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일상과 행복 품은 빨간 벽돌집

매거진 2021. 2. 2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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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도심 주택의 재활용 [세 번째 집]

나와 도시의 특성이 담긴 공간을 찾아 헤매다 한 건물을 선택했다. 서울 오래된 주택가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으나 조금은 특별한 빨간 벽돌집.



Family 조세연, 김승연, 반려견 고래       
Job 건축가(NOMAL 소장), 패션디자이너      
House 지하를 가진 30년 넘은 2층 주택      
Process 공사 기간 약 3개월. 내외부 부분 공사

삶을 풍요롭게 하는
적당한 불편함(?)이
있는 집

비슷한 모습의 집들이 나란히 놓인 주택가. NOMAL 조세연 소장이 그중 한 집을 고치고 아내와 함께 이곳 주민이 된 지도 어느덧 2년이 넘었다.

“긴 유학 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마주한 서울은 특유의 매력이 있는 도시였어요. 문득 어딜 가든 똑같은 아파트 평면이 아닌 서울만의 특성을 잘 느낄 수 있는 환경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죠.”


화장실, 샤워실을 제외한 모든 문을 제거하고, 바닥은 셀프레벨링 방식으로 마루 바닥 같은 패턴을 없애 실제 면적보다 공간이 더 넓어 보인다.


현재 작업 중인 모형과 건축 관련 서적들이 보관된 2층 한편. 작업실과 미팅룸 사이에는 간단한 마실거리를 준비할 수 있는 작은 주방도 마련해두었다.



BEFORE - 도로보다는 한 골목 뒤쪽에 들어가 있으면서도 바로 앞은 뚫려있어 아늑함과 쾌적함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장점이 있는(사실 장점은 그게 전부, 그 외의 다른 요소들은 큰 근심거리인) 집. 다른 노후주택과 마찬가지로 전혀 관리되지 않아 낡은 상태였고, 작은 면적에 너무 많은 방을 만들어 그대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평일 낮에는 클라이언트 또는 협력업체와 미팅을 하는 장소소 사용한다.

Office

책장 : muji  |  조명 : Artemide / Louis Poulsen      
테이블 : HAY CPH 30  |  의자 : Wilde + Spieth / Vitra      
꽃병 : Ittala Ruutu vase  |  책상·의자 : Vitra     
주방 가구 : 제작  |  선반 : ikea


2층 안쪽 작업실. 재료의 변화만으로 각각의 공간을 구분하였다.


저녁이나 주말에는 부부가 식사하거나 손님을 초대하는 공간으로 사용 중인 2층 공간

강남권과 강북권을 모두 쉽게 갈 수 있는 지역 중 공원이 근처에 있는 동네를 찾다 이곳에 발길이 닿았다. 그리고 마주하게 된, 골목 초입에 위치한 30년 차 빨간 벽돌집. 하는 일이 건축인만큼 신축도 고민해 보았지만, 결국 리모델링을 택하게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 바로 ‘예산’과 ‘법규’ 때문이었다.

“물론 리모델링을 한다고 신축보다 비용이 극적으로 낮아지지는 않아요. 어느 정도 범위냐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기본적인 부분만 하더라도 신축의 60~70% 예산이 들어가니까요. 그리고 현재 법에 따라 새로 집을 짓게 되면 주차장과 이격거리 등의 이유로 기존 집보다 면적이 더 작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도 무시할 수 없었죠.”



기존 주방이었던 곳의 설비를 이용하여 넓은 샤워실을 만들었다. 출입문이 있던 부분엔 반투명 창을 설치해 낮에는 햇빛을 들이고, 밤에는 외부로 조명 빛이 은은히 새어 나갈 수 있게 했다. 대신 외부에선 내부 실루엣조차 비치지 않는다. / 현관 모습. 현관으로 들어와 바로 우측에는 드레스룸이 자리한다.


거실은 TV를 보거나 책을 읽는 등의 일상이 이뤄지는 장소인 만큼 필요 가구만으로 깔끔하게 정돈했다.

HOUSE PLAN

대지위치 ≫ 서울시 광진구
대지면적 ≫ 83.4m2(25.22평)
건물규모 ≫ 지하 1층, 지상 2층
건축면적 ≫ 48.78m2(14.75평)|연면적 ≫ 139.59m2(42.22평)
건폐율 ≫ 58.49%|용적률 ≫ 105.83%
최고높이 ≫ 7.3m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 연와조
단열재 ≫ 열반사단열재 추가
외부마감재 ≫ 벽돌, 기와, 석재
내부마감재 ≫ 벽 – LG하우시스 벽지, 벤자민무어 페인트 + 오크무늬목 / 바닥 – D & Maison 강마루, 벤자민 무어 페인트 셀프레벨링
창호재 ≫ 아키페이스 알루미늄 시스템창호
에너지원 ≫ 가스보일러
욕실 및 주방 타일 ≫ 윤현상재 수입 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 HU|주방 가구 ≫ 제작
계단재·난간 ≫ 평철 난간
구조설계 ≫ 서울구조
시공 ≫ 파크인테리어
설계 ≫ NOMAL 02-6409-6625 www.no-mal.com


유지 관리가 쉬운 마감재를 사용한 주거 공간.

Living room

침대 : Wieeinkino  |  조명 : Jielde / muuto      
TV : 삼성 Serif TV  |  데이베드·의자·사이드테이블 : Vitra      
책장 : 가라지가게   |   소반 : 반김 크래프트 양병용 작가

그렇게 무더운 여름 시작된 공사. 일단 한 층은 임대, 그리고 나머지 각각 10평 정도 되는 두 개의 층을 주거공간과 업무공간으로 나눠 배치하고, 설계 상담 중 건축주에게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아까운 몇 가지 요소는 이 집에 맞춰 내부 곳곳에 직접 적용해보기로 했다. 그 첫 번째는 명사로서의 공간 구성이 아닌 동사로서의 공간 구성.

“실제 좁은 집 설계 시 제가 자주 사용하는 방식이기도 한데, 공간을 구획할 때 거실, 침실 등 명사로 구분 짓지 않고 읽다, 먹다, 자다 등의 동사로 다이어그램을 만들어 구획하는 것이죠. 이렇게 사용 용도에 맞춰 설계해 두니 크지 않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어요.”


동선을 고려하여 침실 맞은편에 둔 화장실


완벽한 휴식을 위해 침실은 조명 등으로 아늑함을 더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재료. 한 예로 일반적으로 상업 공간에서만 쓰이는 셀프레벨링을 2층 바닥에 적용하고 그 톤에 맞춰 벽과 천장, 기둥 등을 마감해 공간이 조금 더 넓어 보일 수 있게 했다. 

아파트에 살 때보다 불편한 점도 있지만, 그 불편함을 감수하고 이해할 만큼 부부의 일상은 더욱 풍요로워졌다. 건축가의 감성을 듬뿍 담아낸 이곳. 이제 그에게 만큼은 더이상 흔한 빨간 벽돌집이 아닌 삶의 일부로 다가온다.

PROCESS


D-78|7월 4일 공사 시작       
철거 공사를 시작했다. 먼저 불필요한 요소들을 모두 철거하고 더욱 넓은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실내 벽면 일부도 철거하였다. 빈 도화지 같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D-72|7월 10일             
구조 보강을 하였다. 오래된 집인만큼 구조에 잔꾀를 부리지 않기로 했다.         

D-36|7월 20일 - 8월 15일      
극도의 폭염으로 공사가 너무 힘들어져서 더위가 지나가면 공사를 이어가기로 했다.         

D-35|8월 16일          
창호를 달아주고 단열을 추가했으며 바닥 열선도 모두 새로 교체해 주었다. 모든 설비와 전기를 새로 바꿨다.        

D-31|8월 20일         
마감재가 붙기 시작했으며 바닥 공사를 마무리했다.       

D-01|9월 20일         
최종적으로 주방 가구와 이동식 가구와 맞추어 보며 준공청소를 마쳤다.


일러스트로 작업해본 리모델링 후 집의 모습


외관은 창과 난간을 제외하고는 건드리지 않았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빨간 벽돌집 형태를 유지함과 동시에 주변 집들과의 조화도 고려했다. / 기존에 있던 난간은 현행 법규상 너무 낮아 새로 난간을 설치했다. 이 또한 기존 벽돌집이 돋보이도록 얇게 마감하였다.

“건물 매매 전, 이것만큼은 꼭 체크하세요”

오래된 집은 건축법규를 무시하고 지어진 곳이 많습니다. 만약 이런 건물을 용도 변경한다면 허가를 받기 위해 잘못된 부분들은 모두 철거해야 합니다. 대지 경계선을 넘어가지는 않았는지, 불법 증축된 부분은 없는지 등을 꼭 체크하도록 합니다. 그리고 마감재는 나중에라도 바꿀 수 있지만, 구조와 전기, 설비는 추후 교체하려면 어려움이 따릅니다. 많이 간과하는 부분이 의외로 구조인데, 직접 디자인해 시공업체와 진행한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 대충 감으로 구조 보강을 한다는 것입니다. 구조는 안전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된 문제이니만큼 전문가를 통해 구조를 정확히 계산해야 합니다.


취재_ 김연정  |  사진_ 변종석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1년 2월호 / Vol.264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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