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어기는 해외파, K리그 유스 시스템 근간이 흔들린다

김유미 2021. 2. 22.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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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어기는 해외파, K리그 유스 시스템 근간이 흔들린다



(베스트 일레븐)

독일 2.분데스리가(2부) 다름슈타트에서 활약하던 백승호의 국내 복귀 추진으로 K리그가 시끌시끌하다. 전북 현대와 협상을 진행하던 중 수원 삼성이 유스 시절 백승호 측과 작성한 합의서가 공개되면서다. 이 합의서 내용에 따르면 백승호는 국내 무대 진출 시 수원 소속으로만 복귀가 가능하다.

백승호는 2010년 수원 U-15 유스 매탄중 입학을 앞두고 해외 진출을 타진했다. 스페인 유학을 떠나는 백승호에게 수원은 구단 차원에서 1년에 1억 원, 3년간 총액 3억 원을 지원하며 성장을 도왔다. 지원을 받는 동시에 추후 매탄고 진학을 약속했지만, 백승호가 바르셀로나 유스에 입단해 이마저도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때 작성한 합의서가 바로 ‘K리그 진출 시 수원 입단’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21시즌 K리그 리턴을 추진하던 백승호는 전북과 접촉했다. 알려진 대로 수원과 사전 협의나 조율은 없었다. 계약서 최종 사인만을 남겨둔 듯했지만, 결국 전북은 한 발 물러나 수원에 우선권을 넘기기로 했다.

법적 분쟁까지 예고하던 수원도 전북이 계약을 사실상 포기함에 따라, 백승호 측과 먼저 대화를 통해 갈등을 풀기로 했다. 수원 관계자는 “지금은 법적 대응을 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전북과 계약이 진행된 것이 아니고, 전북도 발을 뺀 상태다. 우선 선수 측과 만나봐야 할 것 같다. 구단이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해서는 내부 검토 중이다”라고 현 상황을 밝혔다.


며칠 전에도 전남 드래곤즈 유스 소속으로 독일에 진출했던 박정빈이 전남의 동의 없이 FC 서울에 입단한 사실이 드러나며 문제가 불거졌다. 전남은 박정빈이 구단의 초·중·고 유스 시스템을 모두 거친 선수이기에 당연히 전남으로 돌아오리라 믿었지만, 선수는 서울과 이미 지난해 12월 계약을 끝마쳤다.

전남 관계자는 “우리도 K리그 복귀 사실을 기사를 통해 알게 됐다. 처음에는 선수 연락처가 없어 서울 구단을 통해 선수에게 내용증명을 전달해 달라 요청했다. 그 이후 에이전트를 통해 선수와 접촉을 시도했고 기존 합의서 내용을 이행하라고 촉구했으나 답변이 없었다. 합의 당시에는 선수가 미성년자이다 보니 부모님이 대신 보증인으로 진행을 했던 부분이다. 부모님께서 최근까지 스위스 현지 집을 정리하려 해외에 나가 계셨다고 하더라. 어제(21일) 입국을 한다고 들었고 지금은 기다리는 중이다. 구단 입장은 이미 선수가 입단을 한 상황이기 때문에 원만하게 합의서 내용대로 위약금 지불 선에서 해결을 하게 될 것 같다”라고 전말을 전했다.

문제는 단순히 선수가 구단과 도의적 약속과 법적 계약을 어긴 데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유스 출신 선수들의 계약 불이행이 K리그 유스 시스템의 근간까지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자국, 자팀에서 활용하기 위해 키운 선수가 국내 무대도 밟지 않고 해외로 떠나간다면, 혹은 다른 팀으로 향한다면 앞으로 구단은 유스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

전남은 “유소년 운영 자체가 우수한 선수들을 어릴 때 뽑아서 K리그에 데뷔시키고 팀 전력으로 쓰기 위함 아닌가. 거기에서 더 뛰어난 선수들은 해외로 진출할 수 있고, 구단은 발생한 이적료 수입을 다시 유소년 팀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도 있다. 계속해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데,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심정을 밝혔다.


유스 시스템과 관련해 수원 측 역시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며 “배신감이 크다. 전남 역시 여러 번 피해를 입었지 않나. 선수들을 열심히 키워봤자 다른 곳에 가버린다. 잘 나가던 유스 팀들도 이제 그저 유스에 불과하게 됐다. 전남의 광양제철고도, 우리 매탄고도 그렇다. K리그 유소년 정책 유지와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더욱 강화된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강화된 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앞서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18년 ‘준프로 제도’를 도입해 유망주에 대한 구단의 권리를 보호하고, 젊은 학생 선수들의 프로 조기 진출에 힘을 실었다. 이 제도를 통해 수원 U-18 매탄고 골키퍼 박지민을 시작으로 고교생 선수들이 프로에 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여기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 K리그 유스 시스템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애써 키워낸 선수들을 타 클럽에 빼앗기지 않고 활용할 수 있는 환경과 규정이 제대로 갖춰져야 할 테다. 이미 여러 차례 유사한 사례가 일어났고, 많은 K리그 관계자들이 ‘재발 방지’를 촉구하고 있는 만큼 유스 시스템의 뿌리를 탄탄하게 지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해 보인다.

글=김유미 기자(ym425@soccerbest11.co.kr)
사진=ⓒ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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