이고 빠르게 이뤄질 예정으로 안다"고 전했다.

국내 소송은 지난 2016년 10월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의 보톡스 제품 ‘나보타’는 우리의 보톡스 균주를 훔친 것"이라고 주장하며 시작됐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에 손해배상과 나보타의 전량 폐기를 요구했고, 같은 혐의로 형사 고소도 했다. 법원은 이보다 4개월 전 같은 쟁점의 미국 소송 결과를 참고하기 위해 5년 가까이 판결을 미뤄왔다.

지난해 12월 미국 ITC가 그 판결을 내렸다. ITC는 대웅제약이 보톡스 균주로 제품을 만드는 기술을 도용했다고 보면서도, 균주 자체는 영업기밀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도용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다. 대웅제약은 21개월간 미국에서 나보타 판매를 금지당했지만, 애초 예상됐던 10년보다는 금지 기간이 크게 줄었다.

이를 두고 양사는 서로 승소했다고 주장하며 국내 재판에서 쐐기를 박겠다는 기세다. 메디톡스는 "ITC가 판단을 보류한 균주 도용 여부도 입증하겠다"며, 대웅제약은 "ITC의 판매 금지 판결이 틀렸음을 보이겠다"며 국내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다가올 국내 소송은 양사 모두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대웅제약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그간 누적돼온 소송 비용으로 전년(2019년)보다 62% 급감한 170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12.7% 줄었고, 매출도 5.2% 감소해 ‘1조 클럽’을 겨우 유지하는 수준에 그쳤다.

공세를 펼치는 입장이었던 메디톡스도 마찬가지다. 2016년부터 국내 보톡스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휴젤에 빼앗겼지만, 탈환할 여유를 갖지 못했다. 지난달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임상 시험 자료를 위조했다"며 메디톡스의 보톡스 제품을 국내에서 판매 금지하면서, 메디톡스는 식약처와도 행정 소송을 벌이는 상황에 놓였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9일 대웅제약 나보타를 미국에서 판매 중인 기업 에볼루스와 메디톡스, 메디톡스의 미국 파트너사 엘러간의 3자 합의로 잠시 양사의 숨통이 트였다. 에볼루스는 미국에서 나보타 판매를 계속하는 대신, 메디톡스와 엘러간에 합의금 약 380억원과 매출에 따른 로열티를 지불하기로 했다. 메디톡스는 또 에볼루스의 지분 16.7%를 사들이고 2대 주주가 돼, 에볼루스의 나보타 영업에 이해관계를 같이하게 됐다. 이날 증권업계는 양사 모두 리스크가 해소됐다고 보고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상향했다.

하지만 국내 소송에 관해서는 양사 모두 "대웅제약이 합의한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메디톡스는 "우리가 에볼루스와 합의한 것처럼 대웅제약이 합당한 조건으로 합의 요청을 해온다면 그 조건을 보고 판단해보겠다"고 했다. 대웅제약은 "승소를 자신하기 때문에 굳이 합의할 필요성은 못 느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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