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보다 중요한 '백신 접종' 스펙..달라진 코로나 시대의 사랑법

김소연 2021. 2. 2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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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데이트 선호하지만 직접 만남까지는 신중
백신 접종자에 대한 이성 호감도 25% 높아
게티이미지뱅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 이전에 데이트 애플리케이션(앱) 자기소개를 완성하려면 창의력이 요구됐다. 하지만 이제는 다음의 한 문장이면 끝난다. 나는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

최근 미국 워싱턴 지역매체 워싱토니안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달라진 연애 트렌드를 이렇게 묘사했다. 코로나19 장벽에 가로막혀 온라인 데이트 앱을 찾는 이들이 급증했고, 미국 인구 12% 이상이 백신 접종을 완료하면서 백신 접종 여부가 새로운 지위의 상징이 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와 함께한 1년으로 많은 것이 달라졌다. 사랑과 연애도 예외는 아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코로나19 시대 데이트족의 최고의 매력 포인트는 외모나 자신감이 아닌 철저한 경계심"이라고 분석했다.


'비대면 사랑'이 불붙인 대박 신화 '범블'

미국 데이트 앱 범블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휘트니 울프 허드.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코로나19 시대의 사랑은 비대면으로 온다. 온라인 데이트 앱 시장의 폭발적 성장이 이를 방증한다.

22일 모바일 데이터 분석 전문 업체 앱애니가 내놓은 '모바일 현황 2021'에 따르면 데이트 앱 시장은 코로나19 대유행이 본격화한 지난해 크게 성장했다. 전 세계 데이트 앱 이용자들의 지출은 전년 대비 15% 늘어난 30억달러(약 3조3,200억원)였고, 다운로드 수는 5억6,000만 회에 달했다.

한국에서만도 데이트 앱을 통해 830억원 이상이 지출됐다. 미 온라인 매체 쿼츠는 세계 1위 데이트 앱 틴더의 지난해 수익이 14억달러(약 1조5,500억원)에 이른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1일 미국 데이트 앱 '범블'이 뉴욕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돼 창업자 휘트니 울프 허드(31)가 최연소 1조원대 부자 대열에 합류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경제전문 매체 포브스는 범블의 뉴욕증시 상장으로 울프 허드가 주식 가치 기준 16억달러(1조7,600억원) 자산가가 됐다고 전했다.

울프 허드는 회사 전망과 관련해 로이터통신에 코로나19 확산이 데이트 앱 인기에 불을 붙였다고 밝혔다. 그는 "사람들은 디지털 방식으로 먼저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한 뒤 물리적 관계로 진전하고 있으며 이것은 매우 경이로운 변화"라고 말했다.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핫한 일 '백신 접종'

한 트위터 이용자가 자신의 트위터에 "백신을 맞고 데이트 앱에서 강한 남자가 됐다"고 밝혔다.

특히 급속도로 커진 데이트 앱 업계에서 최근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9~12월 틴더 자기소개란에서 백신에 대한 언급은 258% 늘었다. 틴더 측은 "백신 접종자들은 자신의 백신 접종 경험을 대화 소재로 십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데이트 앱 OK큐피드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언급이 137% 증가했다. OK큐피드 측은 "코로나19 백신을 맞겠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이들의 호감도가 '아니오'라고 답한 이들보다 최대 25% 높게 나타났다"며 "백신 접종은 지금 데이트 앱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라고 밝혔다.

한 트위터 이용자가 백신을 맞지 않아 데이트 상대에게 거절 당했다고 올린 게시글이 2만번 이상 리트윗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 여부에 의존해 데이트 상대를 고르는 것은 현명한 결정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제니퍼 라이히 미 콜로라도주(州) 덴버대 교수는 "사람들이 코로나19 예방 주사를 맞는 일에 흥분하면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의미를 과대평가할 가능성이 높다"며 "백신을 맞은 이들도 여전히 주변 사람들을 코로나19로부터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언론들은 일부 데이트 앱 이용자가 백신을 맞았더라도 집단 면역이 형성되기 전까지 경계심을 풀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백신 접종 사실을 앞세워 데이트 상대에게 접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신이 우선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주사를 맞을 만큼 중요한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특별한 지위의 상징으로 여기는 이들도 있다"는 게 워싱턴 지역 매체 디시스트가 분석한 배경이다.


"진심으로 대화하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 찾아"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대유행이 장기화하면서 사람들이 데이트에 임하는 태도도 달라졌다. 캐주얼한 만남 대신 진지한 만남을 추구하는 이들이 늘었다.

WP는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해 감염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데이트에 나서는 이들은 진정으로 중요한 게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며 "인기 있는 술집을 많이 아는 사람보다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게 더 중요해졌다"고 전했다.

또 NYT는 달라진 연애 방식을 전하기 위해 "좋은 데이트 상대를 가려내기 위해 직접 만나기 전 30분 이상 통화를 반드시 해 본다", "충동적 육체 관계를 피하기 위해 첫 데이트는 저녁이 아닌 점심 시간대에 한다" 등의 인터뷰 사례를 소개했다.

데이트 앱 범블도 최근 내부 보고서를 인용해 "앱 이용자들이 오프라인 만남 전에 온라인상으로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점점 더 늘리고 있다"며 "의미 있는 만남을 위한 이 같은 '슬로 데이트' 경향은 올해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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