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혜란이 연기한 중년의 여성에게 눈길이 더 가는 이유[플랫]

플랫팀 twitter.com/flatflat38 2021. 2. 22.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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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 영화를 봐도 염혜란, 저 영화를 봐도 염혜란이다. 이달 개봉작인 <빛과 철> <새해전야> <아이> 총 세 편의 영화에는 모두 염혜란이 출연한다. 인기리에 종영한 OCN의 <경이로운 소문>에서 악귀를 물리는 히어로(카운터)로 이미 큰 사랑을 받기까지 했으니, 2021년은 이미 염혜란의 해다.

지난 18일 개봉한 <빛과 철>에서 염혜란은 20년 가까이 연극 무대에서 쌓아온 공력을 톡톡히 보여준다. 영화에서 그는 교통사고로 의식을 잃고 1년 넘게 누워있는 남편을 돌보며 생계까지 책임지는 영남 역을 맡았다. 지난 10일 염혜란을 화상 인터뷰로 만나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영남은 그냥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안에서 버티고 있는 사람 같은 느낌이었어요. 태풍의 눈에 있는 사람.”

20년 가까이 연극 무대에서 공력을 쌓은 배우 염혜란은 영화 <빛과 철>에서 교통사고로 의식을 잃은 남편을 돌보며 생계를 책임지는 영남 역을 맡았다. 영화사 찬란 제공

영남의 남편은 교통사고로 의식불명이 됐지만, 당시 사고 상대방인 또 다른 남성은 사망했다. 그 남성의 부인인 희주(김시은)와 영남은 일터에서 동료로 만난다. 영남은 사고와 관련된 일을 일부는 숨기고, 일부는 파헤치면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엉킨 복잡한 진실을 마주한다. 염혜란은 수더분하고 순둥이 같은 얼굴을 보이다가도 무언가를 숨기는 듯한 경계심 어린 얼굴로 돌변하면서 장면의 온도를 순식간에 바꾼다. 그는 “인물들이 겪는 어둡고 힘든 일들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감독님께 물었는데, ‘결국은 사람들이 이 일을 통해 좀 앞으로 나갈 수 있음 좋겠다’는 답을 들었다”며 자신이 생각한 영화의 메시지를 풀어놨다.

“영화를 찍으며 타인과의 소통에 대해 많이 생각해봤어요. 내가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게 얼마나 좁은 식견이고 편견인가…, 내가 아무렇지 않게 했던 것들이 누군가에겐 폭력으로 다가갔을 수 있는데, 그걸 끝까지 보면 결국 털어내고 한발 앞으로 나갈 수도 있겠죠.”

이 작품으로 염혜란은 지난해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배우상을 받았다.

염혜란이 연기하는 중년의 여성은 자꾸만 한 번 더 눈길이 간다. 그는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 나옥분(나문희)의 절친한 이웃인 진주댁을,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순영 역을 맡으며 TV에서도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19년 KBS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는 오정세(규태 역)와 환상의 ‘케미’를 보여주는 홍자영 역을 맡았는데, 이때는 ‘국민 누나’라는 수식어까지 얻었다. 홍자영은 카리스마를 자랑하는 이혼 전문 변호사지만, 찬찬히 보면 인간미와 익살스러움이 묻어난다. 염혜란은 “아줌마라는 역할에 대한 애정이 깊다”고 여러 차례 말해왔는데, 그 애정이 관객에게까지 고스란히 전달되는 것 같다.

염혜란은 영화 <빛과 철>에서 수더분하고 순둥이 같은 얼굴을 보이다가도 무언가를 숨기는 듯한 경계심 어린 얼굴로 돌변하면서 장면의 온도를 순식간에 바꾼다. 영화사 찬란 제공

“제 주변에 아줌마가 된 사람이 많고, 저도 육아와 집안일을 해요. 그런데 아줌마라는 사람이 정말 외롭다고 느꼈어요.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사회가 그 일을 귀하게 여기지 않죠. 아줌마 스스로도 하는 일에 대해 ‘건강한 사람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자존감이 떨어진 걸 많이 봤어요. 그래서 아줌마에 좀 더 애정이 생기는 것 같아요.”



2월에만 영화 출연작 3편이 개봉한다
“제2의 라미란 되고 싶다
다양한 캐릭터 수요 늘어 기회가 생겼고
‘동백꽃 필 무렵’ 배역 호평은
새로운 역할에도 용기를 주었다”



염혜란은 1999년 대학로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극단 연우무대에 지원하고, 이듬해 연극 <최선생> 무대에 서면서 데뷔했다. 그처럼 오랜 세월 연극 무대에서 공력을 키워온 라미란, 이정은, 진경 등은 조연에서 주연으로 훌쩍 뛰어올라 스크린에서 맹활약 중이다. 염혜란은 “예전에는 연극 배우가 다른 매체에 갈 기회가 많지도 않고, 가서 어려움도 많이 겪었다”며 “선배들이 토대를 닦아줘서 제가 참 덕을 본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배우 라미란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아낌없이 표했다.

“저는 어딜 가서든 제2의 라미란이 되고 싶은 염혜란이라고 소개하거든요. 얼마전에 청룡영화상에서 미란 선배님이 여우주연상을 받았잖아요. 상에서 배제되기 쉬운 코미디 장르로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놀라웠는데, 상을 받기까지 해서 너무 의미가 크게 느껴졌어요. 더 많은 변화들이 생기고 있구나 느꼈죠. 또 라미란 배우님이 ‘우리가 참 시대를 잘 타고나서 주인공을 하고 있다’고 (농담을) 하셨는데, 관객분들이 다양한 여성 캐릭터들에 목말라 하시면서 저를 보여줄 기회가 생기는 것 같아서 너무 좋습니다.”

<동백꽃 필 무렵> 이후 그는 쉬지 않고 작품에 출연해 ‘다작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 앞으로도 많은 작품에 출연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다양한 옷을 입어보면서 좀 다른 옷도 궁금해졌다”고 했다.

“옷에 비유한다면 저는 늘 좀 편하고 나에게 어울릴 것 같은 옷을 골라왔는데, <동백꽃 필 무렵>에서 제가 평소에 입어보지 않던 옷 같은 역할을 맡았어요. 그 역할을 하면서 ‘너 그거 잘 어울린다’는 말을 듣고 나니까 다른 옷도 좀 과감하게 입어봐도 되지 않을까 궁금해졌어요. 새로운 옷도 골라서 잘 소화해보고 싶다는 용기가 생겼달까요.”


이혜인 기자 hyein@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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