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인니 KF-X 공동개발 손떼기 수순 밟나..현지 생산설비 투자도 포기

정충신 기자 2021. 2. 2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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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가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프랑스 라팔 전투기. KF-X와 마찬가지로 4.5세대 전투기로, 이미 성능이 검증된 차이점이 있다. 문화일보 자료사진
올해 4월 출고를 목표로 경남 사천 공장에서 진행 중인 KF-X 시제1호기 최종 조립 장면. 인도네시아는 KF-X 시제기 1대와 기술 자료를 이전받아 48대를 현지 생산할 계획이었지만 자체 생산 설비 투자와 시설 유치에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항공우주산업 제공

인니 공군총장,보잉·라팔전투기 구매계획 발표… 4월 KF-X 시제기 나오는데 자체생산 준비 없어

인니 분담금도 6044억원도 연체…방사청 “상호이익 방향 협상중”

인도네시아(인니) 공군 참모총장이 최근 미국과 프랑스 전투기 도입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힌 데 이어 4월 말 한국형전투기(KF-X) 시제 1호기 출시에도 불구, 인니 현지에서는 자체 생산설비를 아예 갖추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KF-X 공동개발국인 인니는 공동분담금 6044억 원 연체와 관련해 분담금 납부 일정을 제시하지 않아 사실상 KF-X 사업 손 떼기 수순을 밟고 있다는 게 국내외 방산시장의 일반적 평가다. 방위사업청은 이와 관련, “지난해부터 현재 분담금 납부 협상이 진행 중이며 완료되면 국민에게 알려주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인니, 자체 생산 설비투자 시설 유치 사실상 포기

KF-X는 4월 중에 시제 1호기가 출고되고, 2022년 상반기 첫 비행시험을 시작해 2026년까지 개발이 완료된다. 인도네시아는 사업비를 완납하면 KF-X 시제기 1대와 기술 자료를 이전받은 뒤 48대를 현지 생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인니가 IF-X(인니 전투기 개발사업) 사업을 통해 현지 생산을 하려면 KF-X 시제기를 한국으로부터 인수받아 전투기 자체 생산을 위한 수천억 원대의 설비 투자와 시설 유치를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 인니 현지 공장에는 별다른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인니는 IF-X 설비투자와 시설은 물론 생산 인력과 인프라 등이 이미 갖춰져 있어야 자체 전투기 생산에 착수할 수 있는데 전혀 준비를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인니가 최초 관심을 가졌던 것은 한·인니 공동개발사업은 하지만 기체 제작은 인니 독자적으로 생산하고, 인니가 자체 생산한 부품을 활용한다는 구상이었다”며 “자체 생산 라인을 갖추지 못하면서 독자 생산을 통한 이점이 모두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기체 독자 생산을 못 하게 되면 라이선스 생산 방식밖에 없는데 이 경우 전투기 생산비용이 급격히 상승하게 된다”며 “우리나라도 F-16, KF-16을 미국으로부터 라이선스 생산을 했는데 공동개발 사업이 아니다 보니 생산비용 상승 등 많은 문제점이 노출됐다”고 밝혔다.

◆인니 공군총장 라팔, F-15EX 구매 계획 발표

인니가 KF-X 공동개발 사업에 계속 참여할 의지가 있는지 궁금증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 언론에서 인도네시아의 라팔 전투기 36~48대 구매 계획 보도가 나온 이후 이번에는 인도네시아 공군참모총장이 전투기를 포함한 전력 증강 세부 계획을 밝히면서 이 보도가 기정사실화됐다.

파자르 프라세티오 공군총장은 지난 19일 올해부터 2024년까지 다양한 현대식 방위장비를 갖출 계획이며 이 중에는 F-15EX와 라팔 전투기가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F-15EX는 미국 보잉사의 F-15 계열 전투기 중 최첨단 버전이다. 라팔 전투기는 프랑스 다소가 개발한 기종으로 최근 인도도 36대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외신 보도에 이어 인도네시아 공군총장이 F-15EX와 라팔 구매 계획을 밝힘에 따라 군 안팎에서는 인도네시아가 KF-X 사업에서 발을 빼려는 수순 아니냐고 의심한다. 한 군사 전문가는 22일 “인도네시아가 KF-X 분담금마저 미납한 상황에서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미국과 프랑스 전투기를 구매한다는 것은 딴마음을 먹은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인니 분담금 6044억 원 미납…미국의 기술 이전에 의문

인니는 KF-X 총사업비의 20%에 해당하는 1조7619억 원을 개발 단계별로 분담하기로 했으나, 올해 2월 현재까지 내야 하는 8316억 원 가운데 2272억 원만 납부한 상태며 나머지 미납금에 대해 가타부타 답변이 없는 상태다. KF-X 분담금과 관련해 그간 입을 다물어왔던 방위사업청은 지난 17일 국회 국방위원회 업무보고 자료에서 인도네시아의 미납 분담금 규모가 현재 6044억 원에 달한다는 사실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인니 측은 한국이 KF-X에 탑재하는 다중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개발할 수 있느냐는 논란이 불거졌을 때부터 소극적 태도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KF-X 핵심기술 상당수가 미국의 수출승인과 연계돼 있어, 미국 정부가 이슬람국가인 인니에 전투기 핵심기술 이전을 승인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인니 측은 의심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인니 측의 우려와 상관없이 한국은 AESA 레이더 개발에 성공해 시제 1호기에 장착했다. KF-X 개발 사업이 차질없이 진행되는데도 인니 측이 분담금을 계속 연체하는 것은 사업에 손을 떼거나 아니면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한 인니가 한국으로부터 차관 제공 등을 통한 협상 조건 전환 등 줄다리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방사청 “인니 F-15EX 라팔 도입은 KF-X 공동개발과 별도 사안” 해명

인니의 미국·프랑스 전투기 구매 계획에 따른 KF-X 공동개발 차질 우려가 제기되자 4월 KF-X 시제 1호기 출고를 앞둔 방사청은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방사청은 20일 입장 자료를 통해 “인니의 F-15EX 및 라팔 도입 활동은 공군의 최소 필수전력 확보계획의 일환으로 전력 공백 방지 또는 전력 보강을 위한 활동으로 추정된다”며 “KF-X 공동개발과는 별도의 사안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F-X가 2026년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가기 때문에 그 이전의 전력 공백 보강을 위해 다른 나라 전투기를 구매하는 것으로 판단한다는 설명이지만 인니의 분담금 미납과 현지 생산설비 미비 등이 겹치면서 설득력이 약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방사청은 “인니 측은 KF-X 사업의 지속 참여 의지를 표명한 바 있고, 양국은 수차례 실무협의를 통해 상호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향후 협의가 완료되면 이를 국민께 알려드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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